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새와 사람은 하나죠!"

태화강 지킴이 '비둘기 아빠' 곽용씨의 전국체전 맞이

등록 2005.10.11 18:31수정 2005.10.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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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변에 국화와 맨드라미가 곱게 피었다.
태화강변에 국화와 맨드라미가 곱게 피었다.박석철
37년간 꽃을 보살피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는 새도 그의 친구이자 자식이 됐다. 교육공무원으로 2002년 정년퇴임한 곽용(64)씨는 울산의 태화강에서 '비둘기 아빠'로 통한다.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한 그는 청년시절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 지금껏 꽃과 함께 살고 있다. 태화강을 국화, 맨드라미, 분꽃 등 갖가지 색깔이 조화를 이룬 꽃밭으로 가꿔놓은 곽용씨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태화강으로 출근, 새의 모이를 주는 일부터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퇴직금으로 새모이를 사다

70년대 고향인 합천과 거창의 교육청에서 근무하던 곽용씨는 당시 교육청사를 꽃으로 가꾸며 남다른 면을 보였다. 79년 울산으로 부임하던 그의 이사차량에는 꽃씨가 가득 실렸다. 그는 "다른 짐은 몰라도 꽃씨만큼은 챙겨왔다"고 회상했다.

이해 울산여고로 부임한 그는 이 학교에 꽃길을 조성하더니 학성여고 등 옮기는 학교마다 꽃밭을 조성했다. 당시 울산에서 여고에 다니던 지역 여성들은 '행정실 아저씨가 꽃을 가꾸던 모습'을 종종 기억하곤 한다.

이 당시 조경이 되어있지 않던 태화강변을 눈여겨 본 그는 강변에 꽃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벌써 27년째다. 퇴근하면 태화강으로 달려가는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이가 많았다고 그는 기억한다.

10월 11일 아침, 곽용씨는 태화강변에서 그를 알아보고 모여드는 비둘기 떼에 보리쌀을 흩뜨렸다. 순식간에 모여드는 수많은 비둘기들이 장관을 이룬다.


곽용씨가 모이를 뿌리자 비둘기들이 좋아하고 있다.
곽용씨가 모이를 뿌리자 비둘기들이 좋아하고 있다.박석철
한달에 모이값만 30여만 원 이상 소요되는 데, 모두 그의 퇴직금에서 충당된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이 즐겁단다. 14일부터 열릴 2005 전국체전을 대비해 그는 수년간 꽃밭을 단장해 왔다.

곽용씨는 "아름다운 태화강에 꽃과 새와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을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태화강은 윤회사상을 담고 있다. 그는 "꽃의 일부가 새가되고, 새의 일부가 사람이 되고, 사람의 일부가 꽃이 된다"고 말했다. 꽃잎을 새가 먹고 배설물이 거름이 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하지만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 것 같다. 그는 "꽃과 새와 인간은 셋이 아니라 하나"라고 규정했다.

갈매기도 모인다

태화강에서 꽃을 돌보던 10여 년 전 어느 날 비둘기 두 마리가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는 신기해 먹이를 준비해 던져주니 다음날 10여 마리, 그 다음날 수십 마리 이런 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는 1400마리의 비둘기가 모인다고 그는 추정했다.

갈매기떼도 모여들고 있다.
갈매기떼도 모여들고 있다.박석철
그러던 어느 늦가을 바다에서 볼 수 있는 갈매기가 태화강에 나타났다. 신기해 먹이를 주었더니 수많은 갈매기떼가 가을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갈매기떼를 전국체전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를 태웠다고 한다. 본래 11월이 돼야 나타나지만 체전이 10월 중순인지라 그는 속으로 "제발 빨리 와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올해는 8월부터 갈매기가 모여들었다.

태화강변의 꽃과 비둘기가 체전손님 맞이를 하고 있다.
태화강변의 꽃과 비둘기가 체전손님 맞이를 하고 있다.박석철
태화강을 생태서식지로

그를 따라 태화강변을 돌아보면 재미있는 현상들을 목격한다. 20년 전 홍수 때 떠내려 온 느릅나무를 강변에 심었더니 이제는 어른 키의 두 배나 자랐다는 것, 접시꽃 사이에 맨드라미가 곱게 피어나 있는 것 등. 이곳은 생태서식지를 방불케 한다.

그가 태화강 주변에 시나브로 심은 사철나무가 1000그루를 넘었다는 것도 지나온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곽용씨는 느릎나무 앞에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나무를 칼로 훼손해 이런 문구를 적어 놓았다"고 말했다.

곽용씨가 훼손된 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곽용씨가 훼손된 나무를 가리키고 있다.박석철
'나는 생명이 있어요. 뿌리를 잘라가고 둥치를 칼로 깎아가고, 몸이 아파 죽겠어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나도 살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시사울산 발행인이며 이 기사는 sisaulsa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시사울산 발행인이며 이 기사는 sisaulsa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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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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