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다니는 엄마들 다 모여라!

여름이의 가을운동회

등록 2005.10.18 16:50수정 2005.10.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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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다보니, 여름이를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름이와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주고 싶은 것도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치는 때가 너무 많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음카페에 직장에 다니는 엄마의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페에 들어가 이곳저곳 살펴보니,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이 가득했다.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가입을 했고, 매일 아침마다 그 카페에 들어가 정보도 얻고, 서로 얼굴도 모르는 직장맘들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사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모임은 많이 있고 몇 군데 가입은 했지만, 직장에 다니다보니 평일에 모이는 행사나, 모임 같은 것엔 참석을 할 수가 없었다. 참석할 수 없어 애태우던 날들도 간혹 있었다. 그런데 이 모임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만의 모임이어서 그런지, 함께 나눌 수 있는 고민거리도 많았고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얼굴은 모르지만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었고, 그러던 중 정기모임을 한다는 공지가 떴다.

난 가입한 카페가 몇 군데 있기는 했지만 직접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본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왠지 쑥스럽고, 나가면 너무 서먹서먹할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과감하게 나가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모임이 있는 일요일은 마침 아무런 계획이 없기도 했고, 여름이를 공원에서 또래의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요즘 가뜩이나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여름이에게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욕심도 한몫했다.

참가하겠다고 꼬리말을 달았다. 팀을 가르고, 음식을 나누고 모임에 가기 전에 모든 일들이 나누어졌고, 이미 우리팀원들과는 문자메세지로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사이가 되었다. 특별한 요리솜씨가 없는 나는 간식을 준비해 가기로 했다.


드디어 정기모임이 있는 일요일 오전. 일찍부터 일어나서 요즘 조기축구회에 푹 빠진 남편을 깨워 내보냈다. 그리고 달걀을 삶고, 밤을 찌고, 엄마가 대신 쪄주신 고구마를 싸고, 짐을 챙겨들고, 여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여름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이 별로 없어서 지하철만 타자고 해도 좋아한다.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촌역에 내렸다. 모임장소가 용산가족공원이기 때문이다. 이촌역에서 용산가족공원까진 무거운 짐을 들고, 아이를 데리고 걷기는 조금 먼 거리였지만, 힘든지 모르고 걸었다. 여름이와 나는 가는 내내 손을 꼭 붙잡고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걸었다.

공원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주 예전에 한번 가보고 거의 10년 만에 다시 가본 것 같은데, 온통 풀밭인 공원이 맘에 들었다. 모임을 찾아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다들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인터넷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서인지 어색하지 않고, 금방 어울릴 수 있었다.

a 가자마자 모여서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고 밥부터 먹었습니다.

가자마자 모여서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고 밥부터 먹었습니다. ⓒ 김미영


a 여름이와 내가 속한 사과팀 1조 친구들과 함께

여름이와 내가 속한 사과팀 1조 친구들과 함께 ⓒ 김미영


a 여름이와 빼빼로 먹기 게임 중

여름이와 빼빼로 먹기 게임 중 ⓒ 김미영


a 여름이가 젤 즐거워한 "우리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여름이가 젤 즐거워한 "우리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 김미영


밥을 먼저 먹고 몇 가지 놀이를 시작했는데, 여름이가 너무 즐거워했다. 짝짓기놀이,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 과자 따먹기, 빼빼로 먹기, 그리고 물감도장 찍기 놀이 등. 여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가을운동회여서 그런지 아주 신나했다. 모임이 다 끝나고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자 여름이는 아쉬워하며 나에게 물었다.


"엄마, 다음에 또 올 거지?"
"그럼~ 다음에 또 올 거야~"

여름이는 정말 즐거웠던 모양이다. 여름이가 너무 즐거워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여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했는데 이번 나들이로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았다. 직장에 다니며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모인 많은 엄마들, 어쩌면 피곤해서 쉬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울 여름이 요즘 결혼이 하고 싶다고 노래처럼 말합니다.
그 상대가 누구냐하면, 바로 요즘 모방송국에서 하는 일일연속극 주인공남자입니다. TV에 매일저녁 그 주인공이 나오면 여름이는, "엄마 나 저 오빠 좋아하거든? 저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이럽니다. 참, 벌써 결혼시켜야 하려나 봅니다. ^^

덧붙이는 글 울 여름이 요즘 결혼이 하고 싶다고 노래처럼 말합니다.
그 상대가 누구냐하면, 바로 요즘 모방송국에서 하는 일일연속극 주인공남자입니다. TV에 매일저녁 그 주인공이 나오면 여름이는, "엄마 나 저 오빠 좋아하거든? 저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이럽니다. 참, 벌써 결혼시켜야 하려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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