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세계화, 머리없는 사람 만든다

루쉰읽기1 - '루쉰과 한국' 중국 상하이에서 한중세미나 개최

등록 2005.10.31 09:26수정 2005.10.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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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상하이 루쉰공원(옛 홍커우공원)에 있는 루쉰 동상

상하이 루쉰공원(옛 홍커우공원)에 있는 루쉰 동상 ⓒ 유창하

중국에서 작년에 13만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중국의 20세기 문화우상 10명'을 뽑은 일이 있었다. 거기서 루쉰(魯迅, 1881-1936, 본명 周樹人)은 참가 네티즌 5만명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루쉰은 중국의 국민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문학가이면서 정신적 지주이다.

루쉰은 개화기에 활동한, 중국 근대문학과 저항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아Q정전> <광인일기> 등 대표 역작들과 그의 사상과 생애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어 잘 알려져 있다.

루쉰은 생애를 통하여 특정한 사상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자유주의 원칙에서 국가권력에서 벗어난 자유인의 공동체를 주장했다.

루쉰 사망 69주기를 즈음하여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동사범대학 중국현대문학센터와 주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이 주관하는 '루쉰- 중국과 한국'이라는 세미나가 지난 29일 오후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 대학생활동센터 1층 강당에서 중국 학생 150여명, 한국유학생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왕샤오밍(王曉明) 화동사대 중문과 교수가 '현대 중국 역사의 루쉰'이라는 주제로, 김선흥 주상하이 한국부총영사가 '루쉰과 한국'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쟝쥔(長軍) 화동사대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오늘날 상하이에서 루쉰 읽기' 라는 제목의 발표도 있었다.

반항할 자신이 없어 졸고 있는 척하던 지식인들

먼저 주제 발표를 한 왕 교수는 "루쉰 사상은 과거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루쉰의 활동과 사상은 중국과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면서 " 루쉰이 당시 고민하던 것과 같이 현재도 미국 자본주의 주도의 세계화가 사람들을 머리도, 생각도 없는 경제동물로 만들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통한 방법도 세워지지 않고 있다"고 서두에 말했다.


이어서 왕교수는 루쉰의 업적을 소개하며 "루쉰은 그 당시 졸고 있는 지식인을 일깨워 주었다. 자고 있는 게 아니라 반항할 자신이 없어서 졸고 있는 척 하고 있는 지식인에게 반항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라고 말하면서 "루쉰은 글만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절망에 항전하는 지식인의 반항을 보여주는 원칙성을 지니면서도 생존 방식을 찾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라고 평했다.

또한 "루쉰은 유행과 같은 시대 조류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1920년대 암흑기를 바라보며 당시 '중국통일의 우선 중요성'과 '사회주의 무산계급에 의한 통일론'으로 이견이 분분하던 혼란시기에도 의과생 출신답게 의학적 진단을 하며 '좋은 바이러스와 나쁜 바이러스가 싸우는 시기이지 결전의 시대가 아니라 대시대이다'라고 말하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희망을 가지고 반항을 하는 대시대가 온다'라며 중국인에게 시간이 더 필요함을 예시한 작가였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왕 교수는 미국 자본주의에 의한 세계화가 진행되는 지금도 "루쉰이 말하는 '대시대'에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루쉰의 '대시대 사상'을 인용하며 급격히 변화되고 동화되어 가는 세계자본주의화의 거친 물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루쉰의 대표적 사상인 '아Q 정신'을 가리켜 왕 교수는 "그 당시 암울했던 중국이라는 나라의 존망보다 '사는 사람이 자유적이냐, 독립적이냐 하는 정신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보고 세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현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화 흐름을 보면서 루쉰의 정신을 재발견한다고 말하면서 "현재 세계자본주의의 흐름을 민주주의로 착각하게 하는데, 넓은 시야를 지닌 사람이 중시되는'체계적인 민주국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a '루쉰 - 중국과 한국' 세미나 모습

'루쉰 - 중국과 한국' 세미나 모습 ⓒ 유창하

한-중-일 국경 없는 나라는 '루쉰정신'으로

한편 김선흥 주상하이 한국부총영사는 '루쉰과 한국'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면서 외교관 신분이 아니라 루쉰 독자로서 보는 발표라고 전제하며 "루쉰과 동시대를 살았던 한국의 이광수는 '민족개조론'을 주장하고 나중에 친일변절자로 바뀌어 한국인들에게 추앙받지 못하는 작가로 남아 지금까지 변함없이 존경받는 루쉰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의 광복 이후에는 루쉰에 버금가는 한국 지식인으로 루쉰에게서 영향을 받아 루쉰을 삶의 지표로 삼은 리영희 교수가 있다"라고 말하며 리 교수의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삶과 역정을 소상히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중국인이 말하는 루쉰의 상징인 '민족혼'은 오히려 루쉰을 유폐시키는 말로 들린다"고 주장하며 "루쉰은 자유로운 존재고 인간의 노예화에 분노한 사람"이라며 "이는 인류역사의 문제"라며 루쉰을 재평가하기를 중국인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한중일 동아시아 국가문제를 언급하며 "지금 시대는 나라간 장벽이 없는 시대고 같은 동아시아를 살아가는 게 우리들의 꿈이다. 유럽은 이미 국경의 빗장을 풀었다. 문화적 동질감이 있는 한중일이 국경 없는 나라를 만든다면 아마도 우리는 '루쉰정신'을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루쉰은 특정 종교나 정치조직 어떤 집단에도 속하지 않았던 자유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쟝쥔 화동사대 대학원생은 "루쉰은 역사 생존의 주인이 되어야 함을 깨우쳐 주고, 넓게는 세계적 가치관을 가르치고 있다"고 루쉰을 평했다.

이어서 "공부하러 상하이로 오는 야간열차 차창에 비친 어둠속에 보이는 바로 자신의 모습이 '루쉰 정신'이다"라며 자기에게 던지는 질문 형식으로 루쉰이 추구하는 정신사상을 밝혔다.

루쉰은 이처럼 세계화와 한-중 밀착시대에 한국인과 중국인들에게서 다시 살아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정과 비판수용을, 그리고 분명한 자기성찰과 반성을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스스로 도취되어 병폐를 깨닫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 속의 기생충'을 찾을 것을 루쉰은 주문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유창하 기자는 다음 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 한국인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문화 역사 경제 등을 전하고자한다.

덧붙이는 글 유창하 기자는 다음 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 한국인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문화 역사 경제 등을 전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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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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