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교육비? 학교가 책임집니다

전북 이리영등중학교, '방과후 학교' 운영으로 사교육비 경감 효과 '톡톡'

등록 2005.10.27 09:38수정 2005.10.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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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도 있듯, 동북아지역 유교문화권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극성스러울 정도로 높다. 특히 우리 나라는 연일 언론보도에서 ‘기러기 아빠’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나라 공교육은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 자주 노출됐었다. 결국 이런 모습은 때로 교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때로는 과도한 사교육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공교육의 상황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학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학원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하자! 이리영등중학교

a 영등중학교 전경

영등중학교 전경 ⓒ 소장환

전북 익산시 영등동에 있는 이리영등중학교. 이 학교는 교육부 지정 ‘방과후 학교 활성화’ 정책 연구학교 가운데 한 곳이다. 연구학교를 시작하면서 이 학교의 교사들은 공교육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맨 처음 주목했다.

신흥 아파트 밀집 지역인 익산시 영등동. 이 지역의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편이어서 1천명이 넘는 전교생 가운데 79.7%가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70.5%는 사설학원에서 교과목과 관련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85.5%가 자녀들의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방과후 학교 운영 방향에 있어서도 52.4%의 학부모들이 특기·적성 교육보다는 교과활동에 대한 ‘보충수업’을 희망했다.

그렇다고 교사들의 호응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처음 방과후 학교 운영에 대해 30.4%의 교사들만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혔을 뿐, 대부분의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부담을 이유로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리영등중학교는 과감하게 방과후 학교에 학원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교사들과 함께 유능한 외부강사를 참여시키는 수준별 보충학습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학교 공간을 이용하는 외부강사의 강의라서 수준별 보충학습에 드는 비용은 사설학원 수강료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홍보 부족과 학부모들의 ‘반신반의(半信半疑)’한 불신 탓에 참여율이 극히 적었다. 도입 첫 해에는 7.4%의 학생들만이 참여했을 뿐이다. 이후 점차 방과후 학교 수준별 보충학습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만족한 학부모들의 참여로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사설학원보다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선호했다. 64.4%의 학부모들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과 학원수강을 병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14.1%의 학생들은 이전에 다니던 학원수강마저 완전 중단했다.


결국 교육 수요자들을 요구를 교사들의 추가업무 부담 없이 공교육의 공간에서 만족시켜주면서 연구학교 운영 기간 동안 약 5천여만원의 직접적인 사교육비 경감효과를 보였다.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에서도 사교육비 경감 효과

a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영등축제 현장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영등축제 현장 ⓒ 영등중학교 제공

영등중학교는 이 학교의 의욕적인 교사들은 물론 인근 학교의 교사, 외부강사들을 대상으로 강사풀을 구축함으로써 특기·적성 교육에서도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영등중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기·적성 교육 프로그램은 한자자격증부터 워드자격증, 축구, 태권도, 레슬링, 농구, 성악, 중국어회화, 플루트, 바이올린, 독서논술, 미술스케치, 정보검색사, 드럼, 종이접기, 한국화 등 말 그대로 다양하다.

강사진 또한 영등중학교 교사와 인근 학교 교사는 물론 원광대 중국인 유학생, 대학원생, 화가, 전북대 평생교육원 강사, 화가, 도립미술관 강사 등 매우 풍부하다. 수강료 또한 무료이거나 아무리 비싸도 3만원 이내여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무성의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제16회 전국종이조형작품 공모전 단체우수상, 인터넷 정보검색사 2급 자격증 124명 취득, 제2회 전국중학생 미술실기대회 특선, 제5회 전국초중고 학생논술경시대회 장려상, 전북 학생동아리 축구대회 준우승, 제42회 전북협회장기태권도대회 종합우승 등등 수없이 많은 눈부신 성적표들이 내실 있는 특기적성 교육의 성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특기·적성 교육 성과와 아울러 학부모들이 느낀 직접적인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약 7천만원에 달한다.

직접적인 사교육비 경감효과만 1억2천만원…학부모 74%, ‘만족’

영등중학교가 에듀케어 시스템을 적용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수준별 보충학습 모델과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연구학교 운영 2년 동안 학부모들에게 돌아간 직접적인 사교육비 경감효과만 약 1억2천만원이다. 이에 대해 74%의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방과후 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나타났다.

이 학교 이소영 교사는 “방과후 학원으로 향하거나 여러 유해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던 학생들을 학교안으로 흡수하고, 수강료 역시 사설학원의 절반 수준이어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심화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의 학생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 결과적으로 복지교육의 성과도 거둔 셈이다”고 말했다.

a 쉬는 시간에 뛰어노는 영등중학교 학생들

쉬는 시간에 뛰어노는 영등중학교 학생들 ⓒ 소장환



"학교가 즐거워야 해피스쿨이지"
[인터뷰]한일석 이리영등중학교장

▲ 이리영등중학교 한일석 교장
“학교가 당연히 즐거운 곳이 되어야 진짜 해피스쿨이지. 그럴 수 있으려면 먼저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돼.”

영등중학교 교장실에서 만난 푸근하고 인자한 표정의 한일석(55) 교장의 첫 마디는 개인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젊은 세대 교사들에게는 혹시 낯설지도 모르지만 교육자로서의 지표와 같은 말이다.

“학생들이 오고 싶고, 부모들이 보내고 싶은 곳이 진짜 학교지. 무늬만 학교라면 그건 그냥 ‘직장’에 불과해”라고 강조하는 한 교장은 “그렇다고 교육은 학교에서 시킨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큰 오해야”라고 말한다.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가 함께 하나가 돼야 비로소 진정한 교육의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 교장의 소신이다.

“자녀를 학교에만 보내면 저절로 다 되는 걸로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면, 스스로 부모로서 자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라는 한 교장. 이처럼 교육에 있어서 ‘관심’과 ‘융화’를 강조하는 한 교장은 학교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 교장은 “교사들 사이에 학교 정책에 있어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 학교는 정책결정 과정에서부터 교사들끼리 집중토론을 하되 이렇게 결정된 정책에 대해서는 뒷소리를 하면 안 된다”며 “교사들 분위기가 좋아야 학교가 좋아지고, 그래야 학생들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최근 ‘골연화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1학년 학생 1명을 위해 1층에 있던 3학년 학급과 4층에 있던 1학년 학급의 위치를 바꿨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한 교장의 ‘지시’가 아니라 교사들의 집중토론을 통해 학생들을 이해시키는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

이 당시 한 교장은 어느 선배 교사가 후배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이해시키고자 노력하는 것도 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아직 우리 교육이 살아있음을 느꼈단다. / 소장환

덧붙이는 글 | 2005년 10월 27일 전민일보

덧붙이는 글 2005년 10월 27일 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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