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특수' 언저리 먹자골목만 북적

물길 따라 100년 전통의 광장시장을 찾다

등록 2005.10.28 10:35수정 2005.10.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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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은 성공? 일단 더 두고 볼 일

청계천 물길이 다시 열렸다. 주도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대체로 성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힘입은 이명박 시장은 수에즈나 파나마 운하 따위 무색할 대운하(서울-부산간, 이른바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며 웅지(?)를 밝혔다.

경부운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갑론을박, 논란이 익을 만큼 익었으므로 기자는 먹은 맘이나 먹을 맘 없다. 다만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시민으로서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만큼은 관심이 깊다. 과연, 청계천 복원은 성공한 것일까? 평가는 이대로 끝?

a 어쨌거나 시원하게 뚫린 청계천 물길. 그러나 왼쪽 길은 짜증날 정도로 너무 좁은 구간이 많아 두 사람이 마주 지나치기 힘들 정도다.

어쨌거나 시원하게 뚫린 청계천 물길. 그러나 왼쪽 길은 짜증날 정도로 너무 좁은 구간이 많아 두 사람이 마주 지나치기 힘들 정도다. ⓒ 이동환

기자는 몇 가지가 궁금했다. 청계천 물길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과연 언저리 대형시장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 경기와 상관없이 이른바 '특수'를 누리고 있을까? 또 청계천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모두 칭찬 일색일까? 기자는 우선, 물길 따라 걷고 걸어 삼일빌딩 앞까지 살피고 또 살펴봤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던지는 말에도 귀 기울이고, 구석구석 들여다봤다.

일단, 물새는 곳이 이곳저곳 눈에 띄었다. 쌓아올린 돌 틈새에서 계속 물이 샌다면 겨울에 보통 일이 아니다. 더구나 문제는 위 첫 번째 사진 설명에서 밝혔듯, 두 사람이 마주 지나치기에 버거울 정도로 좁은 길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힐 때마다 여기저기서 불평들이 쏟아진다.

옛날 모습은 찾아볼래야 찾을 길 없고 조형물 일색인, 꾸며낸 물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기자 판단에, 올 겨울 보고 내년 장마가 지나간 뒤에야 최소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 싶다. 청계천 복원 성공? 아직은 아니다.

언저리 대형시장들은 형편이 나아졌나?


a 물길 따라 걷다 보면 이런 대형 아치가 세 개나 있다.

물길 따라 걷다 보면 이런 대형 아치가 세 개나 있다. ⓒ 이동환

물길 따라 걷기를 마치고 기자가 찾아간 곳은 광장시장. 우리나라 재래시장 가운데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다. 1904년(고종 즉위 41년)에 개장했으니까 올해가 백 년째다. 광교와 장교 사이에 있다고 해서 광장시장이라 이름 지어진 이곳은 지난 4월에 대대적인 환경개선사업을 마치고 단장을 끝냈다. 청계천 복원과 때맞춰 변신을 시도한 것인데 그만큼 효과가 있는지 자못 궁금했다.

a 종로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 장병학 회장

종로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 장병학 회장 ⓒ 이동환

종로광장시장총연합회 장병학 회장은 광장시장이 스스로 변화하려고 상인들 모두 얼마나 노력했는지 설명했다.


"환경개선사업의 성공으로 시장 환경이 그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청계천 복원에 맞춰 물길 따라 눈에 잘 띄도록 대형 아치를 세 개나 설치했고요. 시장 한 가운데는 조형물과 함께 만남의 광장도 만들었지요. 그냥 동네에 흔한 재래시장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최근에는 '토리존'이라는 상징물을 공모해 상표등록까지 했습니다."

토리존의 '토리'는 우리말로 '실을 둥글게 감은 뭉치'를 뜻한다. 실 뭉치처럼 얼크러지고 어우러져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꿈꾸며 선택한 상징이란다. 상품포장 비닐과 종이팩, 박스제작에까지 로고로 활용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란다. 연합회 사무실을 나와 기자는 골목골목 다니며 상인들을 만나봤다.

a 만남의 광장을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골목이 이어져 있다. 사진 아래, 새벽다리에서 바라본 시장 전경.

만남의 광장을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골목이 이어져 있다. 사진 아래, 새벽다리에서 바라본 시장 전경. ⓒ 이동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다보니 상인들 표정이 썩 밝아 보이지 않았다. 직물원단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솔직한 속내와 함께, 그래도 애써 희망을 이야기했다.

"청계천 복원이요? 사람들이야 많이 왔다 가죠. 하지만 먹자골목을 제외하고는 죄다 작년보다도 못해요. 점점 힘든 걸요? 환경개선사업 이후, 그래도 시장이 깨끗하고 새롭게 변했으니까 조금씩은 나아지리라 기대합니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하고요. 안 그러면 큰일 나라고요?"

a 어쨌든 먹자골목은 청계천 복원 특수를 단단히 보고 있단다.

어쨌든 먹자골목은 청계천 복원 특수를 단단히 보고 있단다. ⓒ 이동환

실제로 광장시장 먹자골목은 물길 복원 이후에 매출이 이전 대비 200~300% 이상 신장되었다고 한다. 언저리 다른 대형시장들도 거의 비슷한 경우라고 한 상인은 귀띔했다. 청계천 언저리 교통이야 원래 혼잡했으므로 복원 이후 더 복잡해졌다고는 딱히 말할 수 없다. 물길을 제외한 양쪽 차도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해 그나마 좀 낫다.

청계천을 따라 늘어선 대형시장들. 그 가운데서도 광장시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재래시장이다. 종로 4가에서 5가까지 1만3000평을 차지하고 있으며 점포만도 5000여개가 넘고 종사자만 2만 명에 이른다. 어쨌거나 하루에 드나드는 사람들만 10만 명에 이르지만 청계천 복원 특수와는 아직 상관없다. 결국 경기 문제인 듯싶다.

a 광장시장 찾아 오시는 길.

광장시장 찾아 오시는 길. ⓒ 사진제공 : 광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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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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