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감하고 홍시는 따로 독에 넣어 감식초를 만든다.전희식
원래 꼭지가 없는 감은 채반지에 널려고 했는데 올해는 감을 워낙 많이 따서 채반지에 다 널 수가 없었다. 그래서 뒷산에 가서 가느다란 대나무를 쪄다가 감 대롱을 만들어야 했다. 한쪽은 톱으로 반듯하게 자르고 다른 한쪽은 낫으로 비스듬히 삐쳐서 날카롭게 다듬었다.
어릴 적에 미끈거리는 깎은 감을 왼손에 쥐고 날카로운 감대를 찔러 넣다가 손을 찌른 적이 있어 조심조심 감을 꿰었다. 감 대롱을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감을 뚫으면 생감이 쪼개지지도 않고 손도 다치지 않는다.
역시 어릴 적 기억대로 새끼줄을 꼬아 감대를 끼워 넣을까 하다가 나일론 끈을 사다가 했다. 새끼줄을 꼬고 할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데 빨리 가려다 뒤 처진 꼴이 되고 말았다. 굵은 나일론 끈이 짚 새끼만큼은 신축성이 없다보니 감대를 대 여섯 개 꽂고 나니 더 이상 끈을 비틀어 틈새를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어 노끈으로 감 대롱을 하나씩 엮는 방식으로 감을 매달아야 했다.
작년에 아이들이 곶감을 아주 잘 먹었다. 작은 애 새들이는 겨울방학 때 곶감 한 상자를 거의 다 혼자 먹어 치웠다. 과자나 빵 등 인스턴트식품을 안 먹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집에서 만드는 곶감이나 홍시 등 전통식품이 완전히 입에 익은 듯하다. 대안학교의 생활관 식단이 아이의 입맛을 그렇게 바꿔 놓은 것 같아 내 몫도 안 남기고 곶감을 다 먹어 치웠지만 속으로 반가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