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피아골 단풍

시로 쓰는 남도 답사

등록 2005.10.28 18:01수정 2005.10.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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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피아골 단풍

피아골 단풍 ⓒ 구례군 제공


우리네 산야에
가을만 되면 붉은 단풍으로 물드는 것이
색깔 싸움으로 피 흘렸기 때문이다.


피아골 단풍이 피 빛인 것은
지리산 빨갱이 소탕작전에
피아간에 뿌린 핏방울 때문이다.

나무는 한 뿌리, 한 가지에
꽃과 잎이 있어
그 둘이 무슨 원한 있으랴만,
꽃은 뽐내며
꽃이 아닌 잎을 얕잡아보니
그때부터 편이 갈라지면서
색깔 싸움이 피를 부른 것이다.

사람도 한 뿌리, 한 가지에
너와 나가 있어
그 둘이 무슨 이데올로기 있으랴만
좌우익의 편이 갈라지면서
색깔 싸움이 시작되어
빨갱이 색 때문에
피아간에 흘리는 피가
피아골을 붉게 물들인 것이다.

결국은 우익이 이긴 것이다.
좌익을 모두 죽였으니,

결국은 좌익이 이긴 것이다.
온 산하를 피로 붉게 물들였으니,


잎사귀의 초록도 색이련만
꽃이 아니라고
색이 없다고
봄부터 여름까지 온갖 멸시 받다가
끝내는 가을 햇살 비수로 엽록소를 찔러 할복하니,
흐르는 피가
녹색이 아닌 붉은 색 아닌가.

아, 잎이 꽃이 되었구나, 환호하면서
온 산하의 잎들이 한꺼번에 할복하여
붉은 피 흘리면서
꽃 이파리처럼 낙화하고 있다.


한바탕 광란의 피비린내 나는
색깔 싸움이 지나간 피아골 계곡에는
엽록소 파괴된 시체들이,
피 흘리며 죽어간 좌우익의 시신들이
낙엽 되어 수북이 쌓여 있고,

꽃도 잎사귀도 없는 빈 가지 사이로,
좌도 우도 없는 빈 계곡 사이로
갈바람 슬피 불며 흘리는 말,

도대체 누가 누구를 이겼단 말인가...
하고 지나간다.

2005년 10월 25일

덧붙이는 글 | #피아골 지명 유래 : 피아골이란 이름은 6·25전쟁 뒤에 그 이름을 딴 반공영화 "피아골"(허장강 주연)이 나옴으로써 흔히 전쟁 때 빨치산과 이를 토벌하던 국군·경찰이 많이 죽어 '피의 골짜기'라는 뜻으로 붙었다고 한다. 실제 6.25 이후 빨치산 부대가 지리산을 은거하여 후방을 괴롭힌 적이 있다.

이 마을은 원래 5곡 중의 하나인 피(稷) 즉 기장이 많이 나는 밭이 있어 피밭골이라 불리다가 피아골로 변한 듯 하다.

#단풍이 드는 이유 : 단풍은 잎 속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가 만들어져 나타나는 현상임

*오마이 독자를 위한 남도 소식

덧붙이는 글 #피아골 지명 유래 : 피아골이란 이름은 6·25전쟁 뒤에 그 이름을 딴 반공영화 "피아골"(허장강 주연)이 나옴으로써 흔히 전쟁 때 빨치산과 이를 토벌하던 국군·경찰이 많이 죽어 '피의 골짜기'라는 뜻으로 붙었다고 한다. 실제 6.25 이후 빨치산 부대가 지리산을 은거하여 후방을 괴롭힌 적이 있다.

이 마을은 원래 5곡 중의 하나인 피(稷) 즉 기장이 많이 나는 밭이 있어 피밭골이라 불리다가 피아골로 변한 듯 하다.

#단풍이 드는 이유 : 단풍은 잎 속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가 만들어져 나타나는 현상임

*오마이 독자를 위한 남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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