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사표 홍준표 의원은 10월 27일 출판기념회에서 "한반도 개조에 앞서 서울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김당
왠지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낼 것 같은 '전투적 이미지'를 가진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한나라당)의 '철지난'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홍 의원의 자전적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는 지난 4월에 출간되었다. 그러니 6개월이 지난 뒤에 이제 와서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은 뭔가 어색하고 미심쩍은 일이다. 그러나 정치가 타이밍의 예술이라면 그의 택일은 절묘했다.
10·26 재선거 승리의 환호성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로 가득 찼다. 주최측이 마련한 좌석수는 1500석이었지만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는 공간을 감안하면 참석자 수는 25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회기 중인데도 마치 국회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아나운서 출신의 이계진 의원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강재섭·고진화·박계동·박찬숙·이규택 등 한나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신중식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다수가 참석해 홍 의원의 책 출간을 축하했다.
어디 그들뿐일까. 서울시 한나라당 원외위원장들과 서울시 구청장들 그리고 서울시 의원들도 대거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다. '서울'과 연관이 있는 정치인·단체장들은 다 온 것처럼 보였다.
한나라당 대권주자들과 서울시장 후보들 대거 참석해 대권출정식 방불
그 때문인지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이 자리에 서울 시민들도 많이 오셨지만 의원들이 너무 많이 와 국회 대정부질의가 걱정된다"면서 "'나 돌아가고 싶다'가 아니라 의원들이 국회로 돌아가도록 박수를 쳐달라"고 익살을 떨었다.
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직설적으로 그 의문을 해소했다. 손 지사는 축사에서 대뜸 "출판기념회 맞아요?"라고 반문하고는 "무슨 출정식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이날 행사는 출판기념회를 '가장'한 서울시장 출정식이었다. 그래서 이처럼 '판'이 커진 것이다.
이 자리에는 내년에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진·이재오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 또한 11월 중에 '출판기념회를 가장한 서울시장 출정식'을 앞두고 있다. 당연히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도 참석해 나란히 축사를 했다.
여당은 잠잠한데 야당은 벌써부터 서울시장 후보들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것을 보면 최근의 정국 주도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자들과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함께 모이다보니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홍준표 의원 "오늘은 '맹순이'가 죽는 날이어서 참 슬픈 날"
손학규 지사는 "한나라당의 두 번의 대선 패배는 개인적인 실패가 아니라 (당이) 시대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서였다"면서 "이 자리는 시대정신을 읽는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명박 시장은 "홍 의원이 대학(고려대) 후배이지만 정치는 선배"라면서 홍 의원을 추켜세웠다. 이 시장은 또 홍 의원 자서전을 인용해 "홍 의원이 육사에 가길 원했는데 아마도 육사에 갔으면 군에서 사고를 쳤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면서 "고려대에 오길 잘했다"고 말해 '자랑스런 동문'임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