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순 할머니임성식
이런 동동주 맛을 못 잊어 예전에는 서울과 같은 먼 곳에서 할머니가 만든 동동주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명성도 세월 앞에서는 서서히 잊어져간 추억에 불과하다.
지금은 가끔 어디선가 찾아와 할머니의 동동주가 생각난다고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마지못해 술을 빚고 있다. 할머니 몸도 예전과 달라 연로하신 할머니에게는 동동주 빚는 일이 여간 어려운 노동이 아니다.
김 할머니 집에 들어섰을 때 어디선가 술익는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마침 오늘이 용수(깔때기 모양의 용기)를 받는 날이라며 부엌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동동주 만드는 과정을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술 찌꺼기를 걷어낸 다음 용수를 넣어 동동주를 말통에 담기 전에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동동주 한 사발을 떠다가 부뚜막에 올려놓았다. 그 장면은 마치 신께 경배라도 올리는 경건한 의식과도 같았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묻자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로 "뭐하긴 뭐여 부엌신께 술맛이 좋게 해달라고 하는 거지"하며 웃으며 말했다. 김 할머니는 자신이 빚어 낸 동동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할머니는 "우리 집 술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환장들 했지!"하며 옛날에 한참 잘 나갈 때의 무용담을 털어놓았다.
또 옛날에 허가 없이 술을 담그다가 세무서 직원들에게 들켜 벌금 물고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세무서 직원들을 떠올리면 제일 무섭다며 너스레를 떤다.
할머니의 정성스런 솜씨도 솜씨지만 술맛을 결정짓는 비결은 다름 아닌 양지 바른 앞마당에 있는 지하수에서 나오는 청정수에 있다. 김 할머니도 물맛이 좋아야 술맛도 좋다며 술맛의 비결이 물맛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