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꽃단장한 막바지 단풍 감상하세요

늦가을 끝자락을 장식한 여의도공원 정경

등록 2005.11.15 11:01수정 2005.11.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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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바로 옆의 가로수가 색감의 대비를 보이며 예쁘게 물들어 있다.
여의도공원 바로 옆의 가로수가 색감의 대비를 보이며 예쁘게 물들어 있다.유영수
입동(立冬)을 지나 소설(小雪)을 목전에 둔 늦가을의 끝자락.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노랑색 붉은색 형형색색의 눈꽃을 볼 수 있다. 단풍나무에 열려 있던 울긋불긋한 잎사귀가 매섭게 몰아치는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며, 마치 첫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풍경을 미리 선사하는 듯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제(13일) 오후 막바지로 치닫는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여의도공원을 찾았다. 애초에는 일산에 있는 호수공원을 향해 집을 나섰지만 너무 늦은 시각 탓에 할 수 없이 이곳을 택하게 된 것이다.

공원 내 연못과 정자가 주변건물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공원 내 연못과 정자가 주변건물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유영수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단풍이 탐스럽게 느껴진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단풍이 탐스럽게 느껴진다.유영수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그런데 웬걸 '닭 대신 꿩', 아니 꿩 먹고 알까지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척에 있어 왕복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조그마하지만 예쁜 잉어가 노니는 연못은 물론, 빨갛게 혹은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단풍나무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공원은 마지막 단풍놀이를 즐기기 위한 시민들과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 등 운동으로 추위를 이기려는 젊은이들로 흥겨운 분위기였다. 전날 비가 내린 후 확연히 떨어진 기온에도 불구하고 얼마 남지 않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듯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잎새가 거의 떨어져 앙상함을 드러낸 나무 옆으로,  알록달록한 솜사탕이 열려있다.
잎새가 거의 떨어져 앙상함을 드러낸 나무 옆으로, 알록달록한 솜사탕이 열려있다.유영수

붉은 빛이 진하다 못해 핏빛으로 물든 단풍나무 너머로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모습
붉은 빛이 진하다 못해 핏빛으로 물든 단풍나무 너머로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모습유영수
뭐 하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바빠서,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단풍구경 한번 제대로 못한 한을 여기서라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 부산하게 발걸음을 옮겨가며 마지막까지 단풍나무에 매달려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잎사귀를 감상해 본다.

어느새 나무 밑에는 그 명을 다한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읽었던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며'의 문구가 아련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나무 밑은 세찬 바람에 덧없이 떨어진 낙엽들로 푹신한 담요를 만들어 놓았다.
나무 밑은 세찬 바람에 덧없이 떨어진 낙엽들로 푹신한 담요를 만들어 놓았다.유영수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엣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猛烈)한 생활의 의욕(意慾)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 이효석 '낙엽을 태우며' 중에서 -

이 수필의 저자처럼 낙엽 태우는 냄새에서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낄 수 있을진 몰라도, 나무 아래 쌓인 낙엽을 보면 허무하게 스러져갈 수밖에 없는 인생의 단면을 엿보는 것 같아 왠지 쓸쓸해진다. 그럴수록 더욱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야 하리라.


아마추어천문회의 일원인 한 대학생이 천체망원경을 통해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추어천문회의 일원인 한 대학생이 천체망원경을 통해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유영수
공원 한 편에선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에서 학생들이 나와, 일반인들은 평소 구경하기조차 힘든 고가의 천체망원경을 전시해 놓고 체험의 장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은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미처 알지 못했던 우주의 신비를 느끼면서 즐거워한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려 있는 감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려 있는 감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유영수

시계를 멋스럽게 표현한 조형물이 온통 붉은 단풍잎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시계를 멋스럽게 표현한 조형물이 온통 붉은 단풍잎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유영수
요즘에는 워낙 짧아진 낮의 길이 때문에 오후 네시 반 정도만 돼도 어둑어둑해지며, 저 멀리 서쪽하늘엔 낙조의 기운이 슬그머니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 다섯 시가 되니 뉘엿뉘엿 지는 노을빛이 붉게 물들며 빨간 단풍잎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쌀쌀해지는 기온을 감당하지 못해 서둘러 차를 타고 여의도를 빠져 나온다. 얼마 전까지도 시원하게 보이던 한강물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아침 체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가운데 방한 코트와 오리털 점퍼를 입고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하는 이들을 보며, 며칠 후면 스러져 갈 나름대로 계절의 여왕인 가을을 아쉬워 해본다.

아이들에게 연날리기 시범을 보이는 어느 아버지. 한참을 지켜보니 초등학생인 아이들보다는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되돌아간 아버지가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우리 전통의 놀이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연날리기 시범을 보이는 어느 아버지. 한참을 지켜보니 초등학생인 아이들보다는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되돌아간 아버지가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우리 전통의 놀이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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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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