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정말 무섭네..."

[경북] 의성 고운사와 영주 수도리 무섬마을

등록 2005.10.17 17:03수정 2005.10.1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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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맑은 가을날 새벽에 길을 떠났다. 한낮의 햇살은 따가우나 새벽바람은 제법 산들거린다.

5번 국도를 달려 의성 시내로 들어갔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 유명한 의성 육쪽마늘을 꼭 사겠다는 아내의 의지로 미처 문도 열지 않은 시장으로 갔다. 그래도 마늘가게만은 몇 곳이나 열려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산더미 같은 마늘을 다듬고 있었다.


한 곳에 들어서니 의성마늘 자랑이 한창이다. 부산에서 마늘 사러 여기까지 왔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깎아 달라 졸랐다. 평소 보던 것보다 알맹이가 역시 크고 속이 실하다. 종자가 육쪽마늘이지 모든 마늘이 6쪽이 든 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신다. 종종 그걸로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고운사 일주문까지 천천히 걷다

a 걷고 싶은 길(의성 고운사 가는길)에서 필자 부부

걷고 싶은 길(의성 고운사 가는길)에서 필자 부부 ⓒ 함정도

시내를 약간 벗어나 고운사로 갔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돈다. 햇살 아래 말갛게 뻗어 있는 진입로가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위엄 있게 누워 있다.

차를 타고 일주문 주차장까지 2분이면 도착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예쁜 숲길이다. 일주문까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천천히 걷는 여유란 이런 걸 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등운산 고운사. 구름이 오르다 외로워 멈추었단 말일까. 속세 떠나 정진하시는 스님도 가을날의 외로운 구름을 보셨을까.


a 고운사 가운루

고운사 가운루 ⓒ 함정도

a 고운사 연수전

고운사 연수전 ⓒ 함정도

등운교를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면 계곡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가운루가 우리를 맞아준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연수전, 조선 영조시대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안한 곳이다. 그래서 작으나마 따로 솟을대문과 담장을 마련하여 팔작지붕 건물을 세웠기에 다른 불교 건축물과는 색다른 모습이다.

a 솟을대문과 담으로 둘러 처진 연수전

솟을대문과 담으로 둘러 처진 연수전 ⓒ 함정도

숭유억불정책 속에서도 왕실의 계보를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일까. 어쨌든 왕실의 보호를 받는 사찰답게 규모가 크고 당당하다.


깊은 산중에 있는 작은 평지에 오밀조밀 많은 전각들이 서로 마주보고 또는 등지며 불규칙적으로 어울려 있다. 현대적인 설계 구조를 생각할 때 엉성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나에겐 더 많은 친근감을 주고 있다.

지름길로 가려다 그만 길을 잃었다. 구불구불한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안보이고 사과밭만 끝없이 늘어서 있다. 한 할아버지께서 사과를 따고 계셨다. 그만 사과 향에 못 이겨 멈추었다.

금방 딴 사과 한 상자를 싼 값에 사서 실었더니 차 안에 사과향이 가득했다. 즙이 많고 상큼한 게 정말 맛있다. 이런 것도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나?

안동 조밥과 칼국시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들어섰다. 안동하면 생각나는 간 고등어, 헛제사밥, 찜닭 등 유명한 먹을거리가 많지만, 오늘 우리가 선택한 건 칼국시이다. '국수'가 표준말이라고 우기지 마시라. 경북에서는 분명히 '국시'가 맞다.

여름에 먹는 건진 국시는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고 가늘게 썰어서 끓는 물에 건져 찬물에 헹군다. 다른 칼국수와 달리 담백하여 소화되기도 쉽다.

a 음식의 거리

음식의 거리 ⓒ 함정도

a 조밥과 칼국시

조밥과 칼국시 ⓒ 함정도

안동의료원 앞 음식의 거리에 있는 칼국시 전문식당을 찾았다. 이곳은 조밥과 같이 나온다는 것이 조금 생소하다.

먼저 조밥에 쌈을 싸 먹고 입가심으로 칼국시를 먹는가 보다. 먹는 방법을 몰라 먼저 나온 조밥을 쳐다만 보고 국시를 기다리다가 주인 할머니께 한마디 들었다. 순서야 어찌했든 조밥에 된장을 넣은 쌈을 한입 넣는다.

된장에서 시골 맛이 폴폴 나고 있었다. 기름기 하나 없이 깔끔하여 이게 요즘 말하는 웰빙음식인가 싶었다.

a 설탕과자의 유혹

설탕과자의 유혹 ⓒ 함정도

a 안동찜닭 골목

안동찜닭 골목 ⓒ 함정도

음식의 길은 재래시장으로 이어졌다.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설탕과자의 추억에 흐뭇해 했고 유명한 안동찜닭 골목도 기웃거렸다.

수도리 전통마을 외나무다리

a 전통마을 초가

전통마을 초가 ⓒ 함정도

길가에서 놀고 있는 꼬마들을 붙잡고 물어물어 영주 부근에 있는 수도리 전통마을로 갔다. 우리말로는 물섬 혹은 무섬이라고 한다. 강물이 마을을 휘돌아가서 생긴 이름이다. 강물이 그리 깊진 않아도 외부로 난 길이 외나무다리뿐이었는데 새 다리가 건설된 후로는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쳐 전통을 살리는 마음으로 새로 외나무다리를 놓고 마을 축제도 열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축제가 끝난 후라 조용했다.

a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 함정도

외나무다리에 올라섰다. 만약 원수를 만난다면 둘 다 물에 빠져야 할 것 같다. 생각보다 건너기가 좀 어렵다. 폭이 좁은데다 찰랑거리는 물결을 보더니 아내는 어지럽다며 엄살을 피운다. 그래도 건너는 재미가 있는지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강아지 한 마리도 귀여운 여자애를 따라서 폴짝거리며 건넜다.

햇살과 강물과 모래알이 부딪혀 반짝거렸다.

덧붙이는 글 | 2005년 10월 3일 경북 의성, 안동, 영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여행정보]

의성마늘은 의성읍내 재래시장에서 항상 구할 수 있습니다.

고운사 가는길

중앙고속도로 - 남안동I.C 또는 의성I.C - 5번 국도 이용 - 고운사가는 표지판이 보임

안동 조밥과 칼국시

안동시내 음식의 거리(시청이나 안동의료원에 주차)

영주 수도리 전통마을

중앙고속도로 - 영주I.C - 28국도 이용 영주 방향 - 5번 국도 안동방향으로 우회전하여 3분거리 수도리 전통마을 표지판이 보임
 
이 글은 안락답사회 홈페이지(http://hamjungdotour.netia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5년 10월 3일 경북 의성, 안동, 영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여행정보]

의성마늘은 의성읍내 재래시장에서 항상 구할 수 있습니다.

고운사 가는길

중앙고속도로 - 남안동I.C 또는 의성I.C - 5번 국도 이용 - 고운사가는 표지판이 보임

안동 조밥과 칼국시

안동시내 음식의 거리(시청이나 안동의료원에 주차)

영주 수도리 전통마을

중앙고속도로 - 영주I.C - 28국도 이용 영주 방향 - 5번 국도 안동방향으로 우회전하여 3분거리 수도리 전통마을 표지판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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