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속한 학년의 아이들은 소고춤과 영어노래 합창을 했답니다.박미경
그런데 발표회가 열리기 이틀 전, 아이가 느닷없이 "엄마, 나는 발표 안하는데 그래도 학교 가야 돼?"하고 말하는 겁니다.
"왜?"라고 묻는 말에 아이는 "응, 선생님이 나는 사물놀이 한다고 아무것도 안 시켜줬는데 사물놀이 선생님이 언니들만 발표한다고 해서 나는 아무것도 못해"라고 대답했습니다.
"어, 그랬구나. 어쩔 수 없지 뭐. 내년에 다른 거 하면 되지. 너무 실망하지 말고, 내년에 더 잘 하면 돼. 괜찮지?"하며 달랬지만 아이의 말에 마음이 그다지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발표회 날 학교에 가서 아는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 아이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겠구나 싶어 복잡한 생각이 들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아들 한 명을 보내고 있는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발표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아이의 반에서만 1/4 정도 되는 아이들이 발표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며 "한 반에 고작 30여 명 되는 학급에서 다른 아이들이 연습한답시고 들떠 있을 때 풀이 죽어 있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서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일부러 학교에 왔다"고 말합니다.
풀이 죽어 있는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라나요. 겸사겸사 선생님 얼굴도 뵐 겸 해서요.
학예발표회를 지켜보다가 아이의 교실을 찾았습니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니 "아이가 사물놀이 발표에 참가하는 줄 알고 아무것도 안 시켰는데 공연하는 아이들 이름에 아이가 들어 있지 않아 깜짝 놀랐다"며 오히려 미안해 하십니다. 반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냐고 물으니 예닐곱 명 된다고 하십니다.
우리 아이랑 그 예닐곱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발표할 동안 '나도 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하며 서운해 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아무것도 안하는 아이들이라며 가르치는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다행히 교장선생님께서 "올해는 무대도 좁고 오전 중에 발표회를 마쳐야 하는 시간관계상 전체 학생들이 다 참가시키지 못했다"며 "내년도에는 올해 무대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작품발표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쳐나가겠다"고 말씀하셔서 위로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