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 운동은 노동계급 전체의 문제 보다는 개별 사업장의 이익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 기아차 노조 비리 대의원 대회 폭력 사태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장이 노조원들에게 돌아갈 부가세 감면분을 가로채 사용자에게 돈을 받고 이게 말이 되나?"
민주노총 소속 연맹의 한 관계자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현장 노조 활동이 더 어렵게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울산에 있는 한 현장활동가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기 비리에는 둔감하고 권력을 좇아 위만 바라보는 민주노총 내부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라며 혹평했다. 그는 현재의 틀을 깨지 않고는 해법 마련도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을 깨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이수호 위원장은 9일 강승규 전 부위원장 비리의 책임을 지고 직무정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11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직무정지를 풀고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수호 위원장은 "지도부 비리를 이유로 정부가 비정규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면서 "현 지도부가 하반기 투쟁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 총사퇴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이틀 만에 말을 바꿨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이틀 만에 직무정지를 해제한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운동의 관점보다는 정치공학으로 접근하고, 철저히 이익집단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비리 재발방지책'으로 기존의 관행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노사관행으로 내려왔던 것을 문제 삼을 때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대기업 중심 노동운동의 한계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일제히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가 계속 비리에 연루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 노조 중심의 운동이 가지는 한계라고 지적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노사관계 전공)는 "민주노총이 대기업 노조 중심 운동을 하다 보니 개별 사업장의 이해 관계에 얽매이게 되고,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계급 전체의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면서 비리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기업별 노조인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만, 산별 체제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을 기회로 노동운동이 내부를 혁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이수호 위원장은 11일 "우리는 손이 썩었으면 손을 자르고, 발이 썩었으면 발을 자르고, 머리가 썩었으면 목을 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자신의 비리에 눈 감고, 잘못된 관행을 묵인해 왔던 민주노총이 과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까? 벼랑 끝에 선 민주노총의 결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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