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농부와 허수아비

들녘은 풍년인데 왜 농심은 흉년같은가

등록 2005.10.12 18:41수정 2005.10.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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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남 함평군 홈페이지 제공/라규채님 작품

전남 함평군 홈페이지 제공/라규채님 작품 ⓒ 나천수

농부와 허수아비


글/나천수


농부가 풍년으로 웃으면
허수아비도 풍년이라고 웃는다.
농부가 흉년으로 울면
허수아비도 흉년이라고 운다.

농부가 풍년가 춤을 추면
허수아비도 따라서 춤을 춘다.
농부가 맨손 맨발로 들에 가면
허수아비도 맨손, 맨발로 서있다.

농부는 허수아비를 웃게 하려고
허리가 으스러지도록 들녘을 안았다.
허수아비도 농부가 웃도록
베적삼 가슴 배꼽 드러나도록
두 팔 벌려 밤낮으로 알곡을 지켰다.

추수를 기다리는 가을 들녘에는
참새들이 풍년가를 부르지만
농심은 왠지 흉년 든 것처럼
텅 빈 가슴에 갈바람이 지나간다.


허수아비도 덩달아 야윈 가슴 내놓고
다 헤진 누더기 벗지도 못하고
참새들 풍년가 그만 부르라고 손 휘 젓고 있다.

들녘 풍년이 집 마당 풍년 되고
집 마당 풍년이 돈 풍년들어
들녘 황금색이 황금지갑 되어야
농부도, 허수아비도 웃을 건데,
황금물결만 보고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2005년 10월 12일

덧붙이는 글 | 오마이 독자를 위한 남도 답사 시

덧붙이는 글 오마이 독자를 위한 남도 답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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