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섬유질 사이사이 씨를 빼내고 빡빡 문질러 여러번 씻는다.김정혜
어머니는 그 하얀 것을 빡빡 문질러 여러 번 씻어 냅니다. 꼭 호박씨 모양을 한 수세미 씨가 우두둑 떨어져 나옵니다. 어지간히 씨가 빠져 나온 모양입니다. 바구니에 받혀진 그 하얀 것을 밖으로 가져 나온 어머니는 팔을 앞뒤로 마구 흔들며 물기를 털어 내십니다. 이윽고 빨래 줄에 그 하얀 것이 널렸습니다. 바로 수세미입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난생 처음 마주한 수세미가 도대체 어떤 식물인지 궁금하여 몇 가지 알아보았습니다. 수세미는 박과의 1년생 덩굴성식물로 수세외, 수세미오이라고 불린다고도 합니다. 줄기는 갈라지고 덩굴손을 내어 다른 물체를 칭칭 감으면서 올라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잎은 오이 잎과 비슷하고 꽃은 7~10월에 달린다고 합니다.
어린 것은 식용으로도 쓰이지만 성숙한 것은 섬유질이 그물모양으로 열매 안을 조밀하게 채우고 있어 다른 용도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열매 이름이 수세미인 것은 섬유질조직을 수세미로 이용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성숙한 섬유는 주로 선박기관 및 갑판의 세척용 슬리퍼 그리고 바구니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수액은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고 열매는 통경, 진해, 이뇨 등의 약용으로도 쓰이고 액즙은 향료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식기를 닦을 때 수세미를 많이 이용하기도 했는데 수세미는 식용보다는 약용으로 많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산후에 젖이 붓고 아프면서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수세미를 달여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고 합니다.
또 수세미는 성질이 차서 몸에 열이 많아 생기는 가래를 삭이고 뜨거운 피를 식혀 줌으로써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소염작용을 하기도 하며 변비 축농증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증상들을 치료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또 씨와 잎은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이 있으며 껍질과 뿌리는 진통 소염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민간에서는 축농증일 때 수세미 줄기를 잘라 그 수액을 먹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