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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저수지 위의 단풍 ⓒ 김환희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출하였다. 올해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 단풍 구경 한번 제대로 다녀온 적이 없는 터였다. 벌써 단풍은 중부지방을 거쳐 남부 지방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 주위의 나뭇잎은 어느새 낙엽이 되어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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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감나무 까치밥 ⓒ 김환희
이 가을이 겨울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가족에게 작은 추억이라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해서 쉬는 날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내가 아침부터 산행을 서두르는 모습이 믿어지지가 않은 듯 아내는 연실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에 남편과 외출하는 것이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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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억새풀 ⓒ 김환희
차창으로 펼쳐 보이는 산과 들은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한 폭의 동양화를 자아내고 있었다. 수확을 끝낸 논과 밭에는 한 해의 결실을 말해주듯 그 어떤 풍성함이 넘쳐나고 있었다. 저수지 위로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물위를 아른 거려 오로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날아 온 겨울 철새들이 겨울나기를 위한 둥지를 틀기 위해 비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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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하루 ⓒ 김환희
드문드문 보이는 억새풀의 군더더기는 산신령들이 놀다가 갔는지 하얀 수염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어느 시골 농가를 지나치노라니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감 하나가 가는 가을을 못내 아쉬워하듯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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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이렇게 붉을수가 ⓒ 김환희
철 지난 바닷가로 굽어드니 제철을 만난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푸른 바다에 드리우고 세월의 시름을 잊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고기 한 마리가 낚시에 걸리면 신바람이 난 듯 고요한 낚시터에 생기가 감돈다. 그러면 바다 위에서 자맥질을 하며 놀던 갈매기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중 곡예를 하며 묘기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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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단풍과 어우러진 농가 ⓒ 김환희
산사에서 들리는 목탁 소리가 유난히도 청아하게 들린다. 대웅전에 내걸린 종이로 만든 연꽃 위로 수능을 앞둔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마음을 표현하듯 온갖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법당 앞에 세워진 석탑에는 몇 몇 여승들이 합장을 하고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잠시나마 내 안에 있는 속세의 때를 벗어버리고자 탑돌이를 해 보았으나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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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산사의 가을 하늘 ⓒ 김환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피곤한 탓인지 뒷자리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아내는 오늘 하루가 즐거운 듯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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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어느새 아내는 가을을 닮아가고 있었다 ⓒ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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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6일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불심 ⓒ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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