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은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그렸다.kbs
<장밋빛 인생>은 결혼 10년차 부부를 통해 가족과 부부의 의미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질문했고, 지난주 종영한 <웨딩>은 이제 막 결혼에 골인한 신혼부부를 통해 결혼의 의미를 풀어봤다. 물론 다른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장밋빛 인생>이 결혼의 끔찍한 일면을 부각시키면서 부부의 의미를 찾아갔다면, <웨딩>은 결혼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드라마다.
<웨딩>을 보고 있으면 '결혼은 정말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마도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이나 남성이라면 당장이라도 결혼해서 승우와 세나처럼 살고 싶어질 것 같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부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보여준 드라마라고 본다.
비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애틋한 모습이나 한 우산 아래서 따뜻하고 밝은 집을 향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부부의 모습은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자신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여주는 자상한 남편, 귀엽고 사랑스런 아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웨딩>이 그려 보이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 결혼만 하면 저들처럼 행복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승우(류시원 분)는 따뜻하면서도 믿음직스럽고 거기다 외교관이라는 굉장한 직업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왕자다. 그리고 세나(장나라 분)는, 부잣집 딸이면서도 전혀 티를 내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고 착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역시 공주다. 공주와 왕자가 만났는데 아름답고 근사한 건 당연한 이치.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 전에 마법에 결렸는지 자신의 배우자를 왕자와 공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연기력이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콩깍지가 씌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결혼 전에는 모두들 자기 아내는 정말 착하고 좋은 여자라고 생각하고, 자기 남편은 정말 성실하고 따뜻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걸 한다.
결혼은 현실이고, 판타지가 끼어들 틈이 없다. 아마도 <웨딩>처럼 살 걸로 생각했던, 판타지가 컸던 사람일수록 현실로부터 얻는 충격에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처럼?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와 반성문처럼 사는 게 결혼이고, 그들의 관계가 보통 부부의 모습일까?
<장밋빛 인생>에서 그려 보이는 결혼생활은 비참하고 구질구질하다. 결혼하고 싶은 맘이 싹 가시게 할 만큼 결혼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제목 그대로 '장밋빛 인생'을 그리며 결혼했는데, 현실은 제목과는 판이하다.
맹순이가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데 올케 '반성해'는 맹순이가 누워 있는 집에서 아기 돌을 준비하면서 맹순이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빈정거리고, 죽어가는 올케를 복도에서 만났는데도 올케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동정은 보이지를 않는다. 올케가 다 죽어간다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조금의 동정도 보이지 않는, 남보다 못한 시누이다. 이런 시누이까지 남편을 가족으로 맞으면서 덤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장밋빛 인생>의 현실이다.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낸 립스틱을 찍어 바르고, 남편의 헐렁해진 속옷을 잠옷으로 대용하고, 거실 한 가득 부업거리를 쌓아놓고, 이렇게 입을 거 못 입고 먹을 거 못 먹으면서 악착같이 살아왔는데,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고 병까지 들어 지금까지의 삶을 모두 헛되게 만들어버리는 결혼. 이 정도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동생 맹영에게는 독신으로 살아가라고 할 법도 한데, 맹순이는 동생에게 결혼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