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웃이 있는 곳, 신성양로원

등록 2005.10.14 19:33수정 2005.10.14 19:33
0
원고료로 응원
a 신성양로원 건물 앞에 선 할머니들. 뒷줄 왼쪽 양재숙 생활지도원, 뒷줄 오른쪽 김일남 원장.

신성양로원 건물 앞에 선 할머니들. 뒷줄 왼쪽 양재숙 생활지도원, 뒷줄 오른쪽 김일남 원장. ⓒ 권재현

"할아버지 할머니 가족같이 모셔요"

6·25전쟁 때 좌익세력에게 허리를 다친 상태로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서 독거생활을 하던 이상근(가명) 할아버지.

아내와 세 자녀를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이옹은 아흔이 넘은 고령에 각종 노인성 질환을 안은 채 홀로 살다 교회장로인 통장의 권유로 재작년 7월 신성양로원에 입소하기까지 참으로 고난한 삶을 지탱해왔다.

그는 신성양로원에 들어오면서 의-식-주 해결은 물론이고 의료혜택도 제때 받는 등 독거생활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또래 동생격인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직원들의 보살핌으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혼자 살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이옹은"2년째 양로원에 살다보니 마음과 건강이 많이 나아졌다"며 동생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이웃 친구들처럼 지내고 있다고.

전북 전주시에서 인가시설로는 단 한 곳뿐인 신성양로원(원장 김일남 063-222-6007 ssin59.com)에는 이옹처럼 의지할 곳 없지만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40명(남 11명, 여 29명)이 친동생, 오빠, 이웃처럼 오붓이 살고 있다.

신성양로원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온 게 올해로 47년째다.


삼천동 우전교를 지나 금산사 방향으로 복숭아로 이름난 용산마을에 자리한 이 양로원은 1959년 완산교회 고 김윤식 목사가 서학동 흑석골에 무의탁 노인숙소를 처음 만든 후 1989년부터 98년까지 10년간 국가와 완산교회의 지원으로 마련한 6억여 원으로 물리치료실과 목욕탕을 짓는 등 증축을 해 오늘에 이르렀다.

붉은 벽돌로 기와지붕을 얹히고 지은 2층 양옥 형태 건물의 양로원은 입구 양 편에 화단이 줄지어 서있고 화단 너머 옆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온갖 채소를 심고 키울 수 있도록 200평 규모의 밭이 있어 편안한 집 마당 분위기를 풍긴다.


양로원 마당 바로 앞에 있는 밭에서 김 할머니는 곳곳의 감나무와 노랗게 열매 맺는 호박잎 사이 밭자리에서 힘들게 허리를 굽히고 앉아 흙을 파서 무언가를 심고 있다.

김 할머니는 "꽃이든 뭐가 됐든 밭에 내가 심은 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며 한번 해보라는 표정을 짓는데 무구한 아이같다.

이날 양로원밭에는 김 할머니말고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혹은 둘이서 앉아 혹은 한 명이 서로 흙을 만지며 작은 꽃을 심는다.

최근 대만노인치매협회가 대만대 병원 신경내과에 치매 발병률을 위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거주 지역의 노인치매 발병률은 3~4%였으나 양로원은 42%, 요양원은 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양로원은 인지능력과 신체 프로그램을 통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흔히 겪게 되는 건망증, 치매 등을 예방하고 있다.

양로원은 식사시간에 나온 반찬 맞추기, 숫자를 조합해서 기억하기, 퍼즐게임 등 다양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시공간개념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모여서 노래자랑, 여가생활, 몸풀기 등을 하면서 몸을 자주 움직이게 한다.

연인원 18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봉사의 손길은 양로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석.

양로원 유경남 사무국장은 "택시기사 선교회와 가로수교통 봉사대에서는 어버이날 등 기념할 만한 날에 양로원을 어김없이 방문해 위안공연을 해주고 있다"며 "전일고, 호남제일고 등 학생들도 한달에 두번 토요일마다 양로원을 찾아와 4시간동안 어르신들께 춤도 춰보이고 노래 등 장기자랑을 해보여 손주 재롱 보듯 즐거워 하신다"고 말했다.

특히 전 여성회관 회장이었던 김진숙씨는 97년부터 양로원과 인연을 맺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부모님처럼 대하면서 미용봉사를 하고 있어 더없이 고맙다고.

봉사하는 사람들과 후원자들의 도움이 항상 고맙다는 유 국장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내년 지방선거로 인해 후원이 예전보다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몸소 실천하는 따뜻한 이웃사랑이 더욱더 빛나는 요즘이다"고 말했다.

신성양로원 김일남 원장 "후원도 마케팅시대"
5년간 후원자수 절반, 후원금 70% 줄어

▲ 앞으로는 인터넷 나눔사이트 후원방식도 모색하겠다는 김일남 원장.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뛸거에요”

신성양로원 김일남 원장(34세)은 앞으로 안정적인 사회복지시설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종전의 후원방식에 기대지 않고 후원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전주에 IMF한파가 뒤늦게 찾아온 200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절반으로 줄어든 후원자수와 70%나 감소한 후원금액이 신성양로원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일찍 결혼해 11살 난 딸을 키우는 김원장은 “단순히 앉아서 들어오기만 바라는 후원방식의 양로원 운영은 앞으로 많이 힘들 것 같다”며 “ 인터넷에서의 나눔사이트 활동과 기업기부의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사회복지학과 졸업 1년후인 95년 7월 이 양로원에 생활지도원으로 처음 들어와 5년후인 2000년부터 양로원을 책임지는 원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그이지만 10년전을 회상해보면 노인성질환을 앓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뒷바라지는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요양원이 많이 생기는 요즘과는 달리 10년전에는 양로원이 요양원 역할도 병행해 대소변 받아주기는 기본이고 사무실에서 쉴 수 조차 없이 수시로 뛰어다니며 잦은 질병으로 병원을 오가다 하루 일과를 마칠 때가 부지기수.

그렇게 바쁜 10년을 보낸 김원장의 말.

“어르신들이 생각하시는 ‘경험의 그릇’이 젊은 사람들보다 크기 때문에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속에서 진정으로 어르신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드려야 하는지를 깨달아가는 시간은 참보람의 시간이었고 오히려 내가 배운 것이 많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양로원을 찾는 사람들은 양로원장이면 으레 나이 지긋한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아직 30대인 그를 보면 적잖이 놀라기도 한단다. 그러나 그는 젊으니까 젊은 생각 젊은 행동으로 보다 더 발전되고 편안한 어르신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좋다고 말한다.

김원장은 “양로원에서 생활하시다 하늘나라로 가시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살아생전 못해드린 것이 있는지 후회하지 않도록 저와 직원 모두 최선을 다해 내 할머님 할아버님처럼 정성껏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로원을 적극 도와주시는 여러 후원자 및 자원봉사자분들과 완산교회 이사님들, 여러 교인분들이 커다란 도움을 주셨고 특히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으신 완산원 대표이사 김동문 목사님의 남다른 애정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마움의 표현도 잊지 않았다. / 권재현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