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혜 "장을 봐도 꼭 한 가지는 빼먹고 안경을 벗어 놓고는 어디다 놨는지 생각이 안 나 몇 시간을 동동거리질 않나. 이제 슬슬 건망증의 포로가 되나 봐요."김혜원
김정혜(이하 정혜, 42): "요즘 날씨 정말 좋죠? 근데 나이가 들긴 들었는지 가을바람이 작년하고 다르게 느껴져요. 약간 을씨년스러운 게, 이럴 땐 진짜 내가 40대 중년 '아줌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니까요."
김혜원(이하 혜원, 45): "말도 마요. 저는 40대 접어들고 나서 정말 목소리가 커졌어요. 물리적인 크기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까지요(웃음). 친어머니가 굉장히 조용하고 순종적인 분이셨는데 연세 드시고 나서 어느 날부터 목소리가 커지셨거든요. 아버지에게,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요즘 제가 예전 엄마 모습, 딱 그거라니까요.
다들 안 믿겠지만 저 20, 30대에는 조선시대 여인처럼 살았어요. 정말이에요(웃음). 남편한테 말 한 마디 못하고 옴짝달싹도 못했어요.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였죠. 엄마가 그렇게 하는 걸 봐서 그런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그래도 제 주장을 조금씩 펴나가고 있어요. 40대라는 나이에 얻은 보너스죠."
장미숙(이하 미숙, 41): "나이 먹으니까 뭐가 달라도 다른 것 같아요. 40대가 되니까 건강이 아주 각별해져요. 40대 성인병에 대해 말 많잖아요. 특히 우리 주부들은 유방암이나 자궁암 위험도 크고…. 요즘에는 일부러 틈내서 운동도 해요."
혜원: "전 사십에 자궁근종을 발견했어요. 제 사십대는 그렇게 시작됐죠. 그렇게 사십대가 되고 보니 제약이 참 많더라구요. 삼십대에는 되는데 사십부터는 안 되는 것들…. 주부들이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모니터 같은 일을 하려고 해도 나이에서 걸리니까 아주 허무하더군요."
정혜: "전 요즘 점점 총기가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TV에 예전에 본 것과 비슷한 장면이 나오면 그게 뭔지 가물가물하면서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장을 봐도 꼭 한 가지는 빼먹고, 안경을 벗어 놓고는 어디다 놨는지 생각이 안 나 몇 시간을 동동거리질 않나. 매일 전화하던 친구 전화번호도 까먹고…. 이제 슬슬 건망증의 포로가 되나 봐요."
우리도 한때는 꿈 많은 여성들이었다
미숙: "세월 가는 게 팍팍 느껴지니까 왜 그렇게 아쉬운 게 많은가 몰라요. 전 가슴이 다 녹아내리는 '불타는 사랑' 한 번 못해 본 거, 그게 그렇게 아쉬워요. 이십대에는 다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잖아요. 근데 막상 결혼했는데 남편이 제 이상형과 너무 거리가 있는 거예요. 한때는 너무 절망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기도 했어요. 이제 생각하면 철없는 짓이었지만."
정혜: "맞아요. 사랑에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젠 그런 사랑이 찾아와도 기운 없어서 못할 걸요(웃음). 전 30대 중반에 결혼했거든요. 그래서 아직까진 나름대로 알콩달콩 살고 있어요. 전 사랑보다 공부에 대한 미련이 커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대학을 1년 다니다가 포기했어요. 물론 그땐 '다음에 돈 벌어서 대학 가야지'라고 생각했죠. 근데 돈도 공부도 뜻대로 되지 않았죠. 20대를 돈 번다고 다 보낸 것 같아요."
혜원: "저에게 20대나 30대가 있었나 싶어요. 오로지 남편과 아이들, 시어머니. 그 속에서의 나뿐이었어요. 30대 후반쯤 되니 갑자기 허무해지더군요. 남편은 회사 일로 바쁘고 아이들은 학원 갔다가 늦게 오고. 시간은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때 그 허전함이란…."
늘어진 젖가슴과 불룩한 아랫배는 아줌마의 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