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언론, 학교에 올바른 언어사용을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요?최육상
지난 7월 28일 언어사용과 관련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국어정책의 수립•시행,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 국어의 국외 보급 및 국어정보화 등을 통한 국어의 보전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창조적인 사고력을 증진하고 민족문화의 창달에 기여"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띤 '국어기본법'이 시행된 것.
이 법 제14조 1항은 "(공문서의 작성)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돼 있고 제 15조 2항은 "(국어문화의 확산)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제24조 1항에서는 "(국어상담소의 지정 등)문화관광부장관은 국민들의 국어능력을 높이고 국어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어관련 전문기관•단체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부설기관 등을 국어상담소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해 학교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chosun'말고 'joseon' 써야
국어기본법에서는 이처럼 관공서와 언론사, 학교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이다. 관공서의 오류는 김유정 표기에서 여실히 드러났고, 언론사의 문제는 사명을 둘러 싼 조선일보의 헷갈리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는 영문 이름에서 문제점이 보인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는 'Chosun.com'이다.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이는 'Joseon.com'으로 해야 맞다. 물론 로마자표기법 제7항은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 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올바른 언어 사용을 해야 하는 언론사라면 상황은 다르다.
학교의 경우는 중앙대의 영문표기인 'chungang'이 대표적이다. 이 역시 예외 조항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mct.go.kr'은 어디 홈페이지일까? 'BK21'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무슨 사업일까? 'Today's Special'은 무엇일까? 순서대로 문화관광부(Minitry of Culture and Tourism), 두뇌한국(Brain Korea)을 위한 사업, SBS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보여주는 오늘의 특별한 소식이다.
관공서 홈페이지는 대개 이니셜의 첫 글자를 조합해서 영문 약자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언어사용을 권장해야 하는 문화관광부는 물론이고 교육인적자원부(moe.go.kr), 보건복지부(mohw.go.kr), 건설교통부(moct.go.kr) 등 많은 부서가 이런 식이다. 반면 국정홍보처(allim.go.kr)와 통일부(unikorea.go.kr) 등은 의미가 통하는 홈페이지 주소를 가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 영어를 안 쓸 순 없다. 약자를 쓰는 것도 좋다. 하지만 뜻과 의미는 통해야 하지 않을까. mct.go.kr 대신 munkwangbu.go.kr를 쓰면 안 되는 걸까. 두뇌한국 대신 비케이이십일을 써야 하는가 말이다.
국어기본법 제20조 1항은 "(한글날)정부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선양하고 범국민적 한글사랑 의식을 고취하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행한다"고 적고 있다. 한글 사랑은 올바른 언어사용에서 비롯된다. 진정으로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강조하려면 정부와 언론, 학교가 솔선수범해 국어기본법을 지켜 한글을 올바로 사용하고, 로마자표기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