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전격 사퇴 한 배경을 두고 일부에서는 다음 주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최대한 선처'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비리 사실이 계속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그룹 존폐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용성 회장은 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경영일선 및 국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며 "더욱 투명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두산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모든 공직 사퇴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 약속은 두산 그룹 입장에서는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볼 수 있다. 두산 측에서는 "검찰 수사와 박용성 회장 사퇴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용성 회장 사퇴 발표 직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원칙적인 수사 의지를 밝혔지만 "정상은 참작하겠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검찰로서도 강도 높은 사법처리 이후 경영공백을 우려했지만 부담을 덜게 됐고, 박용성 회장 사임과 함께 향후 지배구조혁신을 약속한 만큼 사법 처리 과정에서 이 부분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박용오 전 회장 측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퇴'를 두고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의 측근은 "박용성 회장이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검찰 쪽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국내 공직은 버리면서 IOC 위원,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등의 국제 직위는 향후 법적 처분에 따르기로 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4개월 동안 계속된 두산 '형제의 난'은 박용성-박용만 체제를 붕괴시켰다. 분식회계와 이자대납, 위장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추악한 재벌의 불법을 목격한 여론은 검찰의 선택과 두산이 약속한 '투명 경영'의 향배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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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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