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농민, 경찰과 충돌... 쌀상여 불태워

28일 700여명 모여 쌀 관세화 비준안 반대 시위

등록 2005.10.29 10:28수정 2005.10.29 11:10
0
원고료로 응원
a

ⓒ 유명조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가운데 28일 전국동시 다발적으로 쌀 관세화 비준안 반대를 위한 농민항의가 충남, 충북, 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충남 부여에선 이날 오후 2시부터 부여군청 앞 로터리에서 부여군농민회 등 농민과 공무원노조, 군의회의원 등 700여명이 참여해 쌀 관세화 비준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 농민단체는 쌀 협상 국회비준동의안이 통일외교부통상위원회 상임위에서 전날 오전 9시 40분경 의결되었다는 보고와 함께 "지난 국회에서 열린 집회에서 쌀을 태웠다는 이유만으로 부여농민이 구속되어 철창에 갇혀 있다"며 "동지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또한 "쌀 수입개방은 농업, 농촌을 풍비박산 시키는 행동"이라며, "쌀 한 가마니에 12만 5천원이 전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우리는 끝까지 싸워 지켜나가겠다"며 "우리 농민들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굳은 결의를 다졌다.

고광택 쌀 전업농 부여군연합회장은 결의문 낭독에서 "이 자리에 참석한 농민들의 힘을 하나로 뭉쳐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자"며 "평화적인 집회를 가지려고 노력하겠지만 경찰이 도와주지 않으면 물리적 충돌도 강행하겠다"고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

a

ⓒ 유명조

농민들은 이어 부여경찰서에서 부여소방서,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다시 군청 로터리까지 행진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그러자 전경 5개 중대 500여명이 도로를 완전차단하고 행진을 막았다.

이에 농민들은 일단 행진속도를 늦추고 경찰의 저지선이 뚫리기를 기다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쌀 상여를 앞세우고 전경저지선까지 행진을 강행했다. 그러자 전경이 방패와 곤봉으로 행진을 막아 서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농민들은 사전에 집회신고를 하고 집회를 했는데 이렇게 행진을 막는 것이 어디에 있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농민단체는 상여를 집회차량에 매달고 다시 행진을 강행하려고 했다. 이에 전경들이 차량에 묶여 있는 쌀 상여에 돌진, 상여를 부수는 일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시위 참가 농민들과 전경들이 재충돌, 일부 농민이 전경이 휘두른 곤봉에 얼굴 등을 맞아 부상을 당했다.

a

ⓒ 유명조

a

ⓒ 유명조

쌀 상여 훼손으로 더 이상 행진이 불가능하게 되자 농민단체는 상여를 도로 위에 올려놓고 불태웠다.


이날 충남에선 10개 시,군에서 동시에 집회를 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적인 집회를 이끌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여군농민회는 "이날 발생한 경찰의 과잉진압과 상여를 부순 것에 대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꼭 보상을 받아내겠다"며 "농업을 포기한 정부 여당에 대해 정권퇴진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농민회 관계자는 "어제 국회 경위의 호위를 받아 웃으며 걸어 나갔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농민들한테 무릎 꿇고 잘못을 빌 날이 올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쌀 협상안을 반대해 나선다면 더 큰 실책을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

ⓒ 유명조

또 이 관계자는 "이날 집회는 명백히 부여경찰서에 사전집회를 신고했는데 이렇게 진압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경찰서장에게 집회허가를 내 줄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이렇게 평화적 가두 행진마저 막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집회를 준비한 사무국장은 "사전에 도로를 터주겠다는 경찰의 말만 믿고 행진을 했는데 갑자기 막아 버렸다"며 "쌀 상여를 움직이는 것이 무슨 불법인지 모르겠다"고 어이없어 했다.

이에 부여경찰서 수사과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쌀 상여를 막은 것에 대해 집회신고에 포함되지 않는 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상에는 상여 같은 것을 들고 진행하는 것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시법상 사복경찰은 시위 현장에 들어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복을 입은 전투경찰들이 캠코더와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촬영을 하였으며, 사복경찰들 다수가 현장에 있었다.

부여군농민회는 이날 사태에 대해 경찰서장에게 항의를 하기로 했다. 또 행진 도중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자 자리를 뜬 군의회 의원들의 행동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군민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로 부여군청 앞 로터리를 통과하는 길목 200m에 걸쳐 교통이 전면통제돼 차량들이 우회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편 충남농민회는 오는 11월 3일 고속도로 점거와 동시에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농기계로 상경하고, 11월 23일 30만 농민대회를 위해 여의도로 상경할 계획이다. 특히, 11월 APEC회의가 개최되는 시기에는 부산에 내려가 회의 저지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원기 국회의장과 이용훈 대법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등 3부요인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유지담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쌀비준안이 처리돼야 다른 국정 일정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조은뉴스, 부여뉴스에 기사송고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조은뉴스, 부여뉴스에 기사송고 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