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색깔론 받아쓰기'가 더 문제"

민언련, 조선·중앙·동아·KBS·MBC 등 5개 언론사 앞 1위 시위

등록 2005.10.20 17:06수정 2005.10.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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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른바 '구국투쟁'을 선포하며 온 나라를 '색깔론'으로 뒤흔들자, 사단법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아래 민언련)이 이번 색깔 공세는 수구신문이 일으켰고, 공영방송이 '기계적 중립'으로 색깔공세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10월 20일 조선·중앙·동아·KBS·MBC 등 5개 언론사 앞에서 동시다발 언론보도 규탄 1인 시위를 진행했다.

20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진행된 이번 1인시위에는 민언련에서 직접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하는 회원과 활동가가 참여해 "색깔론만은 절대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a 동아일보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동아일보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 박제선

a 조선일보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조선일보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 박제선

민언련은 1인시위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사안이었던 강 교수의 칼럼을 대서특필해 이념공세를 퍼부으며 사회갈등을 일으키는데 앞장섰다"며 조선·중앙·동아 등 수구신문의 보도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방송에 대해서도 "수구언론의 영향력으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나 독자적인 의제설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방송들마저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공방'으로 다루더니,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색깔공세'에 대해서도 아무런 비판없이 정치권 공방을 따라감으로써 색깔공세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KBS와 MBC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안에 있어서는 그 동안 KBS와 MBC에 비해 더 많은 지적을 받아왔던 SBS가 1인시위 대상 언론사에서 제외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상업방송인 SBS보다 공영방송들이 강정구 교수 칼럼에서 촉발되고 박근혜 대표의 '구국투쟁'으로까지 이어진 이번 '색깔정국'에서 언론사로서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수구신문과 공영방송에 대한 민언련의 비판은 앞서 발표된 몇 건의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에서 이미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a 중앙일보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중앙일보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 박제선


"조선·중앙·동아 색깔공세 중단하라"


민언련은 지난 14일 '강정구 교수 사건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에서 "애초 주목도 받지 못하던 강 교수의 글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를 빌미로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킨 뒤, 보수단체-경찰-검찰-한나라당-재계가 이들 신문과 동조해 급기야 '이념논란'이 '사법처리' 및 '취업연좌제'로 확대 재생산되어 갔다"며 "조중동은 검찰에게 '항명'을 선동하려는가"라고 강하게 신문보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민언련 이 논평에서 "'이념논란'을 거쳐 '검찰독립' 논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약화되던 일부 수구언론의 의제 장악력이 기득권 카르텔의 재가동과 함께 강화되는 것을 확인하며 이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득권 카르텔'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민언련은 17일에도 '조선·중앙·동아의 '검찰선동' 보도 행태에 대한 민언련 논평'을 발표해 수구신문들이 "천 장관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하고 천 장관의 '배후'는 청와대며 정권이 '검찰 길들이기', '친북좌파 비호'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들은 천 장관의 합법적인 수사지휘권행사를 '부당한 정치적 외압'인 양 왜곡하고, 검찰의 부당한 반발에 대해서는 '검찰독립'을 지키려는 결연한 대응으로 미화하며 모든 책임을 천 장관과 청와대에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MBC, 색깔공세에도 '기계적 중립' 지킬 건가"

a MBC 정문 앞에서 진행된 민언련 언론보도 규탄 1인시위

MBC 정문 앞에서 진행된 민언련 언론보도 규탄 1인시위 ⓒ 박진형

민언련은 방송보도에 대해서도 이미 2차례 논평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5일 발표된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강정구 교수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은 "강 교수에 대한 일부 신문들의 '색깔공세'에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방송보도가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는 보수신문의 '검찰권 침해'라는 의제설정을 그대로 쫓아 이번 사안을 '논란' 수준으로 나열하는 보도를 쏟아내며 법무장관의 정당한 법적권한 행사를 흠집내고 있다"며 "일부 수구신문들이 강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를 부추기며 한국사회의 '냉전구도'를 지속시키려 하고,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찰독립 훼손'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방송이라도 균형을 잡아 주어야 했으나 잘못된 대세에 편승했다"고 지적했다.

이 논평은 이 사안 발생 이전의 방송에 대해 "냉전과 분단의 상황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아왔던 이들 신문들이 광적으로 냉전구도를 지속시키려 했지만 화해와 평화, 통일로 나아가는 시대변화를 거스를 수 없었다"며 이는 "그 동안 수구신문의 의제설정을 그대로 쫓아가던 방송들이 이들 신문과 거리를 두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여론의 균형을 맞추는데 일정 정도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강정구 교수 건과 천정배 장관 건에 이르러 "방송들은 다시금 수구신문이 악의적으로 짜놓은 의제의 틀을 그대로 쫓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방송들은 수구신문의 꽁무니만 쫓다 시대에 뒤처질 것인지, 아니면 건강하고 이성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시대변화를 선도할 것인지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근래 보기 드물게 방송을 강한 어조를 비판했다.

18일 발표된 '방송3사 김종빈 전 검찰총장 퇴임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도 "검사들이 '검찰독립' 운운하며 반발하고 총장이 사퇴까지 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으며, 김 전 총장이 퇴임식에서 거듭 장관을 비난한 것은 합당한 처신이 아님"에도 "방송사들은 검찰총장 퇴임식을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김 전 총장의 주장을 충실하게 나열했다"며 "방송3사는 언제까지 '사실보도'를 내세우며 나열식 보도, '기계적 중립'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보수적 입장'에 힘을 실어줄 것인가?"라고 다시 한번 비판을 제기했다.

"KBS와 MBC가 SBS보다 더 문제"

a KBS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KBS 앞에서 진행된 언론보도 규탄 민언련 1인시위 ⓒ 박진형

특히 KBS와 MBC가 김총장의 퇴임사를 무비판적으로 나열한 반면 SBS는 "'사표 제출이 부적절한 처신이었는지, 아니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엇갈리는 평가 속에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27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했다'며 김 전 총장의 사퇴를 '엇갈리는 평가'로 언급해 KBS, MBC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며 두 공영방송의 보도가 더 큰 문제를 보였음을 지적했다.

민언련은 SBS가 또 "KBS와 MBC는 정작 이번 사태로 제기된 '검찰개혁' 의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반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해 "사회현안에 대한 올바른 의제설정을 하지 못한 채 수구언론들의 보도 틀을 답습하는 KBS와 MBC의 태도를 보며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영방송들을 맹비판했다.

민언련의 5개 언론사 앞 동시다발 1인 시위는 앞서 4차례 발표된 논평에도 불구하고 수구신문들은 물론 방송들조차 개선될 기미가 없어 이를 규탄하고자 진행된 것이다.

이날 MBC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한 민언련 회원 박영규씨는 "어렸을 때 TV뉴스를 보면 새로울 게 없었다. 오히려 신문을 보는 게 더 정확하고 빨랐다"며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 과거 방송의 문제가 그대로 반복된 것 같다"고 방송보도를 비판했다.

특히 "2000년 이후 방송에서 매체비평프로그램이 생기는 등 방송이 신문과 다른 시각을 보이려는 시도를 했음에도 우리 사회가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때 균형을 잡아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며 아쉬움 섞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박진형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진형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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