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의료지원팀을 구성해 파키스탄 지진참사 현장에 도착한 필자가 라빌라 가족의 피해상황을 취재하고 있다. (오른쪽 끝)김해성
파키스탄 지진으로 수 만명이 사망했고, 30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일부러 보도내용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애써 모른 척 하려했다. 지금 당장 재외동포법의 평등한 시행을 위해 재중동포 100여 명과 함께 50여 일 째 농성을 하고 있는 처지에서 또 다른 일을 벌리기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인노동자의집 안에서 파키스탄 공동체가 지지부진하고 잘 모이지 않았기에 지진 참사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도 시큰둥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난 지진 해일 때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지원을 위해 5차례나 출국을 하고, 진료를 비롯해 다각도로 지원을 했는데도 말이다.
지진 이후 파키스탄 형제 둘이 찾아와 눈물을 글썽이면서 입을 열었다.
"나, 이번에 지진 난 파키스탄의 발라코트에서 왔어요. 가족 8명 죽었어요. 어떻게 해요. 집에 가야 해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애써 못 본 척 외면하려던 게 들켰다는 생각과 함께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우리가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과 각 지역의 센터에 파키스탄 형제 가족에 대한 피해 상황을 확인했더니 여기 저기에서 사망자 가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이미 출국한 이들도 있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오다가 연행당해 출입국사무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막막한 상황에서 파키스탄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뒤늦게 나선 것이다.
먼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을 통해 진료팀을 꾸릴 수 있도록 하고 여러 단체와 병원에 파키스탄 지원을 요청하였다. 이렇게 해서 10명의 지원팀을 지난 13일 결정하고 17일 오전에 출국하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처음부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하였다. 여권이 없거나 여권 기한이 만료된 사람도 있었다. 긴급하게 비자를 발급받는 일과 비행기표 구입 등도 떠나려는 길을 막아섰다. 여권문제는 우격다짐과 통사정으로 한나절만에 해결하였다. 동남아로 떠나는 신혼여행객들이 잇따르면서 항공권이 없어 여러 군데 여행사에 의뢰해 어렵게 항공표를 얻기도 했다.
이렇게 우려곡절 끝에 긴급진료팀 10명이 인천-홍콩-방콕을 거쳐 스무 시간만에 파키스탄 라호르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만세라까지 가는 데만 12시간이 소요됐다. 지원팀들은 19일부터 펼쳐질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위해 피곤을 무릅쓰고 열심히 토론하고 있다.
누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누가 생후 12개월의 라빌라를 다시 걷게 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지진 참사지역인 파키스탄을 방문해 봉사활동(진료·배식·복구 등)을 원하시는 분들은 전화(02-863-6622)를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의약품과 성금, 물품 등의 지원을 부탁 드립니다. 지원해주신 성금과 물품에 대해서는 법인명의의 기부금 확인서를 발급해 드리며 연말정산에서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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