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당신의 작품은 위대하십니다

마이산 도립공원 5시간 종주기

등록 2005.11.01 09:12수정 2005.11.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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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단풍이 물들어 가는 마이산도립공원

단풍이 물들어 가는 마이산도립공원 ⓒ 조갑환

‘아! 신이여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을 만드셨습니다.’

시인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시의 한 구절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풍경들이었습니다.


가을 햇살은 어렸을 때 마치 할머니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다듬는 손길 같았습니다. 부드럽고 포근하며 사랑이 담겨 있는 듯 했습니다. 불그스레해져가는 가을 산야는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였습니다. 숲길은 이미 갈색으로 물들어 떨어져버린 떡갈나무 잎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 떡갈나무 낙옆들을 사각사각 밟으면서 푸르렀던 지난 여름을 생각합니다. 가을이면 떨어져서 흙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만물의 이치가 왠지 쓸쓸한 느낌을 받게 하더군요.

저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내 글솜씨로 묘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당치않는 일인가를 깨달았습니다. 산행을 한 이후로 산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글로서 표현하려니, 그때 느꼈던 그 아름답고 좋았던 느낌을 글로서 백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해 답답한 노릇입니다.

필자는 지난 29일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에서 시작하여 광대봉, 고금당, 나봉암을 거쳐 탑사까지 가는 5시간의 마이산 산행을 통해 가을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습니다. 도시의 시멘트 공간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었던 가을들이 온통 그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숲길에 쌓인 낙옆과 불그스레 물들어 가는 단풍들, 따사한 햇살, 선선한 바람이 바로 그곳에 있었습니다.

등산을 시작하는 강정마을에서 1시간 30여분을 가면 광대봉이 나옵니다. 그제서야 암마이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팔각정이 있는 나봉암, 아름다운 산의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광대봉은 암벽코스입니다. 철제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밧줄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에 군대시절 유격훈련을 받는 스릴을 느끼기도 합니다.

a 광대봉에서 바라본 마이산

광대봉에서 바라본 마이산 ⓒ 조갑환

나봉암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하늘에서 선녀나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선경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답답했던, 숨막힐 듯한 가슴이 산위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 멀리 뭉툭하니 튀어나온 암마이산은 마치 코끼리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숫마이산은 암마이산 뒤에 사알짝 숨어 있었습니다.


a 나봉암에서 바라본 마이산

나봉암에서 바라본 마이산 ⓒ 조갑환

탑사의 탑들은 이갑룡(1860-1957) 처사란 분이 쌓았다는데 수많은 태풍이 불었어도 아직까지 끄떡없이 서 있었습니다. 탑도 양과 음의 동양사상을 살려 80여개의 양탑과 음탑으로 쌓았답니다. 탑사 대웅전 뒤뜰에 있는 음탑은 뒤에서 보니 피사의 사탑처럼 비스듬히 서 있었습니다. 넘어질까 불안하기도 하고 저렇게 비스듬히 서있어도 넘어지지 않는 게 참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은 아마 탑사의 탑들로 인해 생겨난 속담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a 탑사 전경

탑사 전경 ⓒ 조갑환

친구와 둘이서 광주의 빛고을산악회의 단체 산행에 따라 갔었습니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인지라 가을의 아름다움을 충분이 감상하며 카메라에 담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단체행동이라 나 혼자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일행들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 부지런히 따라가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단체에 합류하여 가는 여행의 결점이라 할 수 있겠지요.


누구에게라도 신선이 된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전북 진안군 마령면 강정마을부터 마이산 탑사까지 가는 5시간의 마이산도립공원을 종주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평균표고차 높이가 200m에 이르는 봉우리 10여개를 넘고넘어 마이산 밑에 있는 탑사를 거쳐 북부주차장에 이르는 코스입니다. 봉우리들이 그 다지 높지 않아 오를 때 조금 숨이 차다 싶으면 다시 내리막이고 그리고 다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5시간 동안 계절의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눈앞에 암마이봉이 우뚝 서 있을 것입니다.

a 암마이산과 숫마이산

암마이산과 숫마이산 ⓒ 조갑환

마이봉은 백악기 이전에 호수였다고 합니다. 지표가 솟아 올라 마이봉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이봉의 바위에서는 민물고기의 화석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놀라움이란 마이산 산행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단풍구경에 응모합니다.

덧붙이는 글 단풍구경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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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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