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초록이 대세지만 이렇게 가끔 곱게 물든 단풍도 보이고 계절을 망각한 채 홀로 피어있는 진달래꽃도 보인다김은주
남편까지 가게 됐으니 가족 나들이였다. 내 한 몸 희생해서 가족들에게 즐거운 나들이를 경험시켜야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김밥에 장떡까지 구웠다. 오징어와 부추를 넣고 장떡을 구워 한 통 담고 김밥도 담고 과일에 과자까지 싸니 한 가방 됐다. 그걸 들고 올라갈 남편은 고생 좀 할 것 같았다.
남편은 차에서 내렸을 때 '우리나라에서 아마도 제일 아름다운 곳일 것 같다'며 들떠있었다.
"지금 무슨 소리 안 들리니?"
남편은 아이들한테 들려오는 소리에 대한 질문을 했다. 산 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게 하기 위해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큰 애가 곧장 물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했다. 작은 애는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걸어 올라가는 길 옆으로 계곡이 있어 물소리가 요란했는데도 사진 찍는 데만 정신이 팔려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던 내 귀에 갑자기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귀가 있다고 다 듣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가 있어야 들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까마귀들도 심심찮게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며 "까아악 까아악" 거렸다. 귀가 있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소린데 나에겐 아이들의 대답이 참으로 귀하게 들렸다. 그 이유는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또한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현재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어른인 내가 놓치는 것들을 참으로 많이 챙기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