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이 많이 들어간 호박죽.김은주
지금 만들 요리, 호박죽도 이 아줌마에게서 배운 요리다. 처음 우리가 만나는 자리에서 함께 호박죽을 먹으면서 너무 맛있다고, 방법을 물었다. 그 아줌마는 자기 집에서 직접 만들면서 내게 시범을 보이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고맙고 그리운 아줌마지만 이사를 몇 번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이 끊겼다. 허나 이맘때 호박죽을 끓일 계절이 돌아오면 그 사람이 생각난다.
호박죽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강낭콩이 몇 알 들어간 노란 호박죽을 학교 식당이나 시장 골목 리어카 식당에서 사먹곤 했는데, 이 아줌마가 끓인 호박죽은 내가 지금껏 먹었던 호박죽하고는 조금 달랐다. 호박죽이 노랗지가 않고, 팥이 많이 들어가 팥죽처럼 보였다. 그러나 먹어 보면 호박 맛이 느껴지는, 호박죽임을 알 수가 있었다. 맛도 학교 식당에서 먹었던 그 호박죽보다 몇 배는 좋았다. 이 호박죽의 비결은, 팥을 많이 넣는다는 것이었다.
늙은 호박이 많이 나오는 요즘 같은 철이면 어김없이 겨울내 먹게끔 호박 서너 통을 샀다. 그리고는 하루 날 잡아 호박을 손질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겨울 반찬으로 김장을 하고, 다른 나라들은 잼을 만들기도 하고 피클을 만드는 곳도 있다. 우리 집에서는 호박 다듬는 게 겨울을 준비하는 큰 일 중 하나였다. 겨울 간식을 위해 호박을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