강남은 점점 외로운 섬이 되고 있다

[주장] 강남구의회는 1%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지방의회인가?

등록 2005.10.06 18:54수정 2005.10.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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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층아파트 밀집지역.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층아파트 밀집지역.오마이뉴스 권우성

작년에 재산세율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개정하여 여타 지자체들로 하여금 재산세율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던 서울 강남구의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자신들의 힘을 만천하에 뽐내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회가 지난 4일 임시회를 열어 탄력세율 50%를 적용해 재산세를 인하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강남구의회의 결정에 따라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재산세율이 절반으로 낮아져 부과세액도 줄어들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은 강남구청과 상당수 강남구민들조차 강남구의회의 재산세율 인하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1%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

아래의 기사를 보면 재산세를 낮춰주겠다는 강남구의회의 눈물겨운 분투(?)를 강남구청과 구민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재산세의 50%를 인하하는 내용의 탄력세율 조례안이 강남구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강남구 전체 부과대상가구인 15만6972가구 가운데 수혜를 입는 가구수는 채 20%가 안되는 3만여가구에 불과하다.

이들 혜택 가구는 45평형 이상 대형 평형 아파트와 다가구 및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특히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의 경우 많게는 70%까지 재산세가 인하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중소형 평형 아파트의 경우 상당수가 이미 세부담상한제를 적용받아 탄력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추가적인 세감면 혜택이 없다.

… ◇ 대형vs중소형간 '희비 교차'=지난해 말 지방세법 개정으로 재산세 과표가 면적기준에서 시가기준으로 변경됨에 따라 강남구 지역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산세가 최대 4배까지 인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재산세 부담에 따른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가 전년도의 150%까지만 부과하도록 하는 세부담상한제를 도입, 강남구 전체 재산세는 평균 19.1% 인상됐다.


… 이 가운데 아파트의 경우 평형별로 가격이 비싼 대형 평형은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내리거나 소폭 인상에 그쳤다. 그러나 중소형아파트는 대부분 전년대비 세부담상한선인 50%까지 치솟았다.

… 삼성동 아이파크 104평형의 경우 지난해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합해 모두 562만원의 보유세를 냈다. 이 아파트의 올해 부과된 재산세는 660만원으로 탄력세율 50%가 적용되면 부과액이 330만원에 그치게 된다.

재산세는 이미 지난 7월과 9월에 나눠 납부된 상태여서 조례안 통과시 곧바로 환급해야 한다. 이때 재산세의 20%에 해당하는 교육세도 함께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실제 환급액은 396만원이다.

지난해 507만원의 보유세를 납부한 타워팰리스 103평형 역시 탄력세율 50% 적용시 342만원을 환급해 줘야 한다. 이 아파트 101평형과 93평형도 각각 환급금액이 286만원과 240만원이나 된다.

반면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해보다 최초 재산세 부과액이 3~4배에 달해 탄력세율 50%를 적용해도 돌려받을 세금이 없다. 즉 이 아파트 31평형은 지난해 24만원의 보유세가 부과됐으나 올해는 80만원이 넘기 때문에 상한제를 적용받아 36만원이 부과됐다. 이때 최초 부과된 재산세에 탄력세율 50%를 적용해도 실제 납부금액을 초과, 혜택이 없다.

역시 세부담상한제가 적용돼 올해 56만원의 재산세가 부과된 청담동 삼익아파트 35평형도 탄력세율 적용과 무관하며 65만원이 부과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3평형도 추가적인 세제혜택이 없다.

◇주민도 반대하는 탄력세율=이같은 문제 때문에 상당수 강남구 주민들도 탄력세율 적용에 반대해 왔다. 강남구가 지난 6월 관내 26개동 주민자치위원 512명을 대상으로 탄력세율 적용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8%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이와 관련, 대치동 한 주민은 "일부 구의원은 지역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부녀회장 등에게 탄력세율 도입에 반대하는 구의원들에게 항의하도록 선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강남구의회 "비싼 대형아파트 재산세 인하?", <머니투데이>, 10월 4일자)


어떤가? 사정이 이 정도 되면 강남구청과 대다수 강남구민들이 구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산세율 인하에 극력 반대하고 있는 이유가 수긍되지 않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이번 재산세율 인하에 찬성한 강남구의회 의원들은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어쨌든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평당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을 호가하는 대형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재산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광경을 바라보는 심정은 매우 착잡할 뿐이다.

재산세율 인하는 한국사회 내에 섬이 되는 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005년 4월을 기준으로 할 때 강남·서초·송파 3개구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무려 163조1968억원에 이르며, 그 중 강남구의 전체 아파트 가격 총액은 69조4307억원에 이른다.

또한 부동산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4월 현재 강남권역 3개구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95조7744억원이었는데 3년 후에는 163조1968억원으로 급등하여 물경 67조4224억원에 이르는 자본이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강남권 3개구 소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수로 나누면 평균 1년에 1억1395만원, 3년에 3억4185만원에 해당하는 불로소득을 얻은 셈이다. 이는 1년간 발생한 전국 평균 자본이득이 2887만원에 해당한다는 자료와 비교해 볼 때 강남권 소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취한 불로소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확연히 알 수 있게 해 준다.

강남권역에 소재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가격상승을 시작한 때가 2000년경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취한 불로소득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은 이유는 바로 사회적 인프라-도로·지하철·공원·의료시설·학교·상권 등-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며 이는 곧 삶의 질이 타 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사회적 인프라는 대부분 국세로 구축된 것이다. 물론 기초단체에서 구민들을 상대로 징수하는 지방세 중 일부가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에서 그간 살기 좋은 강남 건설을 위해서 투입한 비용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임에 분명하다.

쉽게 말해서 강남권역에 소재한 토지와 아파트 등을 소유한 사람들은 공동체의 전적인 기여에 의해서 형성된 가치를 독차지한 셈이다.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던 것은 이들이 내는 보유세가 많은 경우 웬만한 중형 자동차세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적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정부가 내놓은 8ㆍ31대책에는 2009년까지 종부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토지와 건물에 대해서 실효세율 1% 수준까지 보유세(재산세와 종부세 등)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8ㆍ31대책이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현금의 부동산 가격 앙등이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했고, 이를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해법으로 보유세율 현실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강남구의회의 재산세율 인하 조례안 통과는 8ㆍ31대책에 대한 정면도전으로까지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번 조례안에 찬성한 강남구의회 의원들에게 말하고 싶다. 재산세건, 종부세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그렇게 싫으면 내지 않아도 좋다. 그 대신 앞으로 국방부터 의료보험까지 전부 자력구제하시기를 바란다.

이른바 강남벨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사회를 위한 헌신이나 희생을 바라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다. 그동안 강남공화국(?)만의 행태에 기가 질린 탓이다. 다만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이행하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재산세율 인하파동을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을 성 싶다. 강남은 점점 육지 속의 외로운 섬이 되어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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