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변에 국화와 맨드라미가 곱게 피었다.박석철
37년간 꽃을 보살피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는 새도 그의 친구이자 자식이 됐다. 교육공무원으로 2002년 정년퇴임한 곽용(64)씨는 울산의 태화강에서 '비둘기 아빠'로 통한다.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한 그는 청년시절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 지금껏 꽃과 함께 살고 있다. 태화강을 국화, 맨드라미, 분꽃 등 갖가지 색깔이 조화를 이룬 꽃밭으로 가꿔놓은 곽용씨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태화강으로 출근, 새의 모이를 주는 일부터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퇴직금으로 새모이를 사다
70년대 고향인 합천과 거창의 교육청에서 근무하던 곽용씨는 당시 교육청사를 꽃으로 가꾸며 남다른 면을 보였다. 79년 울산으로 부임하던 그의 이사차량에는 꽃씨가 가득 실렸다. 그는 "다른 짐은 몰라도 꽃씨만큼은 챙겨왔다"고 회상했다.
이해 울산여고로 부임한 그는 이 학교에 꽃길을 조성하더니 학성여고 등 옮기는 학교마다 꽃밭을 조성했다. 당시 울산에서 여고에 다니던 지역 여성들은 '행정실 아저씨가 꽃을 가꾸던 모습'을 종종 기억하곤 한다.
이 당시 조경이 되어있지 않던 태화강변을 눈여겨 본 그는 강변에 꽃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벌써 27년째다. 퇴근하면 태화강으로 달려가는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이가 많았다고 그는 기억한다.
10월 11일 아침, 곽용씨는 태화강변에서 그를 알아보고 모여드는 비둘기 떼에 보리쌀을 흩뜨렸다. 순식간에 모여드는 수많은 비둘기들이 장관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