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단속 처리, 구청ㆍ교통안전공단 달라

형평성 잃은 법집행, 민원신청 늘어

등록 2005.11.10 20:42수정 2005.11.11 12:08
0
원고료로 응원
3주전 중고차로 뉴코란도 98년식을 구입해 잘 타고 다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얼마 전 느닷없이 강동구청에서 불법부착물 단속에 걸렸다는 고지서 한 장이 집으로 날아왔기 때문입니다.

구청 공무원의 사재 불법부착물 단속에 걸린 것입니다. 우선 없는 살림에 당장 과태료가 걱정이 되어 인터넷에서 저와 같은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단속시 과태료는 무려 33만원. 다행히 검사기간 내에 불법부착물을 떼어내고 검사를 받으면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인터넷 게시물을 찾아보고 난 후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담당직원과 전화통화를 해보았지만 담당직원으로부터 제가 기대했던 말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즉, 검사기간 내에 불법 부착물을 탈착하더라도 과태료는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교통안전관리공단 직원에게 단속된 것이 아니라 구청직원에게 단속이 되었기 때문에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다시 말해 똑같이 불법부착물 장착 차량이라도 구청직원이 단속하면 시정명령도 없이 곧바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반면, 교통안전관리공단 직원이 단속하면 시정명령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어떤 법이 똑같은 상황에서도 처벌기준을 달리해 법을 집행한단 말입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미 암울한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구청의 담당직원에게 어떻게 똑같은 불법부착물 차량에 대해 어떻게 똑같은 단속에 다른 처벌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 물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받는 민원전화의 내용도 형평에 맞지 않는 법 집행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구청직원 스스로가 형평에 어긋난 법 행정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자신과 같이 말단 공무원이 아무리 건의를 해도 결코 시정될 수 없는 문제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밴형 차량의 과세 형평성도 논란

형평성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조금은 다른 성격이지만 최근에는 저처럼 밴형 차량 소유자의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법안 상정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밴과 승용을 구분하는 분류기준이 변경되면서 과세 형평성에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밴차량의 세금은 폐차시까지 연간 2만8500원이 부과되었지만, 앞으로 승용으로 분류될 경우 세금이 2900cc 차량의 경우 연간 80만원으로 인상할 전망입니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밴 사용자들이 인터넷 동호회나 카페를 중심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펼쳐지고 있는 밴 세금인상 반대 서명운동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펼쳐지고 있는 밴 세금인상 반대 서명운동
정부는 인터넷 세상이나 현실세계를 구분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법의 형평성 논란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 법을 집행하거나 정부에서 세율을 높이는 이유가 뭔지 합리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물 건너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처럼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처벌을 달리하거나 세율인상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밝히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단속 공무원이 생각하기에도 형평에 어긋난 법을 집행하느라 발생하는 비효율적이고 안타까운 민원신청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