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손잡고 소망을 일궈나가는 '소망공동체' 사람들

"장애는 몸이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예요"

등록 2005.10.07 21:33수정 2005.10.0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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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를 뿐이에요."


하반신이 불편한 유성희씨가 불편한 손으로 소망회보에 붙일 우표를 뜯으며 말했다.
그녀에게 장애는 마치 안경을 쓰듯 조금 불편한 것인 듯 했다.

소망공동체에서 생활한 지 1년 7개월이 된 배정순(24·대전) 사회복지사는 "이곳에 살면서 장애라는 것을 느낄 수 없게 됐다"며 "함께 살다보니 서로 익숙해지면서 장애도 그 사람의 한 부분으로 친밀하게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40명 대가족 모여 사는 소망공동체

충남 공주시 계룡면 왕촌마을에 둥지를 튼 소망공동체에는 31명의 정신지체장애인을 비롯한 40명의 장애인과 사회복지사 20명이 모여 함께 삶을 나누고 있다. 소망공동체는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을 계기로 태동해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1989년 7월 17일 창립됐다.

이곳은 스무살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정상용(46·공주) 원장이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만든 장애인들의 보금자리다. 1991년 12월 12일 정상용 원장 부부와 5명의 장애인이 모여 미신고시설로 시작한 소망공동체는 2003년 12월 22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법인시설이 되면서 큰집으로 이사도 하고 식구도 40명으로 늘었다.


박순호(27·공주) 사회복지사는 "사모님의 꿈이 장애인들과 한 가족처럼 사는 것"이라며 "소망공동체의 구조도 한 가정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소망공동체에는 막내 정이(정신지체 2급)를 꼭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예은이(정신지체 1급)부터 낯선 취재기자에게 먼저 인사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병석(정신지체 2급) 아저씨까지 대가족이 모여 산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소망식구들


미소를 머금은 눈을 가진 유성희씨는 하반신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이다. 그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의 꿈은 소망공동체의 화가다. 유성희씨는 "몸은 조금 아프지만 내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그림으로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축구공을 몰며 뛰놀고 있는 소망공동체 식구들을 바라보며 채명신(정신지체 1급)씨가 말했다.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망식구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가진 그녀의 눈은 끊임없이 가족들을 쫓고 있었다.

서로 다리가 되고 팔이 되어

박순호 사회복지사는 "식구들은 몸이 불편하지만 다른 식구들을 위해 도움줄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맡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책임지고 맡아서 해낸다"고 말했다. 소망공동체 식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식사가 시작되면 각자 맡은 일을 찾아 하느라 분주하다. 반찬 담는 일, 상을 닦고 수저를 놓는 일, 반찬을 상에 올려놓는 일까지 모두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해 식당 안이 북적거린다.

기도회를 위해 식구들이 하나둘씩 식당으로 모여들자 하반신이 불편한 유성희씨도 엉덩이를 이용해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그때,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난 이용덕(정신지체 1급)씨가 유성희씨를 번쩍 안아 식당에 자리를 마련해 준다. 이처럼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손이 불편한 사람을 돕고, 지적능력은 떨어지지만 몸이 건강한 사람은 몸이 불편한 사람의 다리가 되어준다.

함께 생활하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 잊어

박순호 사회복지사는 "흔히들 봉사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어려운 청소나 빨래 등을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장애인들과 놀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나누는 것 자체가 봉사"라고 말했다.

채명신씨는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주고 가는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함께 손잡아주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분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조현주(목원대 사회복지) 실습생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위해선 "봉사활동을 많이 다녀봐야 한다"며 "봉사활동의 경험을 통해 몸소 접해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소개로 학기 중에 봉사활동을 나온 김영은(지족중 3) 학생은 "시험이 끝나고 모두 쉬는 시간에 봉사활동을 간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귀찮고 힘들지 않느냐며 말리기도 했다"며 "봉사활동에 대한 친구들의 편견을 고쳐주고 싶어서 방학 땐 함께 가자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영은 학생은 "봉사활동을 왔다기보단 집에서 언니, 동생들과 노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소망공동체에는 한달 평균 3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방문한다. 주로 하는 일은 세탁, 청소, 영농작업을 비롯해 소망공동체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사전에 연락을 하고 일정을 잡으면 누구든 소망공동체에서 봉사를 할 수 있다. 소망공동체 봉사활동이나 기타문의는 041)856-8157 으로 하면 된다.

"편견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그릇된 생각입니다"
[인터뷰] 정상용 원장

대학교 1학년 때 사고로 경추를 다쳐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살아온 지 26년이 되어가는 정상용 원장. 그는 친구의 권유로 기독교인이 되었고 아내 고진숙(33·공주)씨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아내의 소망이었던 장애인들과 가족처럼 살 수 있는 집을 만든 것이 지금의 소망공동체다. 정상용 원장에게서 소망공동체 생활과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봉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요. 일손을 돕는 일, 물질적 후원, 마음으로 기도하는 봉사가 그것들이죠. 봉사는 관심과 사랑의 실천이예요. 많은 봉사가 있지만 하나같이 실천하지 않는 봉사는 없으니까요."

-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 편견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그릇된 생각입니다. 흔히들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저항할 힘이 없는 사람들로 생각하죠. 개인적인 생각에서 오는 편견보다 사회적인 편견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

-소망공동체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늘 소망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예은이의 경우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몸을 가누지 못했는데 지금은 혼자서도 걷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식구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작은 변화지만 식구들을 통해 내 발전 가능성을 보곤 해요."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

" 첫째는 정부 보조금이 적어서 교육비, 문화비 등의 지원이 되지 않고 있어 어렵습니다. 둘째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간혹 봉사점수를 위해 찾아온 봉사자들이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있어요. "

-사고 당했을 때와 지금의 심경변화는 어떠세요.

"사고 당시에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장애를 통해 새로운 소망을 갖게 되었어요. 1년도 못 살 줄 알았는데 이만큼 오래 사는 것에 감사하고 늘 기쁜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순천향대신문 331호 특집면 기사 게재

덧붙이는 글 순천향대신문 331호 특집면 기사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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