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폭포를 둘러 싸고 있는 계곡에서 포즈를 취한 남편과 딸아이.김정혜
손을 씻고 얼굴을 씻었습니다. 욕심을 씻어내고 어리석은 미련을 씻어내고자 했습니다. 내 안에 고여 썩고 있던 일상의 허접한 것들을 모조리 씻어내고 싶었습니다. 그것조차도 욕심인 것을.
지나간 내 삶의 과오들이 그 한순간에 다 씻겨지기를, 하여 명경지수에 온전하게 말끔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기대하고 있었으니. 아, 이 어리석음의 극치여.
용소폭포에서 한 뼈저린 반성을 가슴에 새기며 다시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이 남이섬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결혼기념일에 맞춰 우연히 들렀던 남이섬. 그때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남편과 약속한 것이 있었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 또 열심히 살자. 그리고 내년 결혼기념일에 다시 와서 정말 열심히 살았는지 되짚어 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