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니'를 꿈꾸는 홍준표의 '출사표'

[정치 톺아보기 106] 서울시장 출정식 겸한 출판기념회... "서울 혁신을 목표로"

등록 2005.10.27 21:37수정 2005.10.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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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사표 홍준표 의원은 10월 27일 출판기념회에서 "한반도 개조에 앞서 서울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출사표 홍준표 의원은 10월 27일 출판기념회에서 "한반도 개조에 앞서 서울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김당
왠지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낼 것 같은 '전투적 이미지'를 가진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한나라당)의 '철지난'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홍 의원의 자전적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는 지난 4월에 출간되었다. 그러니 6개월이 지난 뒤에 이제 와서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은 뭔가 어색하고 미심쩍은 일이다. 그러나 정치가 타이밍의 예술이라면 그의 택일은 절묘했다.

10·26 재선거 승리의 환호성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로 가득 찼다. 주최측이 마련한 좌석수는 1500석이었지만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는 공간을 감안하면 참석자 수는 25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회기 중인데도 마치 국회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아나운서 출신의 이계진 의원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강재섭·고진화·박계동·박찬숙·이규택 등 한나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신중식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다수가 참석해 홍 의원의 책 출간을 축하했다.

어디 그들뿐일까. 서울시 한나라당 원외위원장들과 서울시 구청장들 그리고 서울시 의원들도 대거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다. '서울'과 연관이 있는 정치인·단체장들은 다 온 것처럼 보였다.

한나라당 대권주자들과 서울시장 후보들 대거 참석해 대권출정식 방불

그 때문인지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이 자리에 서울 시민들도 많이 오셨지만 의원들이 너무 많이 와 국회 대정부질의가 걱정된다"면서 "'나 돌아가고 싶다'가 아니라 의원들이 국회로 돌아가도록 박수를 쳐달라"고 익살을 떨었다.


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직설적으로 그 의문을 해소했다. 손 지사는 축사에서 대뜸 "출판기념회 맞아요?"라고 반문하고는 "무슨 출정식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이날 행사는 출판기념회를 '가장'한 서울시장 출정식이었다. 그래서 이처럼 '판'이 커진 것이다.


이 자리에는 내년에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진·이재오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 또한 11월 중에 '출판기념회를 가장한 서울시장 출정식'을 앞두고 있다. 당연히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도 참석해 나란히 축사를 했다.

여당은 잠잠한데 야당은 벌써부터 서울시장 후보들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것을 보면 최근의 정국 주도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자들과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함께 모이다보니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홍준표 의원 "오늘은 '맹순이'가 죽는 날이어서 참 슬픈 날"

손학규 지사는 "한나라당의 두 번의 대선 패배는 개인적인 실패가 아니라 (당이) 시대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서였다"면서 "이 자리는 시대정신을 읽는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명박 시장은 "홍 의원이 대학(고려대) 후배이지만 정치는 선배"라면서 홍 의원을 추켜세웠다. 이 시장은 또 홍 의원 자서전을 인용해 "홍 의원이 육사에 가길 원했는데 아마도 육사에 갔으면 군에서 사고를 쳤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면서 "고려대에 오길 잘했다"고 말해 '자랑스런 동문'임을 내세웠다.

대권 출정식 방불 박근혜 대표는 축사에서 "홍준표 의원처럼 우리 정치도 국민을 위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권 출정식 방불 박근혜 대표는 축사에서 "홍준표 의원처럼 우리 정치도 국민을 위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오마이뉴스 김당
박근혜 대표는 '나 돌아가고 싶다'는 책 제목에 빗대어 "어린 시절과 연애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홍 의원의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를 읽을 수 있다"면서 "우리 정치도 국민을 위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맨티스트이고 싶은 이 남자의 고해성사'라는 카피를 단 이 에세이집의 필자이자 이날 출정식의 주인공인 홍준표 의원은 "오늘은 참 기쁜 날이자 슬픈 날"이라면서 "10·26 재선거에서 완승해 기쁜 날이고, 오늘은 '맹순이'가 죽는 날이어서 참 슬픈 날이다"고 운을 뗐다.

'맹순이'는 KBS의 인기드라마 <장미빛 인생>의 주인공 이름이다. 극중에서 오늘 암으로 죽게 돼 있는 맹순이에 빗대어 홍 의원은 "오늘은 착하게 산 맹순이가 죽는 날"이라며 "정의가 이긴다는 것은 오래된 옛말이 되고 합법을 가장한 사악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지난 72년 2월 단돈 1만4천원을 갖고 상경해 시작한 서울 유학생활과 88년 4월 노량진수산시장 사건을 수사하면서 '4년차 검사 홍준표'의 이름을 매스컴에 처음 알렸던 그때의 희열을 반추하면서 '눈물과 회한의 50년 인생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에 담긴 일화를 회고했다.

홍준표의 서울 혁신안은 '중랑천을 센강처럼'

그리고 마침내 홍 의원은 이렇게 '출사표'를 던졌다.

"조국에 대한 열정으로 한반도 개조 프로젝트를 준비하겠다. 그리고 한반도 개조에 앞서 서울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 나라 내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한나라당 혁신위원장 출신으로 당의 체질개선과 리모델링을 주도했던 홍 의원은 이제 서울 혁신안과 강북 중심의 서울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중랑천을 센강처럼'이다.

"파리 센강이 중랑천보다 조금 크지만 너비는 별 차이 없다. 그런데 파리는 센강을 관광 명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수상교통망을 확충할 수 있는 한강 이용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청계천 등 서울의 하천은 모두 건천이고 중랑천이 사실상 서울의 유일한 하천이다. 그래서 중랑천을 준설해 수상공원화하는 계획을 만들고 있다. 물론 교육문화 인프라 계획도 준비중이다."

'거악'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동키호테 같은 삶을 살아온 홍준표 의원은 이제 '3선'이면서도 '전투'를 피하지 않아온 의정활동을 접고 '서울의 줄리아니'가 되고 싶어한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2002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구호현장을 진두지휘해 그해 <타임>지가 뽑은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었으며 그의 뉴욕 시정개혁은 서울시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줄리아니는 검사 출신이다. 홍준표 의원은 검사 출신도 유능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서울의 '중랑천'(2006년 서울시장 선거)은 '청계천'(2007년 대선)의 리트머스 시험대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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