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있는 둠벙 구경 하실래요?

한 번 들여다 보면 마술에 걸린 듯 또 보고 싶은 둠벙

등록 2005.11.03 11:41수정 2005.11.03 12:0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날 산길을 걷다 발견한 둠벙(웅덩이) 속을 들여다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둠벙 속에 물풀들이 얼마나 싱싱하고 푸른지 산길 산둠벙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여다 보지 않고는 못배기는 둠벙이 거기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마술에라도 걸린 듯 다음엔 일부러 둠벙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고야 마는 곳입니다. 언제부턴가 맑은 물에 홀려 들여다 보기 시작한 이곳 산둠벙 산딸기 잎도 곱게 곱게 단풍물이 들었습니다.


a 여름

여름 ⓒ 권용숙


a 가을

가을 ⓒ 권용숙


a 이렇게 맑은 둠벙물 보셨나요?  넓은 잎사귀 수초는 여뀌입니다.

이렇게 맑은 둠벙물 보셨나요? 넓은 잎사귀 수초는 여뀌입니다. ⓒ 권용숙

둠벙, 논 옆에 조그맣게 딸린 작은 못을 흔히들 둠벙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학자들은 둠벙 속에는 개체군을 이루며 사는 생물들이 많기 때문에 생태계 보존의 차원에서 커다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왜 그러냐고 학자들에게 묻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주변을 맴돌면서 생명을 잉태하는 둠벙을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이 둠벙 물엔 고추잠자리가 산란해 놓은 알이 수초에 붙어 있습니다. 둥벙 물 위에서 짝짓기 후 산란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없던 고추잠자리가 이곳 둠벙 위에선 새빨갛게 날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수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찍어놓은 곤충들 거의 다 둠벙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짱이, 메뚜기, 청개구리, 개구리 모두가 둠벙이 있는 주변에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학자들의 지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이 마르지 않는 둠벙은 작지만 큰 생태계의 보고"라고.

a 꼭 한번은 들여다 보게 된다.   둠벙속에 나도 있네

꼭 한번은 들여다 보게 된다. 둠벙속에 나도 있네 ⓒ 권용숙


a 고마리꽃 피었을때

고마리꽃 피었을때 ⓒ 권용숙


a 고마리꽃 줄기에 벼메뚜기

고마리꽃 줄기에 벼메뚜기 ⓒ 권용숙


a 물속 의 달팽이

물속 의 달팽이 ⓒ 권용숙

그런데 둠벙이라고 다 맑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산 속 산밭 주변에 여섯 개 정도의 둠벙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 물이 제일 맑고 수초가 많은 곳은 이곳 한 곳 뿐입니다. 다른 곳은 고인물이 새까맣게 썩어있거나 물이 탁해서 물 속에 도대체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 고개를 갸우뚱하다 발견한 것이 바로 둥범에서 밖으로 작은 도랑처럼 흐르는 물줄기였습니다. 다른 곳 다섯 개의 둠벙물과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물이 둠벙에서 밭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을 받기만 한다구요? 그 안에 고인물은 썩습니다. 둠벙 안에 새 물이 솟고 또는 빗물이 고이지만, 다시 고인물을 조금씩 내보내야만 썩지 않는다는 진리가 이곳 둠벙물에도 적용이 되었던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a 둠벙 에서 밭으로 흐르는 물길, 주변엔 풀도 무성합니다.

둠벙 에서 밭으로 흐르는 물길, 주변엔 풀도 무성합니다. ⓒ 권용숙


a 둠벙주변 여뀌잎 위의 청개구리

둠벙주변 여뀌잎 위의 청개구리 ⓒ 권용숙

이제, 둠벙물 안에선 추운 겨울 동안도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을 쉬고 있을 것입니다. 봄엔 올챙이가 꼬물 꼬물 헤엄을 칠 것이며, 긴 다리 쭈욱 뻗고 노란 호박꽃 속에 꽃잎을 뜯어먹는 베짱이도, 빨간 고추잠자리도, 물 속에 퐁당 뛰어들어 놀라게 하던 개구리도 이곳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따뜻한 봄날이 벌써 기다려 집니다. 글을 맺으려니 갑자기 둥벙 옆을 지나가며 주고받던, 아버지와 귀여운 어린 딸의 대화가 문득 생각이나 웃음이 나옵니다.

"아빠, 저 아줌마 무슨 사진 찍고 있는 거야?"


아빠가 다정한 목소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습니다.

"응, 물귀신 찍고 있는 거야."

사진 찍다 말고 쫓아가 아니라고 말해 주려다 둠벙 속에 빠질 뻔 했습니다.

"꼬마야 아줌마 둠벙물 속에 달팽이 찍고 있는 거란다."

둠벙 속에 물귀신은 없었습니다.

a

ⓒ 권용숙

덧붙이는 글 | 제 기사에 나왔던 곤충들 거의 이 둠벙 주변에서 촬영 했습니다. 물속에서 여뀌가 꽃도 피었구요. 한 아저씨는 주위에 독사가 있다고  거기 오래 있지 말라고 일러 주기도 하였지만 아쉽게도 독사는 보지 못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기사에 나왔던 곤충들 거의 이 둠벙 주변에서 촬영 했습니다. 물속에서 여뀌가 꽃도 피었구요. 한 아저씨는 주위에 독사가 있다고  거기 오래 있지 말라고 일러 주기도 하였지만 아쉽게도 독사는 보지 못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3. 3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