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표지바우솔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함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게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이스터섬의 옛 이야기. 과연 전설로만 남을 것인가, '모아이'라는 돌덩이만 남기고 생명이 살 수 없이 황폐해진 작은 섬. 오늘 우리가 사는 지구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살아 숨쉬는 거라고는 앵무새와 뜸부기, 왜가리들, 그리고 나무가 전부인 고요한 섬에 어느 날, 사람들이 들어 왔다. 그들은 나무를 잘라 집을 짓고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나무로 고기잡이 배도 만들었다. 그들은 나날히 점점 더 큰 밭과 큰 배를 만들었다. 먹을 게 풍부해지자 모두들 행복했다.
그들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배부른 것 외에 다른 것이 필요했다. 사람들 액운으로부터 마을을 지켜 준다는 '모아이'라는 돌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욕심쟁이 추장들은 다른 마을보다 더 큰 모아이를 만들기 위해 바위를 아주 크게 잘라냈다. 그 바위를 옮기기 위해서 수많은 나무들을 베어야 했다. '모아이'는 이제 염원의 상징일 뿐 아니라 권력을 상징이 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오직 모아이를 만드는데 정신을 쏟고 있을 때, 푸아푸아 추장은 황폐해져 가는 섬을 걱정했다. 결국 푸아푸아 추장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섬으로 떠난다. 섬에 남아 계속해서 모아이를 만들던 사람들에게 어느 날 폭풍우가 쏟아졌다. 그러자 태양을 가릴 나무 한 그루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나무가 사라지자 기름지던 흙이 빗물에 씻겨 돌만 남았다. 씨를 뿌려도 자랄 리 없었다. 더 이상 고기잡이배를 만들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죽음의 공포가 온 섬을 뒤덮었다.
현재 이스터 섬은 칠레 땅이다.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은 2천 명쯤 된다. 제주도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돌 조각상인 모아이 때문에 유명해진 섬이다. 가장 큰 모아이는 높이가 10미터에 무게가 90톤에 이른다.
1722년 네덜란드 탐험가 로헤벤이 첫 번째 방문한 유럽 사람이었다. 그는 메마른 땅에 나무도 거의 없이 많은 돌 조각상만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연 누가 이 조각상들을 만들었으며 어떻게 옮기고 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외계인이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문명인이 있을 거란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학자들에 따르면 이스터 섬도 평범한 다른 섬들과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무인도였던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고 의식주에 필요한 자연만 이용했을 땐, 별문제 없이 평화로웠다. 인간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 것을 거부하고 당장의 안위만 생각하여 '모아이'라는 돌 조각상을 경쟁적으로 만들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과거 이스터 섬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기형아가 발생하고 아토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시냇물이 사라지고 있는 따위의 현상들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매체를 통해 환경관련한 불길한 징조를 수없이 듣고 있다. 환경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가속화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문명의 편리함을 쉽게 떨치지 못한 탓에 불감증에 걸린 듯 쉽게 잊어 버린다. 자신의 입 속에 들어가는 것은 무농약 유기농을 찾으면서 공공에 해가 되는 세제, 프라스틱용기 사용엔 무신경하다. 비닐 봉지 하나 아끼지 않고 물 받아 설거지하는 일을 번거롭게 여긴다.
모아이는 이스터 섬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라진 섬에 남겨진 문화유산이란 외부인들을 위한 것이지 섬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겐 재앙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자연에 대해 좀더 진지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인간이 이기심을 버리고 지구 속 모든 생명과 상생하려는 마음자세를 취할 때만이 급격히 변화는 자연환경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관련 도서로서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를 갖고 있다. 모아이라는 돌 조각상이 주는 메시지는 사실을 담고 있어, 더욱 강렬하게 남는다. 아이들에게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를 전달해줄 것이다.
이렇듯 권장할 만한 소재로써 강한 주제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글쓴이의 지향하는 바가 컸던 것 같다.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 환경관련 일을 하면서, 관련서적을 번역하거나 쓰고 있는 환경맨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린이 역시 인간과 환경에 대한 그림을 주로 그리고 있다.
글의 소재나 그림은 번역 동화같은 분위기이다. 다른 나라이야기를 동화로 만든 예도 드물지만 명확한 주제가 돋보이는 예는 더욱 흔하지 않다. 그림 역시 이런 여러 정황에 맞게 잘 그려져 동화 속 내용들을 도와 주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도서지만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도서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도서제목 : 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저자 : 이 창형
출판사 : 바우솔
값 : 6800원 / 60쪽
초등학생을 위한 필독도서로 추천합니다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창형 글, 김재홍 그림,
바우솔,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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