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더미에 파묻힌 아내와 자식 등 가족을 찾기 위해 거의 맨손으로 작업하고 있는 모습.김해성
가까이 다가서자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깨진 사이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간신히 들어간 남자 한 명이 맨손으로 연신 흙과 벽돌더미를 파헤치고 있었다.
그가 무어라 도움을 청하자 밖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이 나무막대기를 하나 전해 주었다. 그는 나무막대기로 흙을 파헤치고 흙과 벽돌, 깨진 콘크리트 조각을 연신 밖으로 들어올렸다. 100미터 정도 높이에 70도 정도 되는, 완전히 파괴돼 무너져 내린 절벽 같은 급경사의 폐허 속에서 맨손으로 잔해 더미를 파헤치는 것이다.
지진 참사가 발생한지 열흘이나 지났는데 무슨 중요한 것이라도 찾으려는 것일까?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작업하는 그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내 아내가 이 속에 들어 있어요."
아내가 잔해더미 밑에 있다는 말이다. 그 자리는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도 진입할 수 없는 위험지역이다. 매일이다시피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언제 어떻게 또다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위험지역이라 그런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살을 맞대고 살았을 부인의 시신이라도 찾고자 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도 죽음의 자리에서 간신히 살아 나와서 그런지 정신이 없어 보였다. '잔해를 들쳐 내고 시신을 찾으려면 무슨 연장이라도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성적인 판단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 무너진 마당에 연장조차 남아 있지 않아서 이렇게 작업을 하겠지' 하는 한가로운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왜 이제 와서 발굴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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