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싱글맘'으로 산다는 것

[인터뷰] 신작 산문집 출간한 시인 신현림

등록 2005.11.10 17:05수정 2005.11.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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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스토리> 책 표지. 신씨의 등에 업힌 아이가 그녀의 딸 서윤이다.
<싱글맘 스토리> 책 표지. 신씨의 등에 업힌 아이가 그녀의 딸 서윤이다.휴먼앤북스
프랑스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감동하고, 사랑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란 진술에 매혹 당한 여자,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와 <세기말 블루스>란 시집을 낸 여자.

자신의 셀프누드를 찍고 이를 책으로 펴내 유교적 도덕률이 지배하는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여자, 개인전을 열만큼 사진에도 재주를 보이는 여자, 미술 관련 에세이도 수차례 발간한 여자.


한두 마디 수식어로는 설명이 힘들 정도로 다층적인 정체성을 지닌 '전방위 예술가(가수 홍서범 식으로 말하자면 종합예술인)' 신현림이 신작 산문집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싱글맘 스토리>(휴먼앤북스).

이번 책에서 그녀는 이혼 후 혼자서 아이를 키워온 자신의 체험을 더하고 덜어냄 없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얼마나 솔직한지, 남편과의 법정싸움과 혼자 사는 여성의 성적 외로움을 드러내는 대목에서는 읽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는 신현림의 솔직담백한 평소 성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싱글맘 스토리> 곳곳에서도 작가의 시원스럽고, 다소 호방해 보이기까지 하는 성격이 그림을 보듯 읽힌다. 책은 크게 4개의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내 삶의 이유인 아이'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사는 이혼녀'
'남성중심 사회에 시비 걸기'
'그래도 인간은 외로운 존재'


위 문장들은 책에서 4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신현림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물기 어린 문체로 가공돼 독자들과 대면한다. 그녀 역시 이혼의 아픔을 겪은 탤런트 최진실은 이 책을 접하고 "사랑은 상처를 덮는 이불이라 하는데, 이 책 속엔 아주 매력적인 사랑의 이불이 있더군요. 힘겨운 삶이지만 우리 같이 힘내며 살아요"란 격려의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고.


지난 화요일 책을 받아 읽은 후 몇 가지 도전적인 질문을 포함한 '이메일 인터뷰요청서'를 신현림에게 보냈다. 아래는 도전적 질문에 도전적으로 대답한 그녀의 답변서다. 가감 없이 싣는다.

이혼한 사람에 대한 편견은 소외와 미움 낳을 뿐


- 이혼하고 혼자 애 키우는 게 자랑은 아니다. 굳이 그 이야기를 책으로 낸 이유는?
"그럼 이혼 안 하고 키운 애가 개망나니라도 그게 자랑일까? 지지리 궁상인 결혼생활이라도 자랑일까? 자랑을 자랑삼으면 덜 떨어진 인간 아닌가. 이혼하든 안 하든 민폐 끼치지 않고 착하고 아름답게 사는 일이 중요하다.

많은 차별과 편견은 소외감과 미움, 전쟁과 죄악을 낳을 뿐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음으로써 세상은 더욱 흥미롭지 않은가.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존중하고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꿈꾼다. 누구나 좀더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내 불타는 생각의 구두를 던지고 싶었다."

- 책 곳곳에 딸 서윤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애로 인해 고달픈 일도 많지만 인생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만난다. 신의 입김이고 빛의 사과알이고, 미래의 웃음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아이들은 다 그럴 것이다."

신현림 시인.
신현림 시인.신현림 제공
-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지만, 젊은 여자가 혼자 지낸다는 건 더 그럴 것 같다. 고독이나 외로움을 달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
"저마다 아름다운 마스터베이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몸이고, 영화감상이고 독서와 여행, 그 뭐든간에 자기만의 마스터베이션을 개발하여 나날이 축복된, 살아 있는 희열감을 느끼면 된다고 본다. 또 다른 외로움의 극복 방법은 <싱글맘 스토리>에 있으니 참고하시라."

- 시인과 사진작가, 잡문(산문) 쓰는 사람을 겸하고 있다. 대체 당신의 정체성은 뭔가? 셋 중에 가장 매혹적인 작업은?
"혹시 산문을 잡문으로 말하는 인간이 있다면 때려주고 싶다. 미학적인 가치를 늘 고민하며 절실하게 작업한다. 전업시인 등 작가의 먹고사는 현실문제는 너무 절박하다. 작품의 질은 곧 목숨이 달린 문제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하고 작업한다. '블루데이북 시리즈'로 노후준비 끝냈다고 오해를 받는데, 5~6개월 생활비 정도 계약금으로 잘 지냈다.

내 안엔 익명의 많은 것들이 산다. 나는 나만으로 되어 있지 않다. 오래 전 선인일 수 있고, 풀과 나무고, 바람일 수 있다. 그 많은 것들의 희노애락의 소리를 내 작품에 다 담아내는 진정한 시인이자 아티스트로 살다 가고 싶다. 시와 산문을 쓸 땐 사진이 고프고, 사진을 찍을 땐 너무나 시가 그립다."

결혼도 이혼도 결국은 인생마라톤의 즐거운 출발점

- 결혼과 이혼을 겪었다. 결혼이란 뭐고, 이혼이란 뭔가?
"인생마라톤에서 즐거운 출발이란 점에선 같다. 결혼은 맨몸으로 뛰고 이혼은 상처나 애를 업고 뛰는 것이다. 시간이 되시면 두 가지 다 겪어 보시라. 더 잘 알게 된다. 어찌하든 삶의 이치를 깨닫고 지혜롭고 성숙한 사람으로 살다 가면 된다."

- 책을 읽다보면 '여행하고 싶다'는 욕망 혹은, '여행가로서의 꿈' 같은 게 읽힌다. 어딜 가장 가고 싶은가? 그 이유는?
"나의 상상력의 근원은 고향에서 본 호수고 눈보라고, 안개고 휘날리는 나무다. 내 고향이 아닌 곳의 풍광과 길과 사람 사는 모습도 다 맛보고 싶다. 깨닫고 싶다. 사는 것과 나 자신 아무 것도 아니며, 잠시 머물다 가는 것임을.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것이 귀한 줄 알고, 사랑하며 몸과 맘을 열렬히 쓰고 가는 것임을…."

- 다작이다. 그렇게 자주, 많이 쓰다보면 예술적(문학적) 에너지 고갈 같은 게 올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나?
"애랑 같이 사는 게 절실하기에 다작이다. 그만큼 미치도록 공부하고 작업하려고 애쓴다. 기계가 녹슬지 않으려면 기름을 자주 발라줘야 한다. 늘 도서관이란 공장에서 나라는 기계는 좋은 책의 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공장은 내게 너무 편하고 천국같은 장소다."

- 딸을 포함해 아빠 없이 엄마와 사는 이 땅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
"핏줄에 연연하지 말아라. 너에게 웃음을 주고 따뜻이 아껴주는 사람이 아빠고, 엄마며 삼촌이고 이모다.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 가족의 해체는 또 다른 형태의 가족 탄생이다. 혈육이 단출하면 정은 더 깊고, 남이라도 정들면 혈육지정이 된다. 일이든 사람이든 정성을 다하면 서로가 감동하고 인생이 환해진다. 마음이 통하면 먼저 아무 계산없이 정성을 다하거라."

신현림 제공
사람이란 누구나 자신의 생을 디자인하는 매력적인 '아티스트'

- 당신이 낸 이번 책을 스스로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싱글맘 스토리>에도 썼지만 누구나 라이프 아티스트다. 아티스트는 생의 핵심을 꿰뚫고 가며, 창조하는 사람이고 착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꿈꾸는 자다. 인생의 진한 과즙을 만들려면 쓸데없이 시시비비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의 핵심을 본다. 그 고뇌의 과즙이 이번 책에 담겼다."

- 향후 진행할 작업이나, 작품 계획을 들었으면 한다.
"11월 19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저자사인회가 있고, 몇 군데 방송출연이 있다. 12월 중순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유범주 선생의 생태사진으로 매혹적인 기프트용 북 <우리에게도 따뜻한 날이 올까>(가제)를 낸다.

예술전문출판사 '마로니에북스'에서도 2년 전에 작업 끝낸 기프트용 책들이 나온다. 내년 6월 중순엔 '황금가지'에서 치유에세이를 냄과 동시에 두 번째 전시회를 연다. 2007년엔 나의 네번째 시집을 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다."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신현림 지음,
휴먼앤북스(Human&Book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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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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