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길게 느껴진 병원에서의 1시간!

검사결과를 들으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등록 2005.10.25 20:08수정 2005.10.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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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바쁜 월요일인데도 회사에 늦게 출근을 했다. 지난 번 검사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가야했기 때문이다. 병원은 늘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누구나 병원에 대해선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만, 항암치료를 받은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나에겐 더욱 그렇다. 벌써 병원이 눈에 보이기만 해도 구역질부터 나고, 속이 메스꺼워진다.


수술을 받은 지 1년이 넘었다. 지난 수요일 나는 치료를 다 끝내고 이상이 없다는 검사결과가 나오고 꼭 반 년 만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6개월마다 받아야 하는 정기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그 전날 밤 9시부터 금식을 하고 다음날 일찍 병원에 갔다.

윤태
제일 처음 하는 검사는 피검사다. 피를 뽑고, 방사선과에 내려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유방초음파를 하고, 다시 이동해서 복부초음파를 했다. 또 다시 이동해서 CT촬영을 했다. 나에겐 CT촬영이 제일 고역이다. CT촬영을 위해선 정맥에 약물을 넣어야 하는데, 그 약물이 몸에 들어오면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열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그게 끔찍하게 싫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위원소검사라는 걸 받는데 그 검사는 약물을 넣고 세 시간 후에나 할 수 있다. 세 시간 후에 20분 정도 걸리는 동위원소검사가 끝나면 모든 검사가 끝난다. 아침 8시부터 병원에 가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모든 검사가 끝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검사가 끝났다고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오히려 검사가 끝난 후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그 며칠간이 더 고생이다. 혹시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불쑥불쑥 찾아들기 때문이다.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듣게 될 날까지 며칠 동안 노심초사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어제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가기 전 나는 남편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유언'을 해두었다. 그냥 해두면 나중에라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언(?)을 통해서 남편은 평소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내가 남편에게 이야기한 것 중에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내가 그동안 쓴 '시'들을 모아서 책으로 묶어서 우리 여름이에게 전해달라는 것이다. 우리 여름이가 그 글을 읽으며 엄마인 나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예약 시간은 오전 10시 45분이었다. 나를 진료하는 의사선생님은 특진 의사인데 월요일과 목요일밖에 진찰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수술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예상대로 병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유방암' 환자들이 많아서 진료실을 넓직한 곳으로 옮겼는데도 앉아서 기다릴 자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편과 한쪽 구석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내 차례가 영 돌아오지 않았다. 이미 예약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났는데 말이다. 간호사에게 가서 물어보니 늘 들었던 똑같은 대답을 한다.

"오늘 월요일이라 환자분들이 많아서 그러거든요?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다른 날 같으면 진득하게 내 차례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사정이 달랐다. 결과를 들으러 간 날이 아닌가. 나에겐 기다리는 30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는 또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지? 어디 다른 데 전이되었으면 어쩌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아냐, 별 일 없을 거야. 무슨 일 있을라구. 아냐, 혹시 또 몰라. 그래서 요즘 밥맛이 좀 없었던 거 아닌가?'

생각은 이렇게 저렇게 왔다갔다 하고, 그렇게 30분이 더 지났는데도 내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간호사를 찾아 물어보았다. 그러자 간호사는 내 앞으로 두 명이 지나면 내 차례라고 친절히(?) 알려 주었다.

"김미영님, 요 다음번 차례거든요. 준비하고 계세요."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예약 시간보다 정확하게 1시간 15분이 지난 시간에야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예."

의사선생님에게 별 일 없다는 말을 빨리 듣고 싶은데 의사선생님은 그런 내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농담까지 하신다.

"김미영이란 이름이 참 흔해요? 그렇죠?"
"예, 좀 흔하죠."
"여기 환자분들 중에도 미영이란 이름 많고, 우리 큰누님도 이름이 미영이인데."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선생님은 차트를 이리저리 살펴보셨다. 그리고 드디어.

"뭐 별 이상 없으시네요."

그제서야 난 '휴' 하고 안도의 숨이 나왔다.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수십 시간처럼 느껴진 1시간여를 기다린 것이다. 그래도 별 이상이 없다니 기다린 시간에 대해 미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년 4월에 다시 오시면 되겠네요. 4월에 다시 검사 받으시면 되겠어요."
"그럼 매번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한 2년은 그렇게 하셔야죠. 그리고 2년 후엔 1년에 한번 정도만 받으시면 될 겁니다."

결과를 듣고 나오며 남편과 나는 손을 꼭 잡았다. 병원문을 나서며 정말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덧붙이는 글 | 요즘은 주변에 암 환자가 참 많습니다. 정말 흔한 병이 되어 버려 마음이 아픕니다. 그 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 분들 혹은 가족 분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요즘은 주변에 암 환자가 참 많습니다. 정말 흔한 병이 되어 버려 마음이 아픕니다. 그 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 분들 혹은 가족 분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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