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아프지마!장옥순
"에구, 오늘은 진우가 학교에 안 와서 선생님도 아플 것 같아"라고 했더니 눈치 빠른 2학년 나라가 나를 위한다며 칸막이용 하얀 칠판의 더러워진 부분을 자기 지우개로 깨끗이 닦았다. "우와, 아주 깨끗하게 닦였네! "
내가 환호를 하며 좋아하자 다시 나라가 한마디 했다.
"선생님, 다음 스승의 날에도 이렇게 깨끗이 만들어 드릴게요."
"어? 내년에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하는데? 어쩌지?
"에이, 안 돼요"하며 네 명이 합창을 한다.
"얘들아, 내년에는 더 젊으시고 예쁜 선생님들이 오신단다. 나는 늙었잖아."
"선생님은 하나도 안 늙으셨어요. "
아! 이 아이들이 또 나를 감동시키고 있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 집보다 더 정이 든 분교, 영원히 살 것처럼 다듬고 가꾼 3년의 시간이 창밖에서 달랑거리며 겨우 매달려 있는 단풍잎만큼 남은 시간 앞에 아쉬워하며 이 가을을 보내고 있는 내 마음을 알기나 한 듯 아이들이 나를 불러 세운 것이다.
"그럼, 서효가 선생님 볼에 뽀뽀해 주면 안 갈래."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나라가,
"진짜예요? 1학년 동생들아, 우리 단체로 뽀뽀하자"하며 우르르 달려든다.
아이고 어쩌자고 책임지지 못할 말을 뱉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는 모든 게 진담이란 걸 또 깜빡 잊은 내 탓이었다. 고학년에게는 농담도 곧잘 통하던 습관이 또 나오고 말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