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주춧돌에 웬 '게'가?

[남도기행] 부도밭이 아름다운 달마산 미황사 가다

등록 2005.11.15 15:20수정 2005.11.15 15:28
0
원고료로 응원
달마산의 원경
달마산의 원경유근종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는 것. 이것은 설렘의 또 다른 말이 아닌가 싶다. 바라보기만 해도 후두둑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속에 바람이 불었다.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바로 이런 '무작정'에서 오는 듯하다. 홀로 하는 여행도 좋지만, 여행 스타일이 비슷한 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은 더 없이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를 떠날까 고민 하던 차에 "해질 녘에 미황사 대웅전에 앉아 있으면 문살이 전부 황금색으로 변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저릿해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지난 봄에 처가를 다녀오면서 잠깐 들렀던 미황사에서 아내는 그 말을 했었다. 미황사로 향했다. 친구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 남도 땅을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했다는 친구는 "바다가 보이는 절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하며 미황사로 향하는 내내 들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마지막 단풍을 보러가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슬슬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가는 곳은 다행히 가을 여행객이 많지 않은 절이어서 약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미황사 안뜰에서 본 대웅전과 달마산
미황사 안뜰에서 본 대웅전과 달마산유근종
강진, 해남을 달리면 나지막한 산들이 달리는 차들을 보듬어주는 느낌이다. 남도의 산들은 하나같이 우리를 향해 윽박지르는 산이 아니라 포근히 감싸주는 부모님 같다.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지난 번에 미황사 가는 길에 약간 길을 헤맨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친구가 가져온 네비게이션 덕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달마산 중턱에 미황사가 보였다. 처음 찾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보기에도 정말 좋은 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와 거북이가 새겨진 미황사의 아름다운 주춧돌

미황사를 다시 찾게 되면 꼭 보고 싶은 것이 둘 있었다. 첫 번째는 미황사 주춧돌에 새겨진 조각들이고, 두 번째는 절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부도밭이었다.


미황사 대웅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 문양의 조각
미황사 대웅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 문양의 조각유근종
미황사를 오르는 계단에는 여기저기에 묵언(黙言)이라는 글이 보였는데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다며 너무 떠들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꼭 그렇게 써 놓지 않았더라도 절집에 오면 당연히 지켜야할 예의인데 어른들이 더한 것 같아 씁쓸하다.

다행히도 시끄러운 무리가 나가니 미황사의 넓은 뜰도 한순간 아늑해졌다. 그제서야 미황사 본래의 영역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황사 뒤로 멋지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달마산(해발 489m)은 그냥 보기에는 거칠게 보이지만, 미황사 뒤쪽 동백나무 숲을 죽 따라가다보면 그리 힘들지 않게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산이다.


미황사 대웅전에서 소원을 빌고 있는 가족
미황사 대웅전에서 소원을 빌고 있는 가족유근종
대흥사의 말사인 미황사는 사적기에 따르면 금인이 인도에서 돌배를 타고 가져온 불상과 경전을 금강산에 모시려고 했으나 이미 많은 절이 있어 되돌아가던 중 이 곳이 인연의 땅임을 알고, 의조에게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짓고 봉안하라 일렀다고 한다.

이에 의조는 금인의 말대로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가 소가 크게 울고 누웠다가 일어난 곳에 통교사를 창건하고 소가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지었는데, 소의 울음소리가 지극히 아름다워 '미'(美)자와 금인을 상징한 '황'(黃)자를 쓴 것이라 한다.

주춧돌에 새겨진 여러 조각들
주춧돌에 새겨진 여러 조각들유근종
미황사의 주춧돌에는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여러 문양들이 눈에 띄는데, 특히 거북이와 게 모양의 조각은 매우 귀여워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단순한 주춧돌에 생명을 불어넣은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주춧돌 위에 세워진 대웅전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을 타고 극락의 세계를 가고자 하는 열망이었을까?

부도밭 가는 길 수북히 내려 앉은 가을
부도밭 가는 길 수북히 내려 앉은 가을유근종
한적한 산길을 걸어서 10여분. 깊어가는 가을 속, 부도밭에 들어섰다. 부도밭 또한 미황사의 안뜰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다. 희한한 일이다. 부도밭은 미황사의 숨겨진 매력이다.

또 다른 남도 절집... 동백꽃 부도밭이 아름다운 백련사

미황사 부도밭
미황사 부도밭유근종
지난 봄에도 다녀간 절, 백련사로 발길을 돌렸다. 고즈넉한 미황사 부도밭도 좋지만 백련사 부도밭은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 여느 절과 마찬가지로 부도탑이 있지만 여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숲 속에 부도탑이 있다.

지난 봄 백련사 부도밭 동백 숲
지난 봄 백련사 부도밭 동백 숲유근종
사진가 이지누씨의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숨이 멎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동백꽃잎이 부도탑 앞에 떨어진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었는데 그는 '땅에서 피던 꽃'이라는 표현을 썼다. 나 역시 봄이면 그런 장면을 찍어보려고 가봤지만 허사였다. 번번이 시기를 잘 못 맞추기도 했거니와 실력부족 탓이다.

지난 봄에도 다녀왔지만 동백꽃들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예전처럼 탐스러운 꽃들을 피워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동백숲을 청소도 하고 퇴비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백련사 대웅보전 현판과 축대에 쌓은 돌
백련사 대웅보전 현판과 축대에 쌓은 돌유근종
백련사에는 특이한 것이 동백숲 부도탑 말고 특별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는 현판이다. 보통의 절에는 나무판 하나로 되어 있는데 여기는 두 개로 갈라놓았다.

이 현판의 글씨는 원교 이광사 선생의 글씨체로 해남 대흥사의 현판과 비슷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추사 선생이 원교 선생의 현판글씨를 떼어 내라 하고 자신의 글씨를 걸어놓았다가 제주도 유배를 마치고 와서 보니 원교 선생의 글씨가 나아 다시 걸게 했다는 것이다. 바로 지척에 있는 대흥사와 같은 사연이 있어 재미있다.

백련사에는 또 하나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 대웅보전 아래 축대를 쌓아올린 돌들인데 돌의 모양을 살려서 쌓아 놓은 것은 불국사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이 돌들은 붉은 빛이 강하다. 그 이유는 왜적들이 침입해서 불을 질렀는데 돌에 함유된 철분이 녹아내려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돌들은 조직이 약해져서 쉽게 부서진다 했다.

백련사 안뜰
백련사 안뜰유근종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런 저런 사연들을 듣고 보니 문화라는 것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차가 제법 막혔다. 마지막 가을을 담아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길을 메웠다.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진다. 남도 끝자락에 머물고 있는 가을도 그리고 세월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더디 가면 얼마나 좋을까.

덧붙이는 글 | 미황사에는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미황사 홈페이지(http://mihwangsa.org)를 방문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황사가는 교통편

1) 서울역-목포까지 1일 12회 열차운행, 목포에서 완도행 직행버스(1일 10회)이용, 해남 지나 월송리 하차후 월송리에서 미황사까지 군내버스 또는 택시이용.
2) 서울에서 광주까지 고속버스(수시운행) 이용, 광주에서 해남경유 완도행 직행버스(40분 간격) 이용, 월송리 하차후 월송리에서 미황사까지 군내버스 또는 택시이용.
3) 영남지역에서는 진주나 순천을 기점으로 해남까지 온 후 해남에서 서정리행, 군내버스 이용(또는 해남-완도행 직행버스 이용, 월송리 하차)
※ 월송리-서정리(군내버스) : 1일 5회(06:40, 08:50, 11:20, 14:40, 17:30) <10분 소요>
 해남-서정리  (   ″   ) : 1일 5회(06:10, 08:20, 10:50, 14:05, 17:00) <50분 소요>
* 현지교통 문의 : 해남터미널 061-534-0881
*현지숙박 : 해남읍, 두륜산도립공원, 땅끝국민관광지등 숙박시설 이용

백련사는 주변에 정다산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교통정보 : 광주- 나주- 영암-성전방향 13번 국도-성전리-강진 방향 2번 국도-강진- 해남 방향 18번 국도 2km - 다산 초당 방향

현지교통 : 강진에서 버스를 탈 경우(백련사, 다산초당 경유 버스) 백련사까지 올라가는데 20-30분 정도가 소요되므로 몸이 불편하신 분은 강진에서 택시이용 요망

주변관광지 : 다산초당, 다산유물전시관

덧붙이는 글 미황사에는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미황사 홈페이지(http://mihwangsa.org)를 방문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황사가는 교통편

1) 서울역-목포까지 1일 12회 열차운행, 목포에서 완도행 직행버스(1일 10회)이용, 해남 지나 월송리 하차후 월송리에서 미황사까지 군내버스 또는 택시이용.
2) 서울에서 광주까지 고속버스(수시운행) 이용, 광주에서 해남경유 완도행 직행버스(40분 간격) 이용, 월송리 하차후 월송리에서 미황사까지 군내버스 또는 택시이용.
3) 영남지역에서는 진주나 순천을 기점으로 해남까지 온 후 해남에서 서정리행, 군내버스 이용(또는 해남-완도행 직행버스 이용, 월송리 하차)
※ 월송리-서정리(군내버스) : 1일 5회(06:40, 08:50, 11:20, 14:40, 17:30) <10분 소요>
 해남-서정리  (   ″   ) : 1일 5회(06:10, 08:20, 10:50, 14:05, 17:00) <50분 소요>
* 현지교통 문의 : 해남터미널 061-534-0881
*현지숙박 : 해남읍, 두륜산도립공원, 땅끝국민관광지등 숙박시설 이용

백련사는 주변에 정다산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교통정보 : 광주- 나주- 영암-성전방향 13번 국도-성전리-강진 방향 2번 국도-강진- 해남 방향 18번 국도 2km - 다산 초당 방향

현지교통 : 강진에서 버스를 탈 경우(백련사, 다산초당 경유 버스) 백련사까지 올라가는데 20-30분 정도가 소요되므로 몸이 불편하신 분은 강진에서 택시이용 요망

주변관광지 : 다산초당, 다산유물전시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95년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에 입학했고,지난 1998년과 1999년 여름 러시아를 다녀와서 2000년 졸업 뒤 사진전 "러시아 1999"를 열었으며 2000년 7월부터 2001년 추석전까지 러시아에 머물다 왔습니다. 1년간 머무르면서 50여회의 음악회를 다녀왔으며 주 관심분야는 음악과 사진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3. 3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4. 4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5. 5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