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부동산 대책을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19일 오전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권에 "8.31부동산 종합 대책을 흔들림 없이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오마이뉴스 박수원
이씨도 그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카페에 가입했고, 이날 기자회견에까지 참석하게 됐다. 그는 이 날 왜 자신이 어렵게 자리에 나오게 됐는지를 담담하게, 때로는 목소리를 높여서 설명했다. 그는 우선 자신의 이력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강남에서 재건축 사업을 주로 하는 건설사에 차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집은 서대문구에 있지만 주로 방배동, 개포동에서 재개발, 재건축 실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일부에서는 참여정부가 들어서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됐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노태우 정권 이후 지속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안정화 되지 못하고 계속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봅니다."
그는 "정부 정책이 일부 개정되는 것에 따라 17평짜리 개포동 주공아파트 가격 1~2억원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면서 "2003년 2억 5천만원 하던 주공 17평이 11억원으로 천문학적 수준으로 상승했다가 8.31 부동산 대책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경험을 바탕으로 강남 재건축 현장의 일반적인 소유 현황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재건축을 준비하는 강남의 아파트 가운데 실제 거주자는 전체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소유가 목적이 아니라 투자가 목적이기 때문이죠. 어느 아파트에 '재건축 축하' 플래카드가 붙으면 6개월 만에 그 동네 땅값이 정확히 2배가 뜁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부동산 업자들이 돈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흘리면, 너도 나도 재건축 분양권을 사려고 합니다. 미성년자 이름이 버젓이 조합원 명단에 끼어 있기도 하고요."
그는 대한민국이 상식적인 사회가 되려면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샐러리맨이 너나 할 것 없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8.31 대책이 세금폭탄? 언론 보도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이씨는 사실 19일 기자회견에 떨리는 마음으로 왔단다. 8.31 대책이 흔들림 없이 시행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직업의 성격상 얼굴을 내밀고 기자회견에 나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8.31 대책이 방향은 잘 잡았다고 봅니다. 당장 정부가 2006년부터 재개발, 재건축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한다는 정책이 나오자 강남 재건축 시장 가격이 2~3억원씩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는 정치권과 함께 언론의 정확한 보도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잘 알 겁니다. 마치 언론은 8.31대책 이후 집 가진 모든 사람이 재산세를 1% 내야하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그거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각 가정에 배달된 재산세 고지서가 이를 증명해 줍니다. 하지만 언론은 종부세를 재산세로 둔갑시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다 계산기 두드려 보고 이익이 나면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8.31 대책이 마치 세금 폭탄인 것처럼 보도하고, 일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전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이씨는 건설업체에 일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집이 투기가 아니라 거주 목적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게 단기적으로는 자신이 하는 재건축 사업에 피해를 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맞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친 정부적인 운동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여유 있게 응수했다.
"무엇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긍정적으로 지지하는 시민들의 운동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8.31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집값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럼 전 내일 사표를 써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바로 해고를 무릅쓰고 기자회견에 나온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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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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