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오마이뉴스 권우성
두산 비리 수사는 싱겁게 끝났다.
물론 지난 4일 갑작스럽게 두산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사퇴를 밝혔을 때 불구속은 예견됐다. 두산과 검찰 간의 사전 교감설이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검찰의 불구속 수사에 대해 두산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죄가 적용됐음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구속 수사라는 선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4세 박진원 상무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
박용성 두산 회장은 4일 사퇴의 변을 통해 "선진적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과거의 낡은 관행을 철저히 단절하고, 보다 투명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두산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며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에 '혁신적인 지배구조 체제 확립'을 주문했다.
하지만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임직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에서 박용성 회장은 "이번 사태가 상당 기간 그룹을 총괄했던 박용오 전 회장에 의해 비롯됐다는 점은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박 전 회장에 책임을 돌렸다.
이 때문에 혁신적 지배구조 개선이 외부 선전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비자금과 분식회계와 관련된 그룹 총수들이 공식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에 여전히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불구속에서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가 제외된 점도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검찰에 발표에 따르면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는 동현엔지니어링이 2000년부터 올 3월까지 협력업체와 허위로 공사계약을 하고 대금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조성한 19억1000원의 비자금을 전달 받아 가족 자금으로 사용했다.
이는 비자금 전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수사 발표 전 박진원 상무의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박진원 상무가 단순한 자금 관리 역할을 했기 때문에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궁색한 설명을 내놓았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 3세들은 사퇴와 불구속 기소로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4세들은 남아 그룹 경영 전반을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두산 관계자 "이사회 중심 경영 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