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도 최저임금 보장해야"

최광수씨 회사 상대로 법정 투쟁...19일 1심 패소

등록 2005.10.20 10:36수정 2005.10.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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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앞에서 "택시 노동자 최저월급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택시 노동자들과 노동 단체 관계자들. ⓒ 강상원

택시 노동자 최광수씨가 회사를 상대로 '최저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9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1심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최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할 계획이다.

8년 동안 택시회사에서 일했고 현재 개인택시 기사인 최씨는 "회사는 택시 노동자들한테 겨우 30만원 정도 밖에 안 줘 왔다"면서 "최저임금법에서 정해진 최저임금에서 회사가 준 기본급을 뺀 나머지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13일 평택지원 정문 앞에서는 택시기사들과 민주노총평택안성지구협의회, 민주노동당평택시위원회 등 평택지역 노동운동 단체 관계자 30명 정도가 모여 최씨를 지지하는 "집회성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19일 재판을 마친 최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납금제 없애고 시영택시제도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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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택시 노동에 퇴직금은 겨우 2백, 생활임금도 아니고 최저 임금이라도 달라는데, …정말 억울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회에서 연설을 한다는 택시 노동자 최광수씨가 몇 번이고 "억울해서"를 외치고 있다. ⓒ 강상원

- 13일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까닭은?
"지난 8년 택시 노동자로 일할 때 못 받은 최저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 퇴직금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는 건가?
"그렇다."

- 무슨 말인가? 택시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나?
"법적으로는 택시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법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 올 최저임금이 70만원 정도인데, 택시 노동자들은 그 정도도 못 받는다는 것인가?
"턱도 없다. 택시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다달이 기본급이라는 걸 받는데, 겨우 20만~30만원 선이다."

- 하지만 실제로 그 정도밖에 못 버는 건 아닐 것 같은데, 회사에서 받는 것 말고, 더 버는 돈은 얼마나 되나?
"개인운송수입금이라고 하는데, 그건 개인마다 다르고, 날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다. 내 경우는 월 평균 30만원 정도 됐다. 재수가 억세게 좋은 날은 사납금 갖다 내고도 10만원 가까이 벌기도 했고, 재수 옴 붙은 날은 사납금도 못 벌었다."

- 사납금도 못 번 날은 어떻게 하나?
"집에서 내 돈을 가져다가 사납금을 채워서 회사 사장한테 갖다 줘야 한다. 나도 첨엔 그렇게 했다. 그런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택시 노동자는 하루 종일 운전하고 다니면서, 죽어라 돈 벌어다 바칠 뿐만 아니라, 사납금이 모자라면 그 가난한 살림살이에 써야 할 돈을 빼다가, 떵떵거리고 잘 사는 사장한테 갖다 바쳐야 한다는 게 정말 억울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중에는 사납금에 모자라는 돈을 채우지 않고, 그냥 그날 번 돈만 다 갖다 줬다."

- 회사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회사는 내가 무슨 큰 돈이라도 떼먹은 냥, 그 동안 안 낸 사납금을 다 물어 내라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1심에서 내가 졌다. 하지만 1심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판사는 회사가 나한테 준 기본급에다, 내가 더 벌어간 개인운송수입금을 합친 돈을 월급이라고 우겼다.

하지만 회사는 내가 퇴직할 때, 나한테 퇴직금을 조금 주기 위해서 자기들이 나한테 준 기본급만 가지고 퇴직금을 계산했다. 개인운송수입금이라는 것은 결국 사장한테 유리할 땐 월급에 해당되고, 사장한테 불리할 땐 월급에 해당도 되지 않는다. 그게 말이 되나? 그래서 나는 바로 항소를 했고, 지금은 수원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 오늘(19일) 재판은 최저 임금 청구 재판이었는데?
"맞다. 이건 내가 회사를 상대로 건 재판이다. 회사는 택시 노동자들한테 겨우 30만원 정도 밖에 안 줘 왔고, 현재도 안 주고 있고, 앞으로도 안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저임금법에서 정해진 최저임금에서 회사가 준 기본급을 뺀 나머지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재판도 또 졌다. 내가 택시 노동자인데다 변호사도 없이 혼자 싸우고 있어서 그런지, 판사가 굉장히 편파적이었고, 나를 무시하는 게 역력했다. 변호사를 살래도 돈이 있어야 살 것 아닌가! 정말 억울하다."

- 재판부가 편파적이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지난번에는 선고하겠다고 하고서, 사장이 변론재갠가 뭔가를 요청하니까,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그걸 요구했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선고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당신같이 편파적인 사람한테 재판 못 받겠다면서 재판부 기피 신청이란 것까지 했다. 그런데도 오늘 그냥 선고해 버렸다. 이게 편파적이지 않은가?"

-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항소할 것이다. 도저히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다."

- 택시 노동자들의 근무 형태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 줄 수 있겠나?
"회사 택시 노동자들은 보통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한다. 밤을 꼬박 새워 가며 택시를 몬 뒤, 그 다음날은 쉬는 것이다. 그렇게 번 돈 가운데, 사납금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9만여 원씩을 회사에 갖다 내야 한다. 회사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요즘은 거의 모든 회사의 사납금이 하루 9만원이 넘는다.

사납금만 낸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하루 평균 400km 정도 뛰는데, 가스비도 모두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사고라도 나면 끝장이다. 큰 사고를 내거나 당하면 어차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 치고, 작은 사고가 나더라도 개인택시 못 받을까봐 보험처리도 못하고, 노동자가 자기 돈으로 다 물어내야 한다.

웬만한 노동자들은 조그만 회사에도 구내식당이란 게 있어서 거기서 아침, 점심, 저녁에 밤참까지 다 먹을 수 있지만, 택시 노동자들은 매 끼니 식사를 집에 가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가지고 어딘가에 차를 세워 둔 채 혼자 쓸쓸히 먹거나, 값싸고 맛있고 양 많이 주는 식당을 골라가서 큰 맘 먹고 사먹거나, 어쨌든 모두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 택시 노동자들의 생활은 어떤 편인가?
"나는 회사택시를 모는 동안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했다. 분식집 가서 자장면 먹은 게 전부였다. 친구들과 술도 한 잔 못 마셨다. 정 마시고 싶으면 슈퍼에서 사다가 집에서 마셨다. 물론 돈이 없어서였다. 개인택시 받고 처음으로 아내와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우느라고 고기를 다 태웠다. 대부분 택시 노동자들이 나처럼 살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가정 파탄을 당하는 택시노동자들을 보면,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 지금은 개인택시를 몰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회사 택시 제도를 바꿔 보겠다고 이렇게 끈질기게 싸우는 까닭이 있다면?
"억울하기 때문이다. 정말 억울하다. 회사 택시를 8년 몰다 개인택시를 받고 퇴직을 했다. 퇴직금이 겨우 206만원이었다. 그 동안도 회사에서 받은 기본급은 한 달에 겨우 20~30만원 정도였다. 회사가 준 돈은 그것뿐이었다. 사납금 2~3일치 정도밖에 안 되는 기본급만 주면서 택시 노동자들을 마음껏 노예처럼, 기계처럼 부려먹는 회사 사장들과, 그들의 뒤를 봐주면서 떡고물을 챙기는 게 거의 분명한 지방자치단체장들한테 분노가 치솟고, 너무너무 억울해서 못 견디겠다. 억울해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택시 노동자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사납금제를 폐기해야 한다. 최소한 가스비, 식사비는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전액관리제나 완전월급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서 강제로 시행하게 해야 한다. 사장이 말을 듣지 않으면, 회사 문을 닫게 만들어야 한다.

회사 택시는 증차해 주면 안 된다. 택시 대여섯 대 갖고 시작한 영세 택시 회사들이, 몇 년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택시를 수십 대씩 배정 받고 있다. 회사가 택시 한 대를 증차 받으면, 회사는 하루 10만원에, 월 3백, 연 3천만원의 수입을 챙기게 된다. 도대체 이런 보물상자가 어딨나?

택시 노동자야 돈을 벌든, 꼴아 박든, 사장은 꼬박꼬박 하루 10만원 돈을 챙기는데… 그러니 무슨 로비를 해서라도 증차를 받으려고 할 것 아닌가? 개인택시도 사고 팔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택시를 사고 팔 수 있도록 마음대로 허용해 놓은 바람에, 개인택시는 단 한 대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신규 개인택시 받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니까, 택시 포화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시영버스처럼, 시영 택시 제도를 도입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방안일 것이다. 하여간 현재의 택시 제도는 완전히 다 뜯어 고쳐야 한다. 온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을 바란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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