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사퇴의 변을 발표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위원장실 앞에서 집행부및 관계자들이 모여 의논을 하고 있다.시민의신문 양계탁
민주노동 운동이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강승규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뇌물 비리 사건으로 비롯된 위기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일 오전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는 1년8개월 만에 총사퇴를 선언하고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민주노조 운동의 상징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잃었고, 외부적으로 국민들의 싸늘한 비난 여론 앞에 직면해 있다.
사건은 올해 초부터 예견됐다. 기아차 노조의 취업 장사는 비리의 온상이 된 대기업 노조의 추악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는 머리를 숙여 사죄하고 자정 운동을 벌였지만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월 1일 '사회적 교섭' 참여를 놓고 벌어진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 폭력사태는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와 민주노총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의 취약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말 바꾸기와 내부 반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이 비리로 구속된 이후 민주노총 지도부가 보여준 모습은 더욱 실망스럽다. 애초 이수호 위원장은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9일 직무정지를 선언했다가 11일 직무정지를 풀고 '하반기 투쟁 뒤 조기선거'로 입장을 바꿨다.
입장을 변경한 이유는 '지도부 비리를 이유로 정부가 비정규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것. 이수호 위원장은 당시 사퇴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일부 집행부의 만류로 '한시적 현체제 유지'가 채택됐다.
그러나 비리 집행부에 대한 민주노총 내부의 반발은 거셌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사무총국 13명의 집단사퇴와 37개 단체의 공동성명, 18일 중앙위원 9명의 지도부 사퇴 공식 요구는 이수호 위원장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수호 위원장은 20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도부의 입장을 그대로 견지할 수도 있지만 그 결과 가져올 조직의 분열과 투쟁전선의 혼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