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하이스코 "아무도 못 들어간다"

인권위·민노당 의원 문전박대 당해... 경찰청장만 공장출입 허용

등록 2005.10.31 19:57수정 2005.11.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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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농성 노동자 가족들이 물과 음식물 반입 등을 요구하며 회사측에 항의하고 있다.

농성 노동자 가족들이 물과 음식물 반입 등을 요구하며 회사측에 항의하고 있다. ⓒ 광주드림 안현주

a 실신한 농성 노동자 가족.

실신한 농성 노동자 가족. ⓒ 광주드림 안현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현장 조사가 무산됐다. 인권위 조사관들이 하이스코측에 공장 농성 노동자들의 면담을 위해 공장출입을 두 차례 요청했으나 사측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31일 오후 이정강 인권위 광주사무소 소장 등 3명의 조사관들은 순천 공장 앞을 찾아가 "민주노총으로부터 집회 당시 진압과 중상자 병원체포, 농성자들에 대한 식사 및 음료차단 등에 대해 진정이 들어왔다"며 라영묵 공장장과 농성자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이스코측이 이를 거부했다. 경찰은 조사관 일행에게 "하이스코측이 출입을 거부하고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소장 등은 공장 앞에서 정인균 순천경찰서장과 가족들을 면담했다.

공장 앞에 있던 민주노총 관계자 등에 따르면, 농성자 가족들은 인권위 조사단에 "제발 물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권위 조사단은 농성 가족들의 음식물 반입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하이스코 경비용역업체 직원들과의 몸싸움 등을 사진 촬영하는 것으로 이날 실태조사를 마쳤다.

인권위, 가족과 경찰 등 면담... 민노당 의원들 공장 앞서 농성

a 경비용역업체 직원들과 농성 노동자 가족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경비용역업체 직원들과 농성 노동자 가족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 광주드림 안현주


a 경비용역업체 관계자들이 농성 노동자 관계자를 들어내고 있다.

경비용역업체 관계자들이 농성 노동자 관계자를 들어내고 있다. ⓒ 광주드림 안현주

이와 함께 인권위 조사단은 25일 격렬한 시위 도중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인 민주노총 관계자 등을 면담했다. 한편 인권위는 광주사무소와는 별도로 본 사무소 조사관들을 광주로 급파해, 향후 실태조사 방법 등을 강구할 예정이다.

인권위 한 조사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공장 진입을 거부당했다"면서 "이후 실태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인권위 광주사무소 관계자는 "음식물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사측에 음식물 반입을 허가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이러다 불상사가 일어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침해에 대한 현지 조사를 사측이 거부하면 어떻게 할 권한이 없어 답답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이후에도 계속 조사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1일 오후 5시경 허준영 경찰청장은 순천 공장을 방문해, 농성 중인 공장 등을 둘러봤다. 이날 오후 민주노동당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공장장 면담 등을 요구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이들 의원들은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강제진압 중단과 현대하이스코측의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은 진압경찰, 구사대, 농성 노동자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강제진압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어렵게 대화를 마련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노력하는 노동조합과 관계기관의 노력에 현대하이스코 사측이 화답할 때"라며 협상을 요구했다. 이들 의원들은 사측의 공장 진입 거부에 따라 공장 앞 바리케이드 앞에서 농성 중이다.

a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 광주드림 안현주


a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현대 하이스코 공장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현대 하이스코 공장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광주드림 안현주



허 청장 "이번 주 안으로 자진해산"촉구... 강제진압 임박?

▲ 허준영 경찰청장이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을 방문해 사태설명을 듣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농성 현장을 방문한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번 주 안으로 자진해산하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강제 진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허준영 청장은 31일 오후 5시경 순천 공장을 방문해 하이스코 본관 상황실에서 진압 계획과 안전 대책 등 농성사태에 대한 현황 보고를 받고 30여분 동안 대책회의를 열었다.

허 청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한강택 전남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해 지방청 간부와 순천경찰서 등 인근 지역 서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를 마친 허 청장은 기자들에게 "크레인 고공시위는 불법시위인만큼 용납돼서는 안된다"면서 "대화를 통해 자진해산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대화가 설득이 안될 경우에는 강제진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허 청장은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면서 강제진압 시기에 대해 묻자 "불시에 할 것이며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허 청장은 음식물 반입과 관련 "인도적인 차원에서 회사측에 음식물이 반입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 한 관계자는 "허 청장은 '이번 주 안까지 고공농성자들이 자진해산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며 "더 시간을 갖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서는 농성자들은 물론 사측과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당장의 진압작전은 없다"고 덧붙였다.

허 청장의 이 같은 언급은 사실상 '자진해산 시한'에 대한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여 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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