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이제부터의 다양한 교류가 중요"

[인터뷰]'2005 한일우정의 해 기념 연극 <가라오케맨> 배우 가자마 모리오씨

등록 2005.10.17 09:52수정 2005.10.17 15:06
0
원고료로 응원
a 가자마 모리오의 모노드라마<가라오케맨>포스터

가자마 모리오의 모노드라마<가라오케맨>포스터 ⓒ 톰프로젝트 주식회사

2005년 한일수교 40주년을 기념하여 '2005 한일 우정의 해'가 지정되었다. 기념 공연의 일환으로 문화관광부와 일본 문부성, 대구연극협회 등의 후원을 받아 연극 <가라오케맨>이 지난 1일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청주, 대구에서 공연되었다. 미타니 류지 연출의 모노드라마인 <가라오케맨>은 일본의 국민 스타이자 실력파 배우인 가자마 모리오(風間杜夫)가 출연한다.

연극이 일본어로 진행되기에 한국인 관객들과 배우 사이에는 언어의 장벽이 있다. 하지만 무대 위쪽에 한국어 자막기가 설치돼 있어, 관객들이 연극을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또한 가자마 모리오씨의 연기력과 노래로도 언어의 문제는 말끔히 해소된다.


상사 앞에서의 아첨을 부리며 비위를 맞추는 그의 말투, 애인에게 정말 꼬집힌 듯한 그의 액션,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며 슬피 우는 그의 표정에서 관객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연극에 동화된다. 극 중에서 그는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일본 노래가 대부분으로 자막으로 가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관객들은 감칠맛 나는 그의 노래와 연기에 매료되어 박수를 치며 연극에 참여했다.

중간 중간 ‘바쁘다 바뻐’ 등 한국어 대사를 넣어 관객들을 놀라게 하며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을 한국어로도 불러 관객들의 호감도를 높이고 연극에 몰입시켰다.

실제 이 작품은 <타비노 소라> <가라오케맨> <히토리>로 순으로 나눠지는 모노드라마 3부작 중 1막이다. <가라오케맨>은 3부작 가운데서도 중핵을 이룬 작품으로 2003년 일본 문화청 예술제 대상을 수상했고 연출의 미타니 류지씨는 일본 연극협회장상을 받았다. 또한 배우 가자마 모리오씨는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 남우상 수상했다.

가자마 모리오씨는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한국의 안성기’ 같은 국민배우이다. 일본, 스페인, 중국에서도 공연되었는데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2일 대구를 끝으로 한국 공연을 마친 가자마 모리오씨와 인터뷰를 통해 <가라오케 맨> 작품에 대한 내용과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a <가라오케맨>의 가자마 모리오씨

<가라오케맨>의 가자마 모리오씨 ⓒ 하영지

- 공연을 끝낸 소감은?
"굉장히 젊은 관객들이 많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관객들의 박수가 깊이 나에게 와 닿았습니다. 관객에 힘입어 연극을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 가수처럼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놀랐는데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해요. 저는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가수의 역이 아닌 그냥 샐러리맨으로 가라오케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것일 뿐이에요. 청주에서 판소리를 들었어요. 굉장히 감동했습니다. 뭔가 판소리 특유의 배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열정, 청주에서 판소리를 듣고 연극에 더욱 열심히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 모노드라마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점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50대가 넘은 중년 샐러리맨입니다. 결코 멋지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니지요. 여자와의 문제도 있고 여러분이 가까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슬픔이랄까, 때때로 유머와 함께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삶에 허우적거리던 주인공은 부모님의 죽음을 계기로 한 번 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지요.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은 위한 응원가로써 이 연극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주인공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노래를 불렀는데 특별한 의미는?
"한국인들도 노래방을 좋아하겠지만 일본인들도 자주 노래를 불러요. 괴로운 일, 즐거운 일이 있으면 노래로 자신을 해방시킨다고 할까요. 그리고 또 가라오케가 생겨나면서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 즉 자기표현이라고 할까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도 사용하기 위해 가라오케라는 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남자의 경우에도 어떤 일이 있어도 노래를 부르죠. 물론 노래만으로 전부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 ‘한일 우정의 해’ 수교 40주년 기념 공연에 참가하시게 된 계기는?
"2000년에는 스페인에서 공연을 했고, 2002년에는 중국에서 공연을 했는데,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서 한국에서 공연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이것이 정말 기회라고 생각해서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영화나 TV관계 일로 부산과 서울에 온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상의 일로 관객들께 직접적으로 자신을 보일 기회가 없었습니다. 생생한 연기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극을 통해 교류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교류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카메라를 상대로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를 보여드리지만, 연극의 라이브라고 하는 것은 정말 오늘도 느꼈지만 관객 분들이 반은 만들어 가는 거예요. 관객들과의 교류를 통해 연극이 만들어 가는 것을 저는 정말로 좋아합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저의 인생 일부분을 10월 12일 7시 반부터 1시간 남짓을 한국 관객들께서 목격하셨다고 할까요. 그 조그만 일부가 한국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겨진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기쁩니다. 그것이 라이브 연극의 참맛이라고 생각합니다."

- 극 중 조용필 노래를 한국어로도 부르셨는데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일부러 준비하셨는지?
"한국에서의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 연습했습니다. 중국이나 스페인 등 다른 나라의 공연과는 달리.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은 일본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노래였고 한국어로 부르기 위해 계속해서 들으며 연습했습니다."

- 한국에서 특별히 느낀 점이나 이미지
"인천에서 서울, 청주, 대구까지 4번 전부 8회에 걸쳐 공연하면서 각 도시를 순회해왔습니다. 저는 한국은 아직 예의범절의 문화와 풍습이 확실히 남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나이 드신 분이 오자 젊은 여성이 금방 일어나 자리를 내어드리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굉장히 감동 받았습니다."

- 2005년은‘한일 우정의 해’로 다양한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대한 생각이나 바라는 점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고 일본의 노래도 불려지고 일본의 영화가 상영되는 등 이제부터 더욱더 다양한 장르의 연극이라던가 뮤지컬 등 그 이외에도 예술적 교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어려운 벽이 있지만, 일본은 정말 이전의 전쟁으로 조선 반도에 피해를 주었다고 현재의 일본인들도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반일감정이 굉장했지요. 저도 그것이 굉장히 신경 쓰였고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보도와는 달리 일본인들도 역시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제부터의 해나갈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것을 꼭 어필하고 싶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
"1인 연극인 이 모노드라마는 일본에서는 3부작으로 공연합니다. 휴식시간 10분 넣어 3시간 계속해서 혼자 공연을 하는요. 이 후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갑자기 기억상실이 되어버려서 어떤 것도 기억이 나지 않게 되지요. 가족이나 일이라든지 전부 잊어버리게 됩니다. 다만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영화나 연극을 좋아했다는 것.

어릴 적부터 영화와 연극이 좋아서 배우가 되고 싶었던 남자였어요. 일본에는 유랑극단이란 것이 있는데 이 유랑극단에 들어서 배우가 되는 그런 스토리의 이야기입니다. 3시간의 모든 공연을 대구에서 하지 않겠냐는 제의가 있었으니, 다음에도 이곳 대구에서 꼭 한 번 공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라오케맨>은 일본의 한 평범한 중년 샐러리맨의 이야기로, 가정, 일, 이성 문제 등 벗어나고 싶지만 참고 견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고된 삶의 비애를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라오케라는 소재와 샐러리맨을 통해 해학적 웃음과 즐거움 이외에도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의 모습과 그 삶에 대한 비애, 허탈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자신의 인생을 느끼고 성찰하게끔 한다.

가자마 모리오씨는 이번에는 3부작 중 <가라오케맨>만 공연하였지만 2007년 정도에 총 3부작으로 다시 공연하실 의사가 있다고 하셨다. 이번 연극을 통해 느꼈던 색다른 감동이 다음번에는 어떤 재미난 상상력과 의미 있는 내용들로 관객과 하나 되어 갈 수 있을까. 자못 기대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5. 5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