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윌마 피해 예상보다 심각

가스 등 생필품 품귀 '아귀다툼'... 일부지역 단전 한 달간 지속될 듯

등록 2005.10.30 12:04수정 2005.10.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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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윌마가 미국 남부 플로리다를 강타한지 나흘만인 28일부터 지역내 전기공급이 서서히 재개되자 주민들의 생활도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완전히 복구되는 데는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등 예상보다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주택가 나무들이 윌마 강풍에 처참하게 찢겨져 있다.

주택가 나무들이 윌마 강풍에 처참하게 찢겨져 있다. ⓒ 김명곤

플로리다 남부 브라워드 카운티와 마이매이-데이드 카운티는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거의 대부분의 주택이 단전이 되었으나, 29일 현재 각각 40%와 70% 정도 전기가 들어온 상태로 80만명이 전기 없이 지내고 있으며, 70만 가구의 전화가 불통상태이다.

또한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자동차 가솔린과 물, 얼음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전전하고 있다. 그동안 얼음과 물을 구하기 위해 수 시간씩 헤매야 했던 주민들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의 구호품 배급 지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젭 부시 주지사는 "늑장대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그동안 허리케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경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등한시한 주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허리케인 윌마로 인한 사망자는 6명에서 21명으로 늘어났으며, 피해액도 120억불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재산피해액 기준으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앤드류에 이어 미 역사상 세번째로 큰 것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과 젭 부시 주지사는 지난 27일 헬리콥터를 타고 피해지역을 돌아 보았다. 부시 대통령은 "전기공급이 재개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생활이 곧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격려했으나 현장 연설은 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차후에 허리케인 단전으로 주유소의 가솔린 공급이 마비되지 않도록 의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허리케인 윌마는 플로리다를 빠져 나가며 풍속에 가속이 붙으면서 3급으로 발전, 한인동포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브라워드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팜비치 카운티를 강타했다. 특히 브라워드 카운티는 1950년 허리케인 킹 이후 본격적인 허리케인 피해를 경험해 보지 못한 탓인 지 다소 방심한 상태에서 나무가 넘어지고 지붕이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당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단전으로 주유소 마비...새치기 시비로 주먹 다짐도


a 허리케인으로 쓰로진 전봇대.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이애미 동포 홍순백씨 제공)

허리케인으로 쓰로진 전봇대.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이애미 동포 홍순백씨 제공) ⓒ 홍순백

<마이애미 헤럴드>는 29일 브라워드 카운티 중부와 북부 지역은 약 70% 정도의 주택과 상점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카운티 전체 95%가 단전상태에 빠지자 일상 생활이 마비되면서 극심한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우선 주유소들은 전기로 작동되는 펌프가 단전으로 가동되지 않아 가솔린을 저장해 두고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자체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소수의 주유소들 만이 간신히 문을 열었으나 주민들은 한나절 줄을 서고도 가솔린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일부 문을 연 식당이나 생필품 상점에도 길게 줄을 서는 등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몸다툼이 벌어지며 주먹다짐이 오가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유회사들은 자사 주유소에 발전기들을 공급하고 있으며 플로리다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두고 있는 '플로리다 파워 앤 라이트' (Florida Power & Light, 이하 FPL)전기회사는 우선 주유소와 수퍼마켓에 전기 공급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28일 현재 브라워드 카운티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2800여 개의 주유소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영업을 재개했다.

특히 단전으로 길거리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아 교통시스템이 마비되는 바람에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브라워드 카운티는 28일 오후까지 1350개의 신호등 가운데 1272개가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도 2600개의 신호등 가운데 1600여 개의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기 복구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FPL은 2주 정도면 대부분 전기가 공급될 예정이지만 일부 지역은 추수감사절 이틀전인 11월 22일까지 전기 공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워드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각각 오후 11시와 자정 12시까지 통금을 실시하고 있으며, 카운티 교육청은 다음주 월요일(브라워드) 혹은 화요일(마이애미-데이드)까지 연장 휴교하고 이후 개학여부는 30일 발표한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영사 두 명등 한인들 방문

한편 이번 허리케인으로 가게가 침수되거나 부서진 한인들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한인들은 자동차 가솔린과 생필품을 사기 위해 4시간 거리인 올랜도 지역까지 진출했다.

a 마이애미 동포 홍순백씨 가족이 올랜도 주유소에서 자동차 가솔린을 마련한 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마이애미 동포 홍순백씨 가족이 올랜도 주유소에서 자동차 가솔린을 마련한 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 김명곤

26일 오후 가솔린을 구입하기 위해 세 자녀와 함께 마이애미 북쪽 외곽지역을 돌던 동포 홍순백씨는 가솔린을 사지 못해 결국 올랜도 시내까지 들어오게 됐다. 그는 올랜도에서도 가스통을 사기 위해 홈디포 등을 전전했지만 구하지 못하자 궁리끝에 지역 한인 식품점에서 5갤런짜리 물통 세개를 얻어 가솔린을 채워넣고 서둘러 마이애미로 출발했다. 플리마켓에서 사업을 해 온 홍씨 부부는 "집도 집이지만 플리마켓 지붕이 내려앉아 물품들을 모두 버렸다"며 "정말 살기 싫을 정도로 낙담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발전기를 마련해 놓아 그나마 피해를 줄이게 된 남가네 식품 주인 남정태씨는 "타지역 사람들은 이 지역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밤새도록 발전기를 살피느라 녹초가 됐고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한마음 식품은 27일 "오늘 오전에야 전기가 들어와 가게 식품들을 처분하고 있다"며 "지난해 허리케인 당시엔 가게에 물이 들어와 식품들이 둥둥 떠다녔으나 올해는 그나마 낫다"고 전했다.

마이애미 지역 대부분의 한인상점들은 28일 오후까지도 문을 열지 못한 상태이며, 단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자 일부 주민들은 올랜도와 탬파지역 친구와 친지들 집으로 거처를 옮겨 거주하고 있다.

한편 허리케인 윌마 피해가 예상보다 크다는 소식에 애틀랜타 총영사관(총영사 이광재)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26일 플로리다에 급파된 두 명의 영사는 플로리다 한인회 연합회 양정수 회장, 김풍진 이사장과 함께 마이애미 지역 정의황 한인회장을 방문해 위로하고 가스레인지와 라면 등 비상물품을 전달했다.

정 회장은 2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한인회에선 마이애미에서부터 멀리는 북부 보카라톤 지역 교회나 토박이 동포 가정에 비상물품을 전달했다"며 "한인회에서 조직한 15명의 청년들로 구성된 복구팀이 한인동포들의 집을 돌며 쓰러진 나무를 함께 치우는 등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koreaweeklyfl.com(플로리다 코리아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koreaweeklyfl.com(플로리다 코리아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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