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강술생씨가 현장을 오가며 그린 스케치와 그림. 주변에 개발공사로 인한 굉음(첫 그림)에도 아랑곳없이 식물과 곤충들은 저마다 생명의 날개짓을 한다. 비에 대한 간절함에 순간 '두두둑' '두두둑' 환청으로 들리고...(맨끝)양김진웅
5차례의 세미나와 생태체험으로 자연의 생태를 몸으로 이해한 아이들은 직접 식물을 키워보고 곤충을 관찰하며 자연의 생명력을 피부로 느꼈다. 무당벌레를 만드는 빨간 꽃의 주인공은 샐비어. 외형이 깨와 비슷하고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깨꽃'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대기오염을 측정하는 식물로 쓰이기도 한다. '야생화 심기' 체험을 통해 빨간 샐비어 외에도 해바라기, 방울토마토, 해국, 금잔화 등의 다양한 꽃이 심어졌다. 곤충이 없다면 열매도 없다.
무당벌레 끝내 꽃이 되다
드디어 비바람과 뜨거운 땡볕을 이겨내고 빨간 무당벌레가 됐다. 병들었던 무당벌레는 더 예쁘고 고운 꽃으로, 작은 꽃들이 모여 커다란 무당벌레로 다시 태어났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관계 속에서 상처 입은 무당벌레가 꽃으로 부활한 것은 정성과 관심을 통해 오염된 환경이 점차 회복됨을 의미한다. 500여 평의 대지에서 작은 씨앗으로 시작된 체험은 아이들에게 또 다시 씨앗과 생태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뚜렷한 감수성을 남겼다.
문용포 제주참여환경연대 생태교육팀장은 "한 범의 씨앗을 무당벌레 꽃으로 피워내기 위해 쏟아 부은 작가의 열정과 고생을 곁에서 지켜보니 감동 그 자체"라며 "하지만 '사서 고생을 더 하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식물을 키우고 보듬는 과정을 일일이 스케치와 그림에 담았던 강술생씨는 주변의 생태전문가와 동·식물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림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동을 수첩에 빼곡히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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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인고의 시간끝에 결국 무당벌레가 꽃이 되다. 빙빙도는 삶이 아름답다.양김진웅
▲꽃이 된 무당벌레 안에서 또 다른 곤충잡기에 취한 아이들.양김진웅
'한때는 나에게 없음으로 해서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안정감 있는 집을 꾸미지 못해 속상했었고, 경제적으로 수입이 적어 다달이 겨우 꾸려나가는 살림살이가 싫었고, 제주에 놀러온 분들에게 떳떳이 대접하지 못해 속상했었고,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렸으면 하는 날에도 누군가와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 싫었습니다. 결국 돈 때문에 생긴 불평불만이 흙과 가까이 하면서 잊게 되더군요…. 사실 돈 걱정 대신 흙 걱정, 물 걱정은 생겼지만, 작은 씨앗안의 생명을 느끼고 나니 그 걱정은 감정을 울리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뭐든지 많이 가지려 했습니다.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지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최대가 아닌 최소의 법칙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 | 무당벌레는? | | | |
| |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 | 마치 무당들이 입는 옷 빛깔과 비슷하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무당벌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영어권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화사하다 하여 'Lady beetle' 'ladybug'로 불린다. 인도에서는 날개에 있는 무늬들이 마치 별을 따다 박아 놓은 듯 해서 '행운의 벌레'로 여기며 성스럽게 모시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0여종, 우리나라에는 8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몸길이 0.8~18mm 정도. 대개 반구형으로 마치 곡식을 재는 뒷박과 비슷하게 생겨서 '뒷박벌레'라고도 한다.
대개 무당벌레들은 해로운 진딧물을 잡아먹는데 몇몇 종들은 진드기, 깍지벌레 , 응애 등을 잡아먹는 등 인간에게 이로움을 준다. 그 중 칠성무당벌레의 식성은 대단해서 하루에도 수백마리의 진딧물을 먹기도 하며, 애벌레들도 하루 약 50마리의 진딧물을 먹으며 자란다. 이와반대로 농작물이 도움을 주기보다 농작물을 갉아먹어 큰 피해를 주는 무당벌레도 있다.
따뜻한 봄철에 많이 보이던 무당벌레들이 여름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바로 무당벌레들이 무더운 여름에는 체온 상승을 막기위해 풀뿌리에 숨어서 잠을 자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무당벌레는 대략 수개월에서 일년 넘게 사는데 그 동안 짝짓기를 통해 종족을 보존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주로 무리를 지어 풀과 낙엽 밑, 건물 안에서 겨울나기를 하는데, 무리지어 겨울을 나는 이유는 추운 겨울 동안 얼어 죽지 않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몸을 붙이는 자연의 순리를 깨달어서이다. 뿐만 아니라 무당벌레는 예로부터 인간과 매우 친숙해 동화나 동요, 도안, 장식 등에 많이 이용되어 왔다. / 정세호 이학박사/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동물과장 | | | | |
| | "이 땅의 주인은 대체 누구예요?" | | | [인터뷰] '무당벌레' 프로젝트 마친 강술생씨 | | | |
| | ▲ 화가 강술생씨 | ⓒ양김진웅 | | 살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흙(농사)을 묻혀본 적이 없다는 화가 강술생씨. "화분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내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에 풀과 곤충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행사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의 하나는 '이 땅의 주인은 누구예요?'라는 질문. 그는 "이 땅의 주인은 틈 속에서 피어나는 많은 풀과 꽃, 그리고 무당벌레를 포함한 수많은 곤충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욕심 때문에 생명이 무참히 밟히는 일은 최소로 하고 싶다"고 그간의 흔적을 살폈다.
무당벌레가 꽃이되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cafe.daum.net/ladybag)는 19~25일 동안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영상전과 드로잉전, 그리고 '꽃이 된 무당벌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아이들의 참여 행사로 이어졌다.
- 오랜 준비와 기다림이 필요한 전시기획인데.
"미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미술이 단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잘 그려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미술 안에서 생각하고, 미술로 표현되어지는 것들이 누구에게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을 것 같다.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환경교육이 아니라 미술로 풀어내는 감수성 있는 환경교육이었으면 하는 평소의 바람이 이번 기회를 통해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 환경과 자연 속에 녹아 있는 생태의 소중함은 아이들과 함께 땅을 밟으면서 보다 자세를 낮춰 작은 꽃과 곤충들에게 관심을 갖게 했다."
- 6개월의 과정을 단 5분의 영상 속에 담아야 했는데 고민은 없었나.
"6개월의 시간, 약 4320시간을 1시간도 아닌 단지 4분 48초의 짧은 순간에 담으면서 참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거의 매일을 무당벌레 행사장을 다니며 찍은 영상의 양도 DVD 30장이 넘는데 고작 5분여라니. 그 많은 분량에는 놓치기 아쉬운 많은 자연의 모습들도 알알이 담겨 있다. 이번에 정리된 영상에서의 1분은 모두가 체험한 한 달과도 같이 길게 느껴졌다.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보냈나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보다 새로운 시간의 개념을 얻게 된 기쁨이 더 컸다. 영상에서의 시간 개념처럼 몇 달의 시간을 농축시킨 듯 5분을 살면 이루지 못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도 아쉬운 게 있다면.
"최종 전시실에 옮겨놓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큰 무당벌레, 땅을 지켜준 허수아비, 비, 태양, 샐비어, 곤충들… 그 많은 활동들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비록 과정을 진행하며 얻은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모두 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마음 속에 어른이 되어서도 영원히 기억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생명이 무참히 밟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풍족하면서도 부족한 마음은 앞으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 채워 넣고 싶다." / 양김진웅 | | | | |
덧붙이는 글 | 무당벌레가 꽃이되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cafe.daum.net/ladybag)는 19~25일 일주일 동안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영상전과 드로잉전, 그리고 '꽃이 된 무당벌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아이들의 참여 행사로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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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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