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늘 0.5초 전 과거를 보고 있다

[서평] 이케가야 유지의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등록 2005.11.11 11:19수정 2005.11.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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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은행나무 刊) 177p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은행나무 刊) 177p

옆 사진 속의 물체는 과연 무엇일까? 식물 같아 보이기도 하고, 뭔가 화성에 있음직한 구조물 같기도 하다.

정답은 바로 신경세포이다. 사진에서 튀어나와 보이는 부분이 세포체이고, 줄기처럼 생긴 것은 세포체에서 뻗어나간 신경선유이다.


이게 뇌랑 무슨 상관일까? 이 세포체는 바로 (동물의) 뇌에서 끄집어 내어 샤알레에서 배양시킨 하나의 신경 세포체이다. 우리 뇌의 대뇌피질에는 이런 신경 세포체가 자그마치 140억개나 들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세포체에서는 10000개에서 30000개의 신경선유가 뻗어 나와 다른 세포체와 켜고 끄는 형태의 전기 신호 형식으로 정보 교환을 수행하고, 이런 정보 교환을 통해 우리는 숨을 쉬고, 보고, 느끼고, 읽고 쓰고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 정도쯤이야 생물 시간에 충분히 배웠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에는 더욱 놀랄만한, 그리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전두엽이니, 해마니 하는 나름대로 귀에 친숙한 용어에서부터, 무선 조종 생쥐나, 생각만으로도 물건을 조종하는 원숭이, 알츠하이머 병을 유발한다는 β-아미로이드와 이와 관련된 각종 전문적인 용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뇌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네이처니 사이언스니 하는 학술잡지에 실렸던 최신의 발표까지를 포함해서 뇌에 대한 고급상식과 정보로 가득하다.

a 책표지

책표지 ⓒ 은행나무

이런 고급상식을 전하려면 필연적으로 책이 어려워지게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돋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의 후기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중고생 여덟 명을 뽑아, 대화형태로 강의를 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뇌 과학도인 저자가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가급적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 참고로 일러스트도 필요한 부분에 꼭 등장한다 – 책 제목 그대로 교양 서적에 가깝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뇌가 무엇일까? 뇌와 컴퓨터의 차이나, 뇌의 부위에 따른 역할,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고찰 등, 비교적 일반적인 주제를 이끌어내 자연스럽게 강연을 이어 나가면서, 점차적으로 편도체나 해마의 역할이나,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메커니즘, 시각 정보, 기억,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최근 연구 내용 등에 이르기까지 이어진다.

“내가 바로 ‘지금’을 살고 있다고 믿지? 하지만 그것은 허구이고, ‘지금’이라고 느끼는 이 순간은 0.5초 전의 세계인 것이다. 즉 인간은 늘 과거에 살고 있는 셈이야”


“사람의 눈이, 라디오파나, 적외선 등을 볼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보일까? 물질세계로서의 세계는 인간 이전에 존재하겠지만,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는 인간이 제멋대로 그렇게 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 뇌가 세계를 보고 있다기보다는 뇌가 인간에게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이 책에서는 역설적 혹은 철학적으로 들리는 위와 같은 문장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문장에는 반드시 과학적인 설명이 전후에 소개된다. 또한 맹점 테스트나, 그림을 이용한 자기 테스트 등을 통하다 보면, 자연스레 '정말로 그렇구나' 하면서 책에 몰입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100만개의 신경 섬유로 연결된(100만 화소짜리)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왜 울퉁불퉁하지 않는 것일까?
-과연 두 눈으로 보지 않으면 입체감을 느끼지 못할까?
-착시 현상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편도체가 무엇이길래, 편도체를 제거한 원숭이는 개에게도 달려들고, 뱀을 먹으려고 덤비는 것일까?
-왜 기억은 애매한 경우가 많을까?

이 책에서 나오는 위와 같은 여러가지 주제들을 접하고 그 설명을 듣다 보면 과연 우리가 뇌를 사용하는 걸까? 뇌가 우리를 사용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뇌가 자기 멋대로라는 생각마저 들지만, 어느새 우리 머리 속에 있는 뇌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쌓게 된다.

“나는 뇌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 애초에 오만하고 어리석은 도전이 아닌가, 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뇌를 이해하는 것도 우리 뇌를 통해서 하는 것이잖아. 뇌가 간단한 실험으로 해명될 정도로 단순한 것이라면, 그런 수준의 뇌를 사용해서 이런 복잡한 사고를 할 수가 없겠지. 인간은 이렇게 멋진 존재인데, 그 뇌가 그렇게 쉽게 파악될 리가 있겠어? 뇌 과학자란 사람은 그런 모순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낭만주의자인 셈이지”라고 얘기하면서 뇌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는 젊은 낭만주의 뇌 과학자와 함께, 우리 머리 속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벼운 산책을 떠나보자.

덧붙이는 글 | 도서 제목 :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저자 : 이케가야 유지 지음/이규원 옮김
출판사 : 은행나무(2005)

저자 이케가야 유지는 뇌에 대한 얘기를 대담 형식으로 엮은 '해마(은행나무)'의 공동저자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도서 제목 :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저자 : 이케가야 유지 지음/이규원 옮김
출판사 : 은행나무(2005)

저자 이케가야 유지는 뇌에 대한 얘기를 대담 형식으로 엮은 '해마(은행나무)'의 공동저자이기도 합니다.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이케가야 유지 지음, 이규원 옮김,
은행나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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