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을 벼 무더기에서 견딘 살아있는 메뚜기한성수
어머니는 아들에게 다시 ‘메뚜기 사랑가’라는 노래를 가락을 넣어 불러 줍니다.
“♫~♩호옹산(紅山)도 부울거(붉어)지고 처엉산(靑山)도 부울거(붉어) 가고
이~내 등짝도 부울거(붉어) 간다. ♩~♬안고 가~자, 자고 가~자, 사~랑 사~랑 내 사랑아!”
귀를 쫑긋 세우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이맘때쯤에는 온 산에 단풍이 들어 붉게 변한단 말이야. 그런데 메뚜기란 놈들의 등도 붉어지는데, 그것은 메뚜기의 생명이 다했다는 의미란다. 그런데 가끔 암놈과 수놈이 붙어 있는 놈들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메뚜기를 잡으면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안고 가자, 자고 가자’며 처량하게 노래를 불렀던 모양이야.”
이 노래는 어머니가 젊었을 때 동네사람에게 들었는데,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며 아쉬워 하십니다. 벼에는 메뚜기, 여치를 비롯하여 개구리와 곤충의 애벌레는 물론이고 심지어 도마뱀, 지네, 사마귀까지 작은 동물들의 사체가 줄줄이 나옵니다. 아들은 벼가 살갗을 찔러 아프던 참에 그 사체를 밟을까 겁이 나는지 서둘러 양말과 신발을 신고는 이제 골을 짓는 것도 내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