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수도이전, 미얀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현지르포] 미국의 공격을 우려한 대피인가, 권력투쟁의 일환인가

등록 2005.11.10 12:15수정 2005.11.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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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정부의 대변인인 쪼산(Kyaw hsan) 장군(정보부 장관, Ministry of Information)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얀마의 수도를 현재의 양곤에서 북쪽으로 320km 떨어진 중부 삔마나(Pyinmanar)로 옮긴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a 미얀마의 새수도 예정지 삔마나(원을 그린 부분).

미얀마의 새수도 예정지 삔마나(원을 그린 부분). ⓒ 정범래

쪼산 장군은 이날 회견에서 "현 상황이 변화하고 미얀마가 좀더 발전하려면 수도는 미얀마 국토의 중앙지점에 위치하여야 한다"면서 "이번 수도 이전은 국경 지역을 포함한 국가 전체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조치이며, 현재 9개의 부서가 삔마나로 이전중이다"라고 미얀마 정부관리로는 처음으로 수도 이전을 인정했다.

성명에서는 수도 이전 작업이 언제 완료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통신사인 AFP통신과의 회견에서는 3단계 이전계획을 거쳐 내년 4월까지 33개의 모든 정부부처의 이전을 완료할 것을 명령한 문서를 보였다고 한다.

이번 삔마나로의 수도 이전 계획은 2004년 말부터 소문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10월 들어서면서 삔마나의 신도시 건설사업이 자금압박으로 인해 지지부진하고 여러 가지 공사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2008년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소문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11월 4일 갑자기 각 부처의 일부 공무원들에게 삔마나로의 이전 명령이 내려왔고, 5일부터 정부부처의 대규모 이전작업이 실시되었다.

삔마나는 과거부터 군사적 요지... 군 현대화, 병력 증강 등 진행

이에 따라 현재 미얀마의 많은 공무원들이 주택이나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삔마나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현재 이 명령을 거부한 공무원 또는 사직서를 낸 공무원들은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곳 양곤에서도 7일 대형트럭 약 60여대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었으며 많은 수의 군인들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얀마정부의 이번 조치로 공무원들과 미얀마 국민들도 혼란스럽지만, 양곤에 99%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양곤의 외교관들에 의하면, 미얀마정부 측에서는 4일 각국 대사관에 행정기관이 삔마나로 이전한다고 통지하면서, 외국 외교관과 국제기관 직원들은 당분간 삔마나로 이전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고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양곤에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각 정부부처와의 현안업무 처리는 삔마나에서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양곤에서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 또한 33개의 미얀마정부 부처가 삔마나로 옮겨간다면 대부분의 업무를 국가에서 관장하고 간섭하는 미얀마의 실정상 불편함과 혼란이 가중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미얀마 행정수도 이전조치에 대해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그와 별도로 진짜 행정수도 이전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은 미국의 미얀마 침공에 대한 미얀마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이다. 몇 년 전부터 삔마나 인근지역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군사시설이 건설중이며 미국의 공격에 대한 방어가 목적이라는 말이 돌았었다.

이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삔마나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군이 주둔했고 그후 중국 국민당 잔당과 아웅산 장군의 독립투쟁 거점이었고, 또 1960년대 미얀마공산당의 투쟁거점이었을 정도로 군사적 요지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들은 또 현재 2개의 미얀마 건설회사가 삔마나 인근에 비밀리에 군 벙커등의 지하 시설과 군용 활주로, 미사일 기지, 군 병원 등을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얀마가 최근 몇년 사이 러시아나 인도, 중국, 우크라이나 등으로부터 대량으로 전투기나 장갑차 등의 무기를 구입하여 군 현대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병력도 40만명 규모로 증강을 진행해 왔다는 것도 이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다. 즉,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현 정부의 책임자들은 자신들도 미국의 공격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바다와 인접한 양곤은 바다에서의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지로서 산간의 중부지역을 선택했을 것이다'라는 분석이다.

점성술에 따르면 양곤보다 삔마나가 길지(吉地)?

또한 이와는 달리 미얀마 사람들의 점성술과 미신에 의해 수도를 멀쩡한 양곤을 놔두고 삔마나로 옮긴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미얀마는 점성술 등을 다루는 국가기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수도로서 양곤보다는 삔마나가 길지(吉地)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수도를 옮긴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 '설'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지만, 미얀마는 왕조시대부터 국가 대사를 점성술 등에 근거하여 행해왔다. 근대에 들어 미얀마의 독립선포일도 점성술에 따라 1월 4일로 정해졌다. 철권통치를 행한 네윈(Nay win)의 경우 자신의 행운 숫자인 '9'자를 내세우기 위해 십진법을 무시한 45짯, 90짯 화폐를 발행하기조차 했다.

현 정부의 최고지도자인 딴쉐(Than Swe) 장군 역시 자신이 고용한 개인 점술가의 말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고 소문이 나 있다. 미얀마 국민들도 국가 대사가 점성술 등에 좌지우지되는 이러한 일들을 당연히 받아 들이고 있다.

그러니 점성술로 수도를 옮긴다는 이야기가 미얀마에서는 우스갯소리가 아닌, 심각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a 미얀마 군부의 양대산맥 딴쉐 장군(왼쪽)과 마웅에 장군(오른쪽).

미얀마 군부의 양대산맥 딴쉐 장군(왼쪽)과 마웅에 장군(오른쪽). ⓒ 미얀마 국영MRTV 화면 촬영

군부내 권력투쟁의 '가상 시나리오'는...

또 다른 '설'로는 미얀마 현 군사정부의 요인들이 군사시설로 둘러싸여져 있는 요새인 삔마나로 이동하여 장기적이고 완전한 군사독재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 그리고 군부내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마웅에(Maung Aye) 대장이 딴쉐(Than Shwe) 장군을 제거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설 등도 있다.

권력투쟁 설의 근거와 이들이 예상하는 사태전개의 수순으로는,

1. 10ㆍ20 유가 800%인상조치와 그에 따른 물가폭등으로 국민들의 현 군부 권력에 대한
불만을 끌어낸다.

2. 일반국민들의 불만과 함께 갑자기 수도 이전을 단행하여 아무런 준비도 없이 생활의 터전을 삔마나로 옮겨야 하는 공무원들의 불만도 함께 끌어낸다. (현재 반강제로 삔마나로 옮겨간 공무원들에게 이틀치 식량만을 지급했며 삔마나에는 이들을 수용할 기반시설이 없어 신축한 관공서의 마루바닥에서 잠을 재운다고 한다.)

3. 딴쉐 장군 계열은 양곤에 놔두고 마웅에 장군 계열의 군인과 공무원들은 모두 삔마나로 이동한다.(실제로 마웅에 장군 계열의 군인들이 삔마나로 이동했다는 소식도 있다.)

4. 마웅에 장군 계열이 없는 현 수도인 양곤에서 민중들에 의한 폭동을 유도한다.(이를 대비해 5일부터 옮겨간 정부이삿짐의 대부분은 중요한 문서들이다.)

5. 양곤의 소요사태 초기에는 딴쉐 장군 계열의 군인들이 폭동을 진압한다. 이때 유혈사태를 조장한다. 유형사태 후 폭동을 진압하러 다시 마웅에 대장 계열의 군인들을 양곤으로 출동시켜 국민들의 소요사태를 진압한다.

6. 그후 폭동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과 유혈사태의 책임을 물어 딴쉐 장군 측을 제거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운 후 마웅에 장군이 단독으로 정권을 장악한다.


즉, 현재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한 축인 딴쉐 장군을 몰아내고 무질서 상황을 유도한 후 이를 군이 진압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군 집권의 당위성을 인정받아 1인 군사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나리오 중의 한 수순이 라는 설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일부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얀마 수도이전 단행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함께, 국가기관의 이전에 따라 예상되는 많은 휴유증으로 인해 현재 양곤은 매우 어수선하다.

2005년 10월 800% 유가인상과 함께 찾아온 물가폭등 그리고 11월의 전격적인 행정수도 이전 결정, 캄캄한 밤길을 걷고 있는 2005년 미얀마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정범래 기자의 미얀마 정보 커뮤니티 "미야비즈" http://home.freechal.com/myabiz

덧붙이는 글 정범래 기자의 미얀마 정보 커뮤니티 "미야비즈" http://home.freechal.com/mya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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