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보> 1973년 2월 7일자 (그2)에 수록된 법률 제2497호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의 제정과 더불어 기존의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은 폐지되었다. 이날부터 국회의원은 '세비'가 아니라 '수당'을 받는 직업이 되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여전히 '세비'라고 해야 제 느낌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이순우
하지만 진작에 폐지된 이 용어는 그대로 통용되고 있어, 아직도 국회의원의 봉급하면 으레 '세비'라고 불러야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는다. 반대로 그것을 '수당'이라고 정확히 가려내어 사용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언어습관이나 고정관념이란 것은 무서운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지금껏 세비라는 말의 흔적이 남겨진 법률도 없지는 않다. 가령 '소득세법'에는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받는 봉급, 급료, 보수, 세비, 임금, 상여, 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를 갑종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도 보듯이 현행 법률에도-이건 보나마나 법률제정자들의 무성의와 타성이 빚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지만-'세비'라는 용어는 완전히 그 자취를 지워내지는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작 그 용어의 근거가 되었던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은 진작에 사라졌음에도 말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국회의원의 봉급을 가리켜 세비라고 부른 것이 딱히 맞다고도, 완전히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 세비라는 용어는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에서 유래한 말일까?
우리의 고문헌을 살펴보면 이것이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는 결코 아니로되, 그 흔적은 그럭저럭 드물지 않게 눈에 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어디까지나 '근대적'인 제도와 관념을 전제로 하여 성립될 수 있는 말이라는 사실을 우선 새겨둘 필요가 있겠다.
국어사전의 풀이에 따르면, 세비라는 것은 원래 "국가기관의 일년간 비용"이라는 뜻으로 언뜻 보면 참 싱겁기가 짝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비'라는 말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오한 시대성과 역사성이 배어있다.
'세비'... 120년 전 일본법률 제2호 '의원법'에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